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N. 소. 우. 주. 지기의 세상 삐딱하게 보기
'동정'의 사전적 의미가 이렇게 정의되어 있네요
1.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
2. 남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풂
'측은지심'이라는 사자성어로도 많이 표현하고 있죠. 예전에는 '동정'이라는 말을 꽤 많이 사용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정'의 마음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는데요. 사람 간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 줄뿐 아니라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니까요. 만약 세상에 '동정'의 마음이 없었다면 무미건조하고 만연한 이기주의로 척박한 곳이 되었을 겁니다
'동정'의 마음이 주는 이점에 대해 생각해 보니 엄청 많더군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가치 있는 일을 함으로써 제대로 된 사람이 되었다는 뿌듯함에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만족감은 덤이고요
또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건 그 대상과 아주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게 하고, 그렇게 쌓인 신뢰는 삶에 있어서 큰 자산이 되죠
그것 말고도 행복감이 높아지고 심리적 안정도 가질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을 위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기 자신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는 거니까요
이밖에도 너무 많지만 모두가 다 아는 걸 구구절절 늘어놓으면 지겨울 테니 이만 맺도록 해야겠습니다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동정'은 삶을 풍요롭게 해 줄 뿐 아니라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선한 영향력의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란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요. 살아 보니까 생각지 못한 상황과도 종종 맞닥뜨리게 되더라고요
'동정'의 마음을 가지고 행동할 때 많은 경우 긍정적인 결과를 만드는 걸 부인하는 건 아닌데요. 그렇다고 늘 그렇지도 않았다는 거죠. 그런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항상 그럴 거라 생각하더군요
뜬금없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제가 사는 동네에 걷기 딱 좋은 야트막한 동산이 하나 있는데요. 그곳에 데크로 둘레길까지 잘 만들어 놓아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그전부터 야산으로 산보 나가길 좋아했는데, 둘레길이 만들어진 후로는 더 자주 산책 겸 운동을 다니고 있죠
둘레길이 생기면서 좋아진 또 하나는 예전과 달리 야생동물들과 공간을 확실히 나누어 지내게 된 겁니다. 공간을 나누면서 거꾸로 야생동물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더군요. 저만의 느낌일지 모르지만요. 시간이 지나면서 산새들의 종류도 많이 늘었죠. 딱따구리 종류의 새까지 귀와 눈까지 행복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날짐승과 달리 들짐승 쪽으로는 길양이들만 늘어나더군요. 그런가 보다 했죠. 그날 전까지는요
비가 엄청 내리고 있었는데도 한적하다는 이유로 굳이 산책을 나섰던 날이었습니다. 상상도 하지 않았던 '너구리'들을 만났지 뭡니까.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고, 설마 하는 생각에 제 눈을 의심하기도 했죠.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하지만요
그 이후로 뒷산이 약육강식의 땅으로 느껴졌죠. 생각해 보니 길양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은 게 언제였나 싶더라고요. 살아남기 위해 울지도 않았을 길양이들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죠. 아무튼 그렇게 뒷산의 생태계는 안정이 되어 갔습니다
너구리가 뒷산 생태계 최상위라 생각하는데, 솔직히 직접 보면 좀 귀엽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저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리가 모여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있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요. 대부분이 너구리를 구경하는 무리들이더군요. 저도 그랬지만 얼마나 신기했겠어요. 당연한 거라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보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거기서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더라고요. 플래카드로 음식물을 주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데도 꼭 몇몇 사람들이 어기더라고요. 특히 너구리 새끼들에게는 더했죠. 불쌍하게 여겨져 '동정'의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닌데도 말이죠
어쩔 수 없이 야생동물들과 이웃하여 살아야 한다면 최소한의 선은 서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대가 동물이라도 말이죠. 물론 '동정'의 마음을 가지는 것까지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행동을 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니 까요
벌써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더군요. 이제는 주거지까지 자신의 영역이라 생각하고 움직이는 걸 심심찮게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사람들에게 작은 위해라도 끼치게 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솔직히 걱정이 됩니다. 누군가들의 '동정'의 마음에서 시작한 작은 호의로 야생동물들과 누리고 있는 평화가 깨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동정'의 마음이 인간에게 소중한 감정이란 걸 인정하지만 어떤 때는 무관심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옛말에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라'라는 말이 이처럼 필요할 때가 없다고 느껴지네요
가끔은 삐딱하게 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늘' '항상' '언제나' 속에 갇혀 살지 않기 위해서요
그 덕분에 예전보다 조금은 자유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지내고 있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