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N. 소. 우. 주. 지기의 생각을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H.N. 소. 우. 주. 지기의 생각을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이 글을 쓴 날 무슨 일이 있었나 일기를 뒤적여 봤어요. 여느 날처럼 열심히 하루를 살았더군요
무슨 일이 있어서 이런 글을 썼는지 궁금해서 찾아본 건데 소득은 없었던 거죠. 아무튼 좋은 생각을 한 거 같아 기분은 좋네요
그날은 많이 덥지 않았던 거 같고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제가 비를 좋아해서인지 그날 기분이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들고 그래서인지 지금 기분도 이유 없이 좋군요
요즈음 저의 최애 노래는 '나는 반딧불'입니다. 들으며 곱씹을수록 가슴에 강렬하게 와닿는 가사가 듣고 또 듣게 만드는 좋은 노래죠. 가사만 좋은 게 아니에요. 원곡자도 좋았지만 다시 불러 크게 유행시킨 가수의 목소리와는 찰떡같이 맞아서 깊이가 더해졌거든요(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마음을 사정없이 빼앗겼네요. 하루에도 서너 번은 듣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글이 더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보는데 불현듯 몇 년 전 있었던 논쟁(?)이 떠오르네요. '발광체'와 '반사체'에 대한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논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서로 잘났다고 싸웠던 건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누군가가 '발광체'여야만 의미가 있고 '반사체'는 딱히 별거 아니라며 본인만 '발광체'라 하니 다른 이도 자기만이 '발광체'라 했던 거 같은데... 그때도 지금도 저는 동의하기가 좀 힘드네요. 그냥 그들만의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이었다고 치부합니다
'발광체'면 어떻고 '반사체'면 어떤가요. 제 생각이 짧아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무언가를 비춰줄 수 있으면 뭐가 되었든 간에 대단한 거라 생각하거든요. 자신이 빛나는 삶도 물론 좋겠지만 빛내주는 존재라. 가슴 떨리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자기만 빛나면 작은 주변만 밝게 하겠지만 빛내주는 존재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작은 작을지 몰라도 하나의 비춤이 옆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그 범위는 무한대까지도 갈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요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믿고 살 겁니다
"내 삶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인데도 쉽지가 않네요. 삶의 주인이 나 자신이란 건 두말이 필요 없는 당위인데도 말이죠
물론 알고 있습니다. 혼자 독불장군처럼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에 온전히 자신만의 의지대로 자기만을 위해 살 수 없다는 걸요. 함께 얽히고설켜서 살아야 하기에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요. 어떤 무대에서는 조연이 될 때도 있을 거고, 또 어떤 때는 보조 출연과 같은 역할에 머무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영화 '모던 타임스'의 한 장면처럼 전체의 극히 일부, 작은 부품 같은 존재일 수 있으니까요
전체 무대로 봤을 때는 분명 그럴 수 있겠지만 '나'를 중심으로만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철저하게 '나'만을 생각하면요. 세상이 나름의 방향성을 가지고 가면서 구성원들이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해도 주변의 모든 상황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은 온전히 '나'에게만 있으니까요.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순간순간 발생하는 모든 경우에 대해서 다른 그 누구도 선택을 대신해 줄 수 없죠. 간혹 다른 사람에게 기대어 살 수도 있겠지만 그 결정 역시도 결국에는 자신이 하는 거니까요
다시 생각해 보다 엉뚱한 곳으로 이끌려가고 있네요
주인으로 살되 꼭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는. 주인으로 산다는 건 꼭 앞에 나선다는 의미는 아니니 주인공과는 동의어가 아니라는 거죠. 주인은 앞에 나서야 하기도 하지만 뒤에서 잘 받쳐주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되니까요
'발광체'처럼 주인공이 되어서 세상을 비추며 사는 것도 좋지만 '반사체'가 되어 다른 이들을 빛나게 해 주며 산다 해도 자기 인생의 주인임은 분명하잖아요. 저 역시도 좋은 게 좋지만 주인으로 산다면 그 어떤 모습이라도 나쁘지 않다 생각하니까 별 문제는 없죠
그리고 요즘은 기술이 발전해서 '반사체'도 잘 꾸미면 주인공 못지않은 멋을 낼 수 있거든요. 그러면 됐죠
주변을 둘러봐도 스스로는 빛을 발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을 빛나게 해주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솔직히 더 빛나는 사람들이죠. 저 역시도 그런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솟아나고 닮고 싶어 집니다. 당연하잖아요
쑥스럽지만 저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 세상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을지라도 내 인생의 주인으로 잘 살아서 누군가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니까요
그래서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나답게 잘 살면 주인공이 아니어도 주인으로 멋들어지게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오늘도 열내면서 나스럽게 잘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