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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ungs Nov 01. 2016

11월 1일 둘째 생일

11년 11월 01일에 태어난 둘째

11년 11월 01일에 태어난 둘째 도완이가 좋아하는 건 포켓몬스터다.

그건 10년 01월 11일에 태어난 첫째 민성이도 마찬가지였다.


종종 퇴근길에 아이들에게 줄 500원짜리 포켓몬 카드를 사오곤 한다.

가격이 싸기도 하지만 500원의 힘으로 아빠 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아이들이 현관문을 열 때 달려와 안아주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카드 사왔어?'

이 말을 들으면 힘이 쭉 빠지긴 하지만.

포켓몬 - 메가 레쿠쟈. 둘째가 그려달라던 포켓몬이다.

아이들이 포켓몬을 너무 좋아해서 카드가 없으면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다.

성경만큼 두꺼운 포켓몬 도감을 꺼내 하나씩 찍으면 못이긴 척 그려주곤 하는데 그게 그렇게 좋은가보다.


그래서 어느날 부터는 아이들이 직접 포켓몬을 그려서 검사를 받아야지만 그려주기로 했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들이 그린 포켓몬과 내가 그려준 포켓몬이 점점 집에 쌓여갔다.

어느 순간 그게 우리들의 일상이 되었다.


둘째가 그려달라고 때썼던 포켓몬은 메가 레쿠쟈라는 전설의 포켓몬인데 이건 포켓몬 도감에도 없는 포켓몬이다. 

그리고 수백장 모았던 카드에도 없는 포켓몬이었다.


그래서 늘 거부를 하다가 생일날 새벽이 되어서야 식탁위에 A4 용지를 깔고 연필을 잡았다.

편지를 써줄까 하다가 그것보다는 메가 레쿠쟈를 그려주는게 의미 있는 것 같았다.

핸드폰에 이미지를 띄워놓고 흐려질 때 마다 터치를 해가면서 그림을 그렸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처음으로 색칠까지 해주었다.

아침에 일어나 식탁위해서 환호성을 지를 둘째를 생각하며.


출근 후 집에 전화를 걸었다.

"도완이 어땠어? 식탁위에 올려 둔 그림 봤대?"

"응? 그거 보더니 치우던데."

"좋아하지 않았어?"

"몰라. 그냥 밥 먹고 어린이 집 갔어. 아무렇지 않은 것 같던데"


하긴.

선물이라고 하긴 좀 궁색하긴 했지.

그래도 엄청 좋아할 줄 알고 잠시나마 설렜었는데...


다음에는 정말 해달라는거 물어보고 해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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