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이 순간을 월매나 기다렸는지 앙가!”
일자를 향해 훅 날아오른 광마가, 치켜든 공허검을 빠르게 내리그었다.
그러자 순간 광마 앞쪽 공간이 ‘쩌적’ V자로 갈라지며 일자를 향해 그대로 뻗어나갔다.
마치 투명한 검기가 공간 자체를 잘라내는 것처럼.
갈라진 공간 주위를 노란색의 번개가 소용돌이 돌며 뒤쫓아 갔다.
“물러서거라.”
합장을 푼 일자가 팔을 양쪽으로 쫙 펼쳤다.
일자의 옷자락에서 인 바람이 주변의 천계군들을 뒤로 쭉 밀어냈다.
그리곤 덮쳐오는 검기를 향해 양 손바닥을 펼쳤다.
“패(牌)!”
순간, 일자 앞쪽으로 반투명한 정육면체들이 우르르 생기더니,
서로 엉겨 붙으며 겹겹이 층을 이뤄 거대한 ‘반구(半球)형 벽’을 만들었다.
‘펑!’
일자의 벽을 박살 내며 파고들던 공허검의 검기는, 거의 마지막 층에 다다라서야 가까스로 멈췄다.
반격을 위해 일자가 팔을 거둬들이려는 순간,
뒤따라오던 노란색의 번개가 손가락처럼 양쪽으로 쫙 펼쳐지더니, 열 갈래로 나뉘어 일자에게 달려들었다.
“파(波)!”
일자가 다시 합장하며 외치자, 일자를 둘러싼 공간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더니 ‘팡’하고 펼쳐지며 진파를 사방으로 튕겨냈다.
진파에 튕긴 번개는 경로를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땅과 하늘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구멍 속에서 노란 번개가 한참을 지직거리다 사라졌다.
“왐마?”
합장을 한 채 다시 호흡을 고르는 일자를 보며, 광마가 뭔가 맘에 안 든다는 듯 입술을 비죽거렸다.
“허미, 아부지도 인자 늙었는갑네. 워째 이깟 공격에 그리 절절맨다요. 겁나게 무서워 불던 울 아부지는 대체 워디 갔능가.”
광마가 검을 내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어느새 뒤로 다가온 화운이 ‘킁’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우리는 불덩이 속에서 이를 갈며 단련했고, 저 인간은 배부르고 등 따신 데서 뒹굴거리기만 했으니까. 이 ‘공허검’의 위력도 그때보다 강해진 것 같고.”
화운이 화염 낫을 공허검에 부딪혔다.
그러자 붉은 화염과 파란 번개가 뒤섞이며 ‘펑’ 가볍게 폭발했다.
불꽃놀이라도 하듯 파란 번개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으익, 놀래라, 하지 말랑께. 지금 이것이 겁나 썽나 있응게.”
광마가 공허검을 바라보며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놈들, 내 앞에서 여유를 떨 시간이 있더냐! 광우(光雨)!”
그때, 일자가 두 손을 하늘 위로 치켜들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두 손을 중심으로 하얀 원형 파장이 퍼져나가더니,
손바닥에서 수백 발의 날카로운 ‘빛살’이 마치 분수 뿜듯 뿜어져 나왔다.
허공 위로 솟아오른 빛살들은 부드럽게 돌아, 이내 광마와 화운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쏟아져 내렸다.
“온다!”
화운이 앞으로 나서며 화염 낫을 8 자 모양으로 돌리자, 거대한 화염 방패가 만들어져 앞을 가렸다.
‘파바바바박!’
순식간에 날아온 빛살들은 화운의 방패에 박혀 몸통을 부르르 떨었고, 그 충격에 광운의 몸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방패에 박힌 빛살들이 갑자기 번개를 지직거리며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젠장, 터진다, 사형!”
얼른 몸을 암석 형태로 굳히며 단단히 방어 태세를 취하는 화운.
동시에 화운 뒤에 움츠려 있던 광마가 화운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걱정 붙들어 매드라고! 암염(暗炎)!”
광마가 공허검을 입 앞으로 가져가,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머리를 돌리며 ‘후’ 입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갈라진 공허검의 검 끝에서 거대한 검은색 화염이 ‘화르륵’ 뿜어져 나왔다.
‘퍼버버벙!’
그때, 방패에 박힌 빛살들은 물론, 날아오던 빛살들까지 빛을 뿜으며 연쇄적으로 폭발했는데,
그 빛과 충격이 모조리 검은 화염에 묻혀 버렸다.
마치 거대한 보자기로 폭발을 뒤덮은 것처럼.
잔뜩 빛을 삼킨 화염은 순식간에 작은 공 모양으로 응축됐다.
“웃샤!”
미끄러지듯 화염구에 다가간 광마는, ‘빙글’ 한 바퀴 돌며 공허검의 넓은 면으로 화염구를 후려쳤다.
그러자 ‘펑!’ 소리와 함께 화염구가 포물선을 그리며 그대로 일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공허구가 지나간 궤적을 따라 정사각형의 작고 투명한 물질들이 우르르 바닥으로 쏟아졌다.
“자, 가세!”
그대로 백덤블링해 화운의 뒤로 간 광마는, 화운의 등에 손을 대더니 그를 방패 삼아 일자를 향해 돌진했다.
화운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눈을 번쩍거리더니, 자신의 몸을 더욱 단단한 자줏빛 암석 덩어리로 만들었다.
이어 그의 몸 앞쪽에서 마치 고슴도치 같은 암석 가시들이 ‘촤촹!’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흥! 이형(異形)!”
날아오는 화염구를 바라보던 일자는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가 좌우로 활짝 벌렸다.
그러자 일자 앞쪽 공간이 마치 엘리베이터 문 열리듯 양쪽으로 쫙 벌어져, 그 사이에 파란색 틈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일자의 등 뒤에서도 동일한 문이 생겨나 벌어졌다.
일자가 파란 틈으로 화염구를 가리자, 날아오던 화염구는 틈으로 쑥 빨려 들어가더니, 일자를 관통해 뒤쪽 문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곤 한참을 더 날아가 천계의 바닥에 그대로 떨어졌다.
순간 아무런 소리도, 빛도 없이 폭발한 화염구는
천계의 땅과 영혼들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며, 섬 하나 크기는 족히 넘을 어마어마한 크기의 구덩이를 만들었다.
“내 이랄 줄 알고!”
일자가 공간의 문을 닫으려는 찰나,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광마가 일자의 측면으로 돌아 달려들었다.
화운의 암석 가시들이 용암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천권(天拳)!”
얼른 몸을 옆으로 돌리며 뒤로 물러선 일자는, 뒷발을 허공에 단단히 짚으며 그대로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일자의 몸 전체를 뒤덮는 거대한 금빛 주먹이, 일자의 몸에서 튀어나와 방패화된 화운을 덮쳤다.
“쩌리 비게!”
순간, 광마가 화운의 등을 붙잡아 뒤로 잡아챘다.
단단한 암석 덩어리가 ‘쩌저적’ 갈라지며 화운의 본체가 암석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와 광마의 뒤쪽으로 날아갔다.
‘콰과쾅!’
순간, 일자의 에테르 주먹과 화운의 암석들이 충돌하며, 엄청난 화염과 회색 먼지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걸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먼지 사이로 광마가 공허검을 그대로 찔러 넣었다.
뱀처럼 쭉 늘어난 공허검은 회색 연기를 파고들며 일자의 심장을 향해 곧장 돌진했다.
“헛!”
예상치 못한 공격에 일자는 얼른 몸을 돌려 검 끝을 피했다.
하지만 검이 일자의 가슴 게를 스치며, 핑크빛 연꽃잎들이 일자의 가슴에서 ‘파바박’ 뿜어져 나왔다.
의외라는 듯 일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일자의 가슴을 스친 공허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쭉 뻗어나갔다.
그러다 갑자기 둥글게 구부러지더니 일자의 주위를 빠르게 휘어 감았다.
마치 아나콘다가 먹이를 붙잡듯이.
“퀘이사!”
검 끝이 일자의 머리까지 올라가자마자, 광마가 기다렸다는 듯 주문을 외웠다.
순간 공허검에서 검은 검기가 ‘쫙’ 뿜어져 나오더니, 일자를 둘러싸고 거대한 검은 구체를 만들었다.
일자가 뒤늦게 빠져나오려 했지만, 공허검 주위를 돌던 작은 구슬들이 어느새 일자의 몸에 들러붙어 그를 붙잡았다.
결국 공허검의 구체에 완전히 갇혀버린 일자는, 시간이 정지한 듯 구체 속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잡았다!”
움푹 꺼진 바닥 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화운이, 구체안에 갇힌 일자를 보고 쾌재를 불렀다.
근처에 있던 마물들도 ‘와아아!’ 덩달아 함성을 질렀다.
“음마?”
채찍을 되감듯, 뱀처럼 늘어났던 공허검을 거둬들이는 광마.
정작 그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뭐시여, 요라고 붙잡힌다고? 울 아부지가? 흠, 뭐시 겁나게 꺼름직헌디.”
허공에 멈춰 선 채, 퀘이사에 갇힌 일자를 가만히 노려보는 광마.
그러다 입을 비죽거리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저기 길쭉하게 잘려 나간 하늘은 천계의 물질들을 끊임없이 빨아들이고 있었고,
바닥 곳곳엔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구덩이가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공허검에 의해 쪼개진 땅바닥은 끝도 없이 뻗어나가, 멀쩡한 땅바닥을 뒤틀고 또 꺼트리며 난장판을 만들었다.
초대형 지진에 휩쓸린 도시처럼 천계 곳곳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도시의 괜찮은 부분도 마물들의 공격으로 무너지거나 불타올랐고,
절벽 옆에 서 있는 대성당마저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롭게 기울어 있었다.
무엇보다 개미 떼처럼 득시글거리던 천계의 영혼들은 죽었는지 숨었는지 감쪽같이 사라져, 도시 전체가 어울리지 않게 적막했다.
“스으읍, 뭔가 냄새가 나는디, 겁나게 구린 냄새가.”
공허검을 뒤로 돌린 채 뒷짐을 쥔 광마는, 천계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광마의 계획대로 모든 게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절대 공허검’을 되찾았고, 중간계와 천계를 침공해 난장판을 만들었으며,
마지막으로 가장 강력한 적, 일자마저 공허검의 퀘이사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이제 최후의 일합이면 그토록 오래 바라왔던 복수를, 이 세계를 장악하는 일을 드디어 이뤄낼 수 있는 거다! 마침내!
그런데 왜? 왜 이토록 불길한 느낌이 드는 걸까?
한여름 어깨에 들러붙은 찐득한 더위처럼, 왜 불안감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아가리를 한껏 벌린 덫 속으로 손목을 밀어 넣는 것처럼, 싸늘한 기분마저 드는 것은 왜일까?
“사형, 뭐 해! 풀린다!”
그때, 화운이 전음으로 광마를 흔들어 깨웠다.
앞을 보니 어느덧 퀘이사로 만든 검은 구체가 미세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일자가 안에서 차츰 깨어나는 것이리라.
“그랴, 일단은 이겨 불고 나서!”
다시 공허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는 하늘로 치켜드는 광마.
검의 왼쪽에선 붉은색의 화염이, 검의 오른쪽에선 핑크색의 꽃잎이 뿜어져 나왔다.
검을 살짝 돌리자, 검은색 검기가 회오리처럼 일어나 검을 휘어 감았다.
붉은 화염과 꽃잎이 그 속에서 뒤섞이며, 엔진의 화염 같은 거센 불길을 밖으로 뿜어댔다.
“인자, 끝냅시다! 아버지요!”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든 채, 퀘이사의 구체 위로 뛰어오르는 광마.
그의 발아래로 일자의 하얀 머리카락이 보였다.
*
‘쩌저적!’
순간, 하늘을 가르던 균열이 더욱 굵어지며, 커다란 하늘 조각 하나가 바닷속으로 ‘풍덩’ 떨어졌다.
바닷물에 빠지기가 무섭게 거센 화염이 달려들어 하늘 조각을 불태웠다.
“그게 무슨...”
“쿨럭쿨럭, 시간이 정말 얼마 안 남았으니, 내 최대한 핵심만 말하마.”
월운신은 리와 어깨동무를 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토가 기다렸다는 듯, 월운의 어깨 위에 앉았다.
마치 벤치 위에 앉듯 자연스럽게.
“자네도 알겠지만, 나는 ‘밤의 신’ 월운이다. 그림자 속에 숨어 세계의 위험을 감지하고 제거하는 게 내 몫이지. 그래 의심하고 또 곱씹는 일은 내게 숨 쉬는 일처럼 자연스럽단다. 뭐, 비록 에테르만 남은 신세긴 하지만. 쿨럭쿨럭, 쿨럭쿨럭.”
월운의 기침을 거세지자, 리가 얼른 월운을 부축해 벤치에 앉혔다.
한참을 더 기침하던 월운은 간신히 숨이 돌아왔는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끼야악’ 하늘을 날던 갈매기들이 화염에 휩싸여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내내 꺼림칙하더구나. 너를 포함한 이 모든 상황이 말이야.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그토록 오랫동안 완벽하게 숨겨져 있던 ‘공허검 조각’들이, 왜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느냐는 거야.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하나도 빠짐없이.”
“그건 오발탄이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음음, 그럴 리가 없어. 쿨럭, 누가 찾아서 그런 거라면 이전에도 몇 번이고 드러났어야 한단다. 검 조각을 찾았던 이는 오발탄 말고도 많았으니까.
쿨럭, 쿨럭. 만일을 대비해 내가 내 ‘군사(軍師)’에게 찾도록 한 ‘일자의 눈물’을 빼면, 공허검의 조각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 그 조차도 내가 위치를 알려준 거였지. 쿨럭쿨럭.”
‘대사제가 되기 전, 저는 월운신의 군사였습니다.
세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을 연구하는 전략가였죠.’
순간 대사제의 온화한 눈빛이 리의 눈앞을 스쳤다.
“대사제님...”
“그래, 지금의 대사제에게 조각의 위치를 알려줬었지. 몸이 없어 쉽진 않았지만.”
입을 비죽거리며 인상을 쓰는 리.
비토도 턱에 손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천계의 반응은 더욱 수상하더구나. 지난번 천계로 암형계의 괴수가 들어왔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 천승문을 부수고 마물들이 몰려왔을 때도 그렇고, 천계의 대응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디고 또 더뎠지.”
그때, 리의 뇌리에 천계 하늘에서 싸우던 소수의 천계군이 떠올랐다.
파란색 에테르 중심의 하급 병사들을 보며, 얼마나 한심하게 여겼던가.
게다가 ‘천계의 저항’도 이상했다.
전신을 묶을 정도로 강력했던 저항이 이번엔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리야 공허검이니까 그렇다 쳐도, 암형계의 마물들에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천계군은 이 세계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군대야. 쿨럭쿨럭. 천제와 천계 3 대장이 결합하면 우리 신들도 함부로 못할 정도로 강하지. 광마도 그걸 예상하고 집마석도 태우고 암형계의 괴수며 마물이며, 잔뜩 몰고 온 거고. 콜록콜록콜록.”
비토가 물성화된 손으로 월운의 등을 두드렸다.
“휴, 고맙다. 그렇게 광마도 두려워할 정도로 강력한 천계군이, 왜 그토록 늦장을 부린 걸까? 천계가 다 불타고 엄청난 수의 영혼들이 자기 앞마당에서 비명횡사당하는데 말이야.
심지어 너도 직접 보았다시피, 천계의 저항은 일어나지도 않더구나. 그것만 일어났어도 어느 정도 방어가 될 텐데 말이야.
이상하지, 너무 이상해. 너무도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어. 꼭 천계에서 마물들이 난장을 부리도록 일부러 놔두는 느낌마저 든달까?”
‘두두두두’
그때 리와 광운신이 앉아있던 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듯, 거세게 흔들렸다.
바다에서 타오르던 화염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었다.
“쿨럭쿨럭쿨럭. 그렇게 의심에 의심이 쌓여가던 중, 불현듯 놓치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다. 아, 왜 이걸 이제야 눈치챘을까, 내 가슴을 치며 한탄했지.”
“그게 무슨...”
월운을 돌아보며 의아함에 눈썹을 치켜뜨는 리.
“쿨럭쿨럭, 주문.”
“주문이요?”
“그래, 내 ‘5단계 회전식 자물쇠’를 푸는 주문. 그걸 아는 이는 세상에 둘밖에 없거든.”
“둘...”
“하나는 나, 그리고 다른 하나는... 쿨럭쿨럭.”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월운의 입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리.
관자놀이를 타고 땀 한 방울이 쭈르륵 흘러내렸다.
땀방울 속에서 바다의 화염이 거칠게 춤을 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