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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화건 Mar 26. 2023

핑계

N.H. 소. 우. 주. 지기의 세상 삐딱하게 보기

'어떤 일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공연히 내세우는 구실' 그리고 '잘못한 일에 대하여 구차스럽게 말하는 변명'

'핑계'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핑계'는 사람들이 하지 말라는 행동 중 하나죠. 그만큼 부정적이라는 거죠


일이 잘못되거나 계획과 다르게 진행될 때 자신에게 주어질 불이익을 피해 볼 심산으로 핑곗거리를 찾을 때 흔히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라고들 하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이죠. 자신에 대한 믿음을 땅바닥에 내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두 번이야 요행을 바랄 수 있겠지만 그건 방법이 안되죠. 정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안 하는 게 정말 자신을 위한 방법이 아닐까요


또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을 스스로 극복하여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지금 닥친 어려움이나 회피해 보자는 심산으로 무기력함을 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때 흔히 이 속담이 소환되죠.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하기 싫은 이는 핑계를 찾는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없는 걸 알면서 숨을 궁리를 하는 건 자기를 포기하는 행동 밖에 되지 않는데도 말이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죠. 정말 피하고 싶은 일도 즐기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잖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 없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삶이라면 일이 되게 만드는 게 최선 아닐까 싶네요


다시 생각해 봐도 "핑계"는 정말 부정적인 게 확실하네요




그런데요. 살아 보니까 그렇지 않은 상황과도 종종 맞닥뜨리게 되더라고요


한 일 년 전으로 기억하는데요. 일을 보기 위해서 새벽 일찍 집을 나서야 했던 날이었죠. 여유 있게 도착하기 위해서 충분히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섰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으로 갔죠. 제 차 앞에 가로 주차된 차량이 있더군요. 짐을 싣고서 별생각 없이 앞의 차를 이동시키려고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곧 절망감에 마음을 가눌 수가 없더군요. 차량 안을 보니 기어가 중립이 아닌 주차에 놓여있는 게 아닙니까. 욕 나 올 뻔했습니다. 가까스로 감정을 다독이며 차주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를 시도하는데 받지를 않더군요.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잠에 빠졌나 싶어 재차 시도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경비 반장님의 도움으로 겨우 차주를 불러냈는데... 참 당당하더군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차를 빼달라고 말을 하고서 "피곤해서 기어를 잘못 놓았나 봐요"하고 가볍게 질문을 던졌죠. 그리고 그에게서 들은 답변에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듯 띵하더라고요. 그리고 정말로 욕 할 뻔했네요. 경비 반장님이 조용히 옷자락을 당기며 제어해주지 않으셨으면 이성을 잃을 뻔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기가 막히네요

제가 "피곤해서 기어를 잘못 놓았나 봐요" 하자

"아니요. 새 차라서 혹시라도 흠집 나는 게 싫어서 이렇게 하고 있어요"

.......

이른 새벽부터 엄청 피곤해지더군요


정직이 꼭 정답이 아닐 때도 있더군요. 솔직함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 줄 거 같으면 가끔은 핑계를 대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세상에 '절대'도 '항상'도 그리 흔한 건 아닌가 봅니다. 삐딱하게 보니까 보이는 것도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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