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보니 맷집 덕 볼 때가 많네

순하디 순한 獨白毒舌을 날리다

by 하화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니까. 조심해" 몇 번 정을 맞고 나니 오히려 이력이 나서 사는 게 편해지기도 하더라




어릴 적 나는 어른들 말씀을 잘 듣는 아이였어.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어른들은 늘 "순하다" "착하다"는 말을 많이 해줬어. 그때는 그게 칭찬인 줄 알았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고. 그 말들은 어느 순간부터 족쇄가 되었고, 내 움직임을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 됐지. 그렇다고 이후에 내가 막살았다는 뜻은 아냐. 다만 아주 조금씩, 조심스럽게 변해보려고 노력은 했어


원래 겁이 많은 성격이라 튀지 않게 살려고 무던히 애썼고 변화도 늘 아주 조금씩만 허락했지. 그런데도 중간중간 시행착오도 겪어야했어. 상황이 맞지 않았던 적도 있고, 지금과 달리 미성숙해서 벌어지기도 했을 거야.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다 느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경험들이 꼭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니더라고. 덕분에 더 고개를 숙일 줄 알게 됐고, 또 나답게 살고 싶다는 나의 진심을 깨달을 수 있었거든. 정말 감사한 일이지




사춘기 무렵부터였던 것 같아. 남들이 '이래'라고 하면, 나는 괜히 '저래'여야 했던 시절. 옷도 내가 고른 것만 입으려 했고, 작은 반항과 일탈을 하며 청개구리처럼 살았어. 그렇다고 큰 사고를 치는 타입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지금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어. 중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예전 살던 동네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들어갔는데, 어머니께서 한 말씀하시더라고

"버스 정류장에 생 날라리가 있어서 '저 부모는 정말 속 썩겠네'했는데, 그게 바로 내 아들이네"

하시면서 허탈하게 웃으셨어. 나는 그 웃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그렇다고 내가 투사처럼 색깔을 마구 뽐내며 살았던 건 아니야. 내가 말했잖아. 나는 겁 많은 사람이라고. 남들이 못 느낄 정도로 나답게 살았을 뿐이야


학창 시절엔 같은 반 친구가 과한 체벌을 받길래 부당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 그랬더니 그 화살이 나에게로 향하더군. 그런데도 끝까지 머리를 숙이지 않아 매를 더 벌었던 기억이 나. 그런데 아직도 그때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그래도 졸업은 무사히 했으니 감사할 일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어. 천성이 바뀌지 않았으니까. 우선 패션이나 태도가 눈에 띄었던 것 같아. 또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서 윗사람을 들이받아 정을 맞기도 했지. 나에게 직접은 못하고 내가 없는 사무실에 와서 다른 사람들을 채근하고 갔다는 얘기도 들었었어. 정말 잘못했으면 징계를 했겠지. 그냥 참았으면 좀 편했으려나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후회하지는 않았어. 아무튼 내가 다니고 싶을 때까지 잘 다녔으면 된 거 아니야




사람이 자기답게 살다 보면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기존의 질서와 맞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그렇다고 무조건 들이받으며 반항하라는 건 아니야. 무조건 타협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로 살면 돼


수많은 사람들이 개인으로나 집단을 이루며 사는 세상에서 모든 게 나와 맞을 수는 없으니 가끔은 정을 맞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살자고. 그게 내가 이상하다는 증명은 아니니까. 나를 탓할 이유도 상대를 원망할 필요도 없어. 그냥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자고. 정말 자기 행동이 걱정된다면 쓸데없이 주변에 물어보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가서 확인하면 그만이야




지금은 꽤 편안하게 살고 있어. 굳이 티 내지 않아도 주변에서 그러려니 생각하니 서로가 편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게 되더라고. 솔직하려고 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는 처음의 어색함도 차츰 서로 적응하게 되었어. 더 편해졌지. 그래서 지금의 내가 정말 좋고 현재의 상태에 나름 만족하고 지내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르겠어.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쭉 살았으면 좋겠어




혹여라도 본래의 자기와 현실의 괴리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어

"오해받는 게 무서워 피한다고 오해받을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니더라

한번 욕먹는 게 낫지

평생 다른 사람처럼 사는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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