60; 할머니랑 나랑 나이차

할머니가 오셨다.

by 규네시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지 거진 12년이 지났다. 그 12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할머니는 어느새 90이라는 나이가 되셨다. 마음은 누구보다 젊으시지만 몸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나 보다. 그 강한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이제는 가족의 따뜻한 손을 잡아야만 할 때가 온 것이다. 한 달 동안 막내 외삼촌 집에 계셨고, 또 며칠은 막내 이모집에 머무셨다. 그리고 먼길을 돌아 7남매 중 넷째인 우리 엄마한테 오셨다.


맞이할 준비를 했다. 여동생이 시집가고 난 비워진 방으로 할머니가 들어오시기로 했다. 그리고 그 방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얼마 전에 침대에서 떨어져 다치셨다니 매트리스만 두기로 하고, 추위에 약하다 하시니 보일러를 돌리고 전기장판도 깔아놓는다. 방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바닥을 닦는다.


우리 동네에 도착하셨다고 아빠한테 연락이 왔다. 할머니를 맞이할 준비를 하러 계단을 내려가려 했는데 커트를 하고 오신다 하신다. 기다렸다. 막내 이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또 역시 머리를 커트하고 오신다 하신다.


그리고 정말로 할머니가 오셨다. 분명 20년 전 같이 앉아 오목을 두었을 때도 할머니는 나이 들어 보이지 않겠다 검은색으로 꼭꼭 염색하셨는데, 그때는 내가 맛있게 먹는다고 손수 김치 넣어 만두를 빚어주셨는데, 영어 공부하신다고, 오카리나 배우신다고, 드라마를 보며 저 텔런트가 어쩌고 이야기하셨는데, 힘이 쇠해 끌차에 몸을 맡겨 걸으시는 할머니가 오셨다.


그래도 여전히 날 보고 웃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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