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N. 소. 우. 주. 지기의 세상 삐딱하게 보기
'고자질'이 사전에는 '남의 잘못이나 비밀을 일러바치는 것'이라고 쓰여 있네요. 내용만 놓고 봤을 때 좋은 행동이라거나 나쁜 거라고 정확히 표현이 안 되었어도 뉘앙스로 보면 안 좋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정확히 판단하고 싶어 고자질의 유래를 한번 확인해 봤죠. 크게 두 가지 내용이 있더군요
하나는 과거 제사를 지낼 때 주관하는 사람의 말을 크게 다시 말해서 참석한 사람들에게 알렸는데 이를 알릴 告 놈 者를 써서 '고하는 사람의 행동'이라는 유래였고요. 또 다른 건 예전 내관들이 미주왈 고주왈 임금에게 전하면서 이를 통해 피해를 본 신하들이 '고자들이 하는 짓거리'라 비꼬면서 유래되었다는 내용이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내용에 더 끌리네요. 그래서 그런가요. '고자질'이 나쁘게 느껴지나 봐요. 내용을 봐도 비아냥이 느껴지잖아요
더 나쁘게 생각하게 된 건 암암리에 힘 있는 무리들이 고자질을 교묘하게 활용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기면서부터였죠. 이런 상상까지 하게 되니 정말 싫더라고요. 게다가 저 자신 역시도 사익을 위해 활용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유혹 앞에 섰을 때 머뭇머뭇거렸던 게 떠올라서 저 자신에게 짜증이 나면서 더 싫어지게 됐던 거 같네요. 죄의식 덕분에 자제는 했지만요. 아무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저뿐은 아니라 믿고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대부분이 고자질을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음을 아니까요. 일부는 병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죠. 일부는 이유 없이 그냥 싫다고 말들하더군요. 확신까지는 아니어도 믿고는 있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부정적인 행동의 대표적 예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나쁘게 느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요. 살아 보니까 그렇지 않은 상황과도 종종 맞닥뜨리게 되더라고요
'내부 고발' 또는 '양심선언'이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겁니다. 저 역시도 여러 번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죠. 물론 사회 여건상 활발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요
관련된 이야기를 확인하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그 의도가 선한 것인데도 '내부 고발'이나 '양심선언'을 한 대부분이 큰 어려움을 겪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사례별로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요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 한 행동인데도 가시밭길을 가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몸 고생도 고생이지만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하더군요. 가족들의 고생은 마음을 더 힘들게 한다고 하고요
게다가 같이 일했거나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배신자' 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니 얼마나 큰 용기를 냈을까 상상도 되지 않네요. 옳은 일이라도 차마 할 자신도 없고 권하는 건 감히 생각도 못할 대단한 일인 거죠
생각해 보면 그 밑바닥에는 '내부 고발'이라거나 '양심 고백'이 아니라 이유를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고자질'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물론 이유를 대자면 집단 이기주의 때문이라고 답하는 경우를 많이 듣는데요, 과연 그뿐일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그냥 이기주의 때문이라 생각해요. 인간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생기기 전에는 현재의 안전과 안정이 유지되는 걸 바라는 게 당연한 거니까요. 실질적인 것뿐 아니라 근래에는 심리적인 것에도 그렇게 반응하는 것 같더군요. 너무 단정적인가요? 생존 이후 안락을 추구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그러니까 엄청 대단하다는 겁니다. '내부 고발'이나 '양심 고백'이 말입니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거슬러야 하는 행동이니까요. 진짜 '인간 승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거죠
물론 어디선가는 역이용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나쁜 의도는 드러날 테니까요
그러니 저는 있는 그대로 선의를 믿을 거고요. 늘 응원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