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에서 2만 헤르츠
귀로 붙잡을 수 있는 소리
귀가 그려낼 수 없다고
세상이 조용한 건 아니다.
빨강에서 보라
무지갯빛 가시광선
빨강과 보라 밖에 있다고
빛이 소멸된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연약할 뿐
다만 우리가 편협할 뿐
다만 우리가 부실한 오감(五感)으로
우물 위 하늘을 가늠하려 들 뿐
베란다 창밖으로
비가 무섭게 들이치면
어김없이 솟아오르는
물방울 산
펜스에 튀겨 버려지는 빗방울이
세상에 없던 능선을 그린다.
멀리 산 그림자를 겹쳐대면
명장의 산수화 못지않다.
때로 어떤 일들은
불행을 통해 얼굴을 드러낸다더니,
네가 그렇구나.
늘 곁에 있었는데
있는 줄도 몰랐구나.
나는 또 어떤 '없는 것'들과
함께하고 있을까.
나는 또 어떤 '없는 것'들에게
무례를 범했을까.
세상이 내게 준 게 뭐가 있냐고
진상을 부려가며.
가진 것보다 채울 것이 더 많다고
악다구니를 써가며.
문상을 왔다.
상주의 부운 눈에서
사라진 걸 본다.
늘 곁에 있었는데
불현듯 없어진 걸 본다.
나는 후회하지 말아야지.
나는 '없는 걸' 꼭 기억해야지.
생선 전을 꼭꼭 씹는데도
가시가 따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