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디 순한 獨白毒舌을 날리다
"나 같이 편한 사람이 어딨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난 그냥 따를 테니까"....... 난 매일 시험을 치르며 산다
"뭐 먹고 싶어?" "아무 거나" "그래 그럼 초밥 먹자" "그거 어제 먹었는데"
"어디 가고 싶어?" "아무 데나" "그럼 오랜만에 홍대 가보는 건 어때" "오늘은 피곤해서 싫어"
처음엔 배려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지.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관계가 부드럽게 이어지길 바랐어. 그런데'아무 거나'라는 말이 거듭될수록 상대가 취향이 없는 게 아니라 말하기를 피한다는 걸 알게 됐어.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불편함은 당연히 내 몫이 되었지
사전에 준비도 잘했고, 분위기 파악도 잘한 것 같은데 뒷 맛이 영 개운치가 않았어. '만족하지 못하겠어'라는 표정을 보면 분명 문제가 있다는 건데 그게 뭔지를 도무지 모르겠더라고. 실망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지
나 자신 그렇게 과단성 있는 사람이 아닌 데다가 크게 바라는 것도 없었어. 그래도 나름 열심히 준비하며 정성을 들였는데도 만족하지 않는 것까진 좋다고 치자고. 그런데 본인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서도 끝끝내 말하지 않으며 독심술의 대가가 되기를 바란다고 느낄 때는 버거움도 느꼈지. 강요라고 느껴지며 온몸의 힘이 빠지는 경험도 했었어
사람마다 당연하게도 취향이란 게 있잖아. 지극히 개인적인 거라서 알려주지 않으면 좀처럼 알 수가 없지. 그러니까 솔직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상대에게 알려주지 않으면서 자기가 바라는 걸 기대한다면... 그건 일종의 고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물론 연애 초기에는 귀여운 밀당이나 게임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
사람들이 만나면 제일 먼저 호구조사부터 하잖아. 왜 그러겠어. 모르니까 그런 거지. 아는 만큼 보이고, 들은 만큼 배려할 수 있잖아. 처음부터 자기를 개방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상대에게 곁을 내주지 않으면서 나를 이해해 달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지. 나에 대해 알려주지는 않으면서 '네가 알아서 맞춰줘'라고 하면, 그건 일종의 폭력이 아닐까 싶어
그리고 있는 척 안 했으면 좋겠어.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속이는 건 옳지 않아. 우리나라 사람들 취미도 뭔가 있어 보이는 몇 개에 제한되는 것도 있는 척하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해.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결국에 탈이 나잖아. 그러니 처음부터 솔직해지는 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예전에 '아무거나'라는 이름의 안주가 있었어. 뭘 선택해야 좋을지 고민스러울 때 수고를 덜어줘서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지. 그런데 몇 번 먹고 나니 금세 질리더라고. 맛보다는 편리성을 위한 메뉴였으니까. 결국 '아무거나'가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렸지. 그 누구의 취향도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했으니까. 모른다는 것의 맹점이 그대로 드러난 예가 아닐까 해
관계도 비슷하다고 느꼈어. 모르는 상태, 말하지 않는 태도가 편리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엔 오래가지 않잖아. 결국 그 틈새는 누군가의 눈치와 노력으로 채워지게 되는데, 결국 그는 점점 지쳐가다 나가떨어지게 될 거야
생각해 보면 나 역시도 오랫동안 '아무거나'의 방패 뒤에 숨어 있었어. 상대가 불편할까 봐, 분위기가 깨질까 봐, 갈등이 생길까 봐. 그러다 보니 내 취향을 말하는 게 어색해졌고, 솔직히 눈치 본 것도 맞아. 그렇게 나는 좋아하는 것보다 피해야 할걸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었지
그래서 나를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었고 또 그렇게 행동했어.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것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선에서 정확히 말하기 시작했어. 그게 관계를 잘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됐으니까
솔직히 처음에는 얼굴을 보고 말을 하는 게 쉽지 않았어. 용기가 필요했지. 그래도 소통을 시작하니 삶의 만족도가 올라갔어. 그 시작이 다른 것도 아닌 내 노력이어서 더 좋았지. 상대가 어림짐작으로 추측하는 게 아닌 내가 먼저 건넨 작은 한마디가 관계의 시작점이었으니까. 그렇게 나를 감싸고 있던 '아무거나'라는 방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혹시라도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는 게 겁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무조건 사람들을 믿으라는 건 아냐. 대신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믿고 자신감을 갖고 사람들을 만나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