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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살아보니 반드시는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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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하화건 Jun 09. 2023

인내

N.H. 소. 우. 주. 지기의 세상 또 삐딱하게 보기

"인내"의 사전적 의미는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딤'입니다. 사전을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죠. 그냥 당연하다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크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 중 하나가 "인내" 아닐까 싶습니다. 제 또래의 남자들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 '사내는 인내심이 있어야 해'일 겁니다. 아니 남자뿐 아니라 여자들도 '인내'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줄기차게 교육을 받으면서 큰 걸로 알고 있어요. 그만큼 이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이란 거죠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며 통용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아닐까요. 긍정적인 영향을 그만큼 끼쳤기 때문이겠죠. 긍정적 영향뿐 아니라 인내를 통해서 성공했다는 사례도 엄청 많습니다. 너무 많아 손으로 꼽는다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요. 그래서인지 "인내"와 관련된 격언과 속담도 꽤나 많이 있습니다. 열거하려 하면 아마 입이 부르트지 않을까 싶네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이 인내에 대해 언급을 했더군요. 어떤 말들을 했나 찾아봤더니... 너무 많아서 선별하기도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생략하겠습니다. 그만큼 성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물론 "인내"의 미덕을 가졌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었지만, 성공한 모든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인내"의 미덕이 발견되는 걸 보면 이론의 여지는 없다고 봐야겠죠

분명 "인내"는 긍정적이라고 보는 게 확실한 거 같습니다

그런데요. 살아 보니까 그렇지 않은 상황과도 종종 맞닥뜨리게 되더라고요

요 몇 년 사이에 육체적으로 상당히 힘든 경험들을 했었습니다. 무식하고 둔해서 큰일 날 뻔했던 사건들이었죠.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네요. 그 일들을 겪고 나서 생각을 바꾼 덕분에 최근에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지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생각을 바꾸게 한 일들 중 대표적인 사례 두 개를 들어 볼게요

정확히 몇 년 전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해에 독감이 기승을 부렸던 건 생각납니다. 며칠 동안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아서 쉬어야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쉴 수가 없었습니다. 간곡히 부탁하는데 거절을 못하겠더군요. 아무리 지독한 독감이라도 며칠 고생하면 차도가 있기에 계속 일을 했는데... 그때는 꽤 오래가더라고요. 동네 의원에 가서 조치를 받았는데도 말이죠

결국 독감 키트로 검사를 하다가 갑자기 큰 병원으로 가라면서 전원소견서를 써주더군요. 종합병원의 응급실에서 혈액 검사를 받은 후 수액을 맞으며 기다리고 있었죠. 그전에 비슷한 상황에서는 수액을 다 맞을 때까지 영문도 모르고 기다렸었는데 그때는 검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 의사들이 왔습니다. 정말 좋아서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비수 같은 말을 던지더라고요. "아버님 지금 웃으실 때 아니에요. 걸어서 병원 오신 것만 해도 기적이에요" 아직 아버님이 아닌 사람한테 넘겨짚는 것도 기가 막힌데... 걸어서 병원에 들어온 게 기적이라뇨. 그래서인지 반사적으로 "왜요?"라 물어보았죠. 그리고 돌아온 답변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 간 수치가 정상의 250배가 넘었어요. 운 좋으신 거예요" 'A형 간염이었습니다. 당황할 새도 없이 1인 격리병실로 옮겨졌고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나았지만 이후에도 꽤 긴 시간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아야 했네요.

이후 다시 일터로 돌아갔는데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책임감으로 견디기 힘들 때까지 일을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입맛이 엄청 쓰더라고요

'A형 간염' 치료를 마치고 시간이 지난 후 팀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부턴가 온몸이 쑤셔오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쉬어야겠다고 했더니 "지금은 바쁘니까 며칠만 참고 그러고 쉬자고"해서 "그럽시다"했죠. 그런데 몸이 너무 힘들어서 일이 끝나면 집에 가는 길에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견뎠죠. 힘들어도 책임감에 참은 거죠. 월요일부터 물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몸 아픈 건 낫지 않더군요. 그러다 금요일이 되었는데 몸 한쪽에 반점들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의사에게 보여주었죠. 당황하더군요. 그러면서 "옆에 있는 내과로 빨리 가보세요"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진단 결과는 '대상포진'이라더군요. 일주일 내내 병명도 모른 채 물리치료만 받으며 통증에 노출된 상태로 지낸 거죠. 그나마 다행인 건 별 탈없이 완치가 되었다는 겁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얘기하니 "대상포진 많이 아프다며. 나도 조심해야겠어"하고 끝나더라고요. 허탈하더군요. 입맛이 처음엔 쓰다가 끝맛은 정말 찝찝했지요

여러 번의 유사한 경험을 하고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얼마 전 큰 위험을 피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생각을 바꿨기에 빠른 판단을 해서 위기를 잘 넘겼죠. 예전처럼 책임감에 힘듦과 고통을 인내하고 있었다면 아마도 지금 이 글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세상에 영원히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는 것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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