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에 치우친 지금의 갈등이 '주디'처럼 진실을 찾으면 해결될까?
아이들이 생기고 예전과 달라진 일상의 변화가 있었다.
첫 아이가 태어나서부터는 영화관 앞에 발도 디뎌볼 수 없었다. 아이를 두고 영화를 보러갈 만한 여유자체가 없었으니까. 그 기간이 5년정도 된 것 같다.
그리고, 재작년부터는 매달 함께 영화를 보는게 일상이 되었다.
처음 함께본 영화가 2년전 겨울왕국이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3번정도 본 기억이 난다.
유플러스 포인트가 별로 쓸모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한달에 2번 영화를 볼 수 있어 포인트를 쓰기 위해서라도 매달 영화를 본거 같다.
물론 대부분의 영화는 더빙 애니메이션이었다. 유일하게 아닌 영화는 쥬라기월드 밖에 없다.
많은 애니메이션을 봤지만, 그중에도 기억에 남는게 겨울왕국과 빅히어로였다. 캐릭터들이 기억에 남아서 책도 사고 다시 보기도 했고 한동안 그 캐릭터가 되어 아이들과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 개봉된 '주토피아'가 더 기대가 되었다. 디즈니에서 새로 내놓은 최신작. 포스터에 보이는 평범한 동물들을 이용하여 또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칠 지 너무 기대가 되었다.
늘 앉는 영화관 가장자리 F열의 4자리에 앉고 영화를 보았다. 베이비 쿠션을 자리에 깔고 앉은 둘째에게는 이 영화가 조금 무서운가 보다. 무서운 포식자들이 나올때는 둘째가 눈을 질끔깜고 두손을 가렸고, 거의 영화의 반의 장면에 눈을돌렸다.
아마 너무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영화의 대사도 심오한 부분이 있어 아이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었을거 같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주인공인 토끼 '주디'는 꿈을 쫓아 모든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열정을 가진 캐릭터다. 빅히어로의 '히로'와 같은 천재형은 아니지만, 열정으로 모든 사람이 안된다고 하는 불가능을 넘어서는 모습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의 모습이다. 이런 '주디'를 보는 것 만으로 영화는 큰 의미가 있었다. 마치 내가 쫓는 꿈의 대리만족이 된 양.
여기에 또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나오는데, 여우로 나오는 그의 이름은 '닉'이다. 사기꾼에 말빨만은 최고인 그는 '주디'를 우습게 볼만큼 뛰어난 머리를 가졌고 늘 티격태격하지만, 경찰 동료에게 무시당하는 '주디' 의 모습에 어느새 든든한 지원자가 된다. 바보처럼 불가능에 도전하는 '주디'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두 주인공이 펼치는 추격씬은 다양한 볼 거리를 제공하지만, 영화에게 더 인상깊었던 것은 '주토피아'에서 그리는 선악이 미묘하게 뒤틀려 있기 때문이다. '포식자' 닉과 '초식동물' 주디의 아이러니한 관계는 주디의 허리춤에 있는 여우퇴치 스프레이에서 쉽게 관찰된다. 경찰이 된 '주디'에게 여우는 늘 무서운 포식자였지만 모든 이가 평등하다고 하는 '주토피아'에서 두려운 감정을 몰래 숨기고 아닌척 함께한다.
이런 미묘한 긴장관계는 사회전반에 펼쳐져 있고, 평화롭고 함께라고 생각했던 두 부류는 '주디'의 경찰로서의 활약에 의해 완전한 선악으로 나뉘어 버린다.
더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주디'와 '닉'의 관계처럼 '주토피아'에서 함께 생활했던 '포식자'와 '초식동물'이 이제는 친구가 아닌 적이 되어버렸다. 포식자는 초식동물의 눈치를 보며 작아졌고, 초식동물들은 언제 포식자가 자신들을 잡아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의 벽을 쌓아갔다.
자신의 말한마디에 바뀌어 버린 주토피아를 바라보며 주디는 자신의 꿈인 경찰을 포기하지만, 이내 주토피아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단서를 찾고 다시 닉을 찾는다.
눈물을 흘리며 닉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주디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버렸다. 생각해보면 그리 눈물날 장면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지금 살고 있는 사회에서 이런 사소한 사회도 나에게는 귀한 모습이 되었기 때문인가 보다.
영화가 보여주는 사회의 그림이 정말 흥미로웠던건, 결국 자신의 지위를 얻고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일부터 이러한 갈등을 조작한 인물이 있었고, 그 인물은 정말 약해보였던 '양'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는 절묘하게 양극단에 치우친 사회적 갈등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진보와 보수간에 타협이 되지 않는 양극단의 정치, 젊은이들과 어른사이에서 극단으로 나뉜 세대갈등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선악으로 나뉘어 반대편은 절대악으로 모는 극으로 치닫는 현 사회적 구조가 '주디'처럼 진실을 찾기만하면 아름답게 해결될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함께 웃으며 생활하지만, 내면에서는 어렴풋이 서로를 적대화하는 마음을 가진 현재의 사회가 희망을 잃어버린 주토피아 처럼 느껴졌다. '함께' 했을때 빛이나는 '주디'와 '닉' 처럼, 언젠가는 높게 쌓이 갈등의 벽이 허물어지고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는 환경이 아이들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영화가 끝나고 많은 여운이 남았다. 꼭 아이들에게 다시한번 보여주고 싶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가보다. 무서웠단다. 음. 어른들에게만 재밌었나?
그래도 나무늘보가 주는 반전은 압권이었다. 아이들도 다른 장면은 기억에 안남지만 나무늘보 장면은 기억에 남았나보다 집에 오는 내내 느린 말투로 나무늘보 흉내를 냈다.
아이들은 알고 있으려나. 너희들에게는 정말 '주토피아' 같은 사회를 주고 싶다는걸. 포기하지 않고 희망이 있는 사회, 편견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노랫말 처럼 꿈을 꾸는 모든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