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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궐을 걷는 시간 Nov 23. 2022

강형원,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언어와 지역, 인종과 문화를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저는 음악과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동스런 선율과 인상적인 장면이 담긴 노래 한 곡, 또는 사진 한 장이 주는 힘을 지금껏 여러 차례 듣고 보며 경험해왔기 때문입니다. 



<궁궐을 걷는 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진’은 많은 분들에게 궁궐의 아름다움을 가장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었어요. 궁궐의 근사한 풍경을 글로 설명하기 위해선 수많은 단어가 필요하지만, 사진으로 전달한다면 단 1~2장이면 충분하니까 말이죠. 때문에 아름다운 풍경, 특히 우리 문화재와 유적지를 담은 사진을 늘 가까이 접하면서 공부하고, 고민해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사진, 글_강형원)은 반갑고 고마운 책입니다. 작가는 오랫동안 미국 언론 현장에서 활약한 사진기자입니다. LA타임스, AP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통신 등을 거치며 LA폭동, 이라크 전쟁, 9.11테러 등을 취재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1987년 6월 항쟁, 1988년 서울올림픽 등 한국의 굵직한 현대사의 주요 장면에 렌즈를 들이대 고스란히 기록했지요. 이런 노력을 평가 받아 언론인에게 주는 큰 영예인 퓰리처상을 한국인 최초로 두 번이나 수상했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은 여러 장점을 지닌 책입니다. 첫째 장점은 사진으로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알린다는데 있는데요. 오랫동안 현장 사진기자로 뛰며 체득한 저자의 감각과 노하우가 담긴 작품이 이 책에 실렸습니다. 


때문에 이 책을 볼 땐 빠른 속도로 읽는 속독(速讀)보다는, 뜻을 깊이 생각하면서 읽는 완독(玩讀)할 것을 추천합니다. 사진에 담긴 문화재의 가치를 느끼는데 절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그런 면에서 ‘금동 미륵보살 반가 사유상’이 등을 돌린 채 뒷모습만을 보여주는 책의 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흔히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반가 사유상의 앞모습 사진을 사용할 법도 한데 말이죠. 부처님의 시선이 내가 아닌 반대쪽 어딘가를 향하고 있어 내용이 자못 궁금해지더군요. 그 유명한 반가 사유상의 미소를 볼 수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본문에 담긴 사진을 찾게 되고 말이죠. 


두 번째 장점은 문화재를 담은 사진집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보물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고인돌, 백제 금동 대향로, 서원, 성덕대왕신종 등 손에 잡히는 유형의 문화재를 비롯해, 토종개와 한글, 김치, 제주마 등은 어떻게 촬영했을까 싶은 주제도 책에 많이 담겼습니다. 


특히 차례에서 발견한 ‘이순신’이란 단어가 눈에 띄었는데요. 이미 세상을 뜬 지 수백 년도 지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촬영했을리는 없고….어떻게 영웅을 우리 눈앞으로 갖고왔을지 흥미로웠습니다.(결과는 책으로 확인해보시죠.^^) 


궁궐에서 중앙과 지방 관리들에게 조정에서 결정된 사항 등을 알리는 소식지 형태의 조보를 발행했는데요. 다른 문화재에 비해 관심을 덜 받던 이 보물 또한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에서 소개하고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장점으로 영어 해설을 꼽고 싶은데요. 각 문화재를 보여주는 시작 부분에 영문으로 설명을 해놓았어요. 외국인에게 선물로 주기에도 좋은 책이란 얘기죠.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 폼나는(하지만 주고 받는 이가 부담스럽지 않은ㅎ) 선물을 찾는다면 이 책이 딱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전국에 흩어진 우리의 문화재와 보물의 가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분께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을 권합니다. 


#사진으로보는우리문화유산 #강형원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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