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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포착

[포착13] 나뭇가지가 된 화살표

by 무딘

익숙하다.


혼자서 글 쓰고

혼자서 아파하고

혼자서 숨 넘어가게 웃다가

혼자서 열폭해 씩씩거리는 거.


주고받는 농담이 한심하고

구구절절한 사연이 하찮고

한 입 더 먹겠다는 아귀다툼이 비루한데

어찌 기름이 물과 섞이리오.

그래 여지없이

혼자가 된다.

같이 있어도 굳이,

혼자가 된다.


얇게 입은 옷깃을 여밀며

떠나간 차들의 꽁무니를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몸을 기울인다.

화살표가 가지가 된다.

두 개의 가지가

백 개가 된다.

앙상한 가지라도

둘 보단 한결 소란스럽다.


쭉 그렇게 살렴.

기대고 붙들고 어깨를 마주 걸고

외로울 땐 외롭다 투덜거릴

친구 곁에 살렴.


네가 부럽다.


[꾸미기]화살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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