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하다.
인간의 욕심이 어깨를 자르면
수긍하고
받아들이고
꺾일 줄 알았나 보다.
인간이 허락한 길을 따라
얌전히 피어날 줄 알았나 보다.
보란 듯이 기괴하기,
인간의 무지(無知)를 향한
자연의 답인가.
잘라놓은 팔뚝을 피하고
베어놓은 허벅지를 돌아
목덜미 한가운데서
잃었던 생을 뻗는다.
더 치열하게
더 제멋대로
더 독하게
더 이상 살갑지 않은 그는
초록이 몽울지는 서까래가 아니라
핏빛 독을 머금은
메두사의 머리칼.
마주치는 인연 모두가
그 앞에 돌덩이가 된다.
새 날의 해가 뜨면 어김없이,
나에게 칼 끝을 겨누는
가시 그리고 또 가시.
불현듯 살을 베고
갑작스레 눈을 찌르는 너희도
나의 욕망이 만든 것일까.
내 뜻대로 자라주길 바라며
너의 어깨를 비튼 탓일까.
보란 듯 기괴한 오늘이
나의 과오를 먹고 자랐다면,
어쩔 수 없겠지.
눈물을 떨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