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학 답사 일지 - 배움을 찾아 떠난 국문학자의 여행⟫(정병설 지음, 문학동네, 2023)
⟪권력과 인간 - 사도세자의 죽음과 조선 왕실⟫(정병설 지음, 문학동네, 2023)
‘역사’라는 큰 산에 가닿기 위해서는 다양한 길이 있을 겁니다. 각종 사료와 자료를 바탕으로 아득한 과거를 재구성하는 방법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요. 다양한 도구와 프레임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는 방식도 있겠지요. 대표적으로 문학과 그림이 생각납니다. 오래 전 쓰인 도자기, 옷, 생활 용품 등도 역사를 관찰할 훌륭한 도구라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분야 하나만을 평생 연구해온 분들이 지금도 많고요.
서울대 국문학과 정병설 교수는 자신의 주전공인 문학연구에만 머물지 않고 지적 호기심을 확장, 발전시켜 조선의 역사까지 탐구해온 분입니다. 최근 이 분이 두 권의 책을 동시에 발간해 소개합니다.
⟪나의 문학 답사 일지⟫는 ‘문학’이라는 창을 통해 떠나는 여행기입니다. 책은 고전 ⟪춘향전⟫의 배경이 되는 전북 남원시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는 군산과 서울을 거쳐 전주와 노근리, 보은과 우금치, 안동, 하동, 광양 등 거침없이 전국으로 뻗어나가죠. 동시에 여행지가 배경이 되는 문학작품 이야기까지 친절하게 들려주니 흥미롭고요. 저자와 동행해 떠난 여행 버스 안에서 친절히 문학작품을 소개 받는 기분이랄까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하는 중간에는 소품처럼 느껴지는 짤막한 해외 여행 이야기도 담겨 있어요. 지금은 어엿한 대학의 교수로 자리 잡은 저자도 30여 년 전 유럽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백이 인상 깊었어요.
⟪권력과 인간⟫은 18세기 궁궐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의 스토리는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도 미스테리하면서도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그래서 아들을 죽인 아버지,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아들, 이 과정을 지켜보며 성장한 손자의 이야기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문학작품의 소재로 쓰였나봅니다.
⟪권력과 인간⟫은 서른여섯 개의 챕터를 5부에 걸쳐 나눠놓았습니다. 한 챕터를 한 개의 강의 식으로 풀고 있는데요. 책 전체를 읽고 있으면 18세기 궁궐에서 벌어진 사건을 쫓아가는 명강의를 듣는 기분이 들어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사건을 밝히기 위해 임오화변의 그날을 중심으로 이전과 이후의 오랜 시간과 다양한 인물의 입장을 집요하게 추적해갑니다. 저자가 풀어놓는 강의를 쫓아가다보면 임금이 세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전대미문 사건의 원인에 한 발 다가서게 되지요.
책 끝에 담은 ‘보충수업’과 ‘부록’ 부분도 본편만큼 재미있는 쿠키 영상 같습니다. 궁중 요리, 영조와 고추장, 연잉군(영조)과 사도세자의 초상화 등 조선시대를 미시적 현미경으로 들여다는 주제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도세자 죽음의 원인에 대해선 당쟁희생설, 광증설 등 다양하게 제기되어 왔는데요. 여기에 저자는 어떤 입장인지, 이에 대한 비판과 재반박 논리는 어떤지 등이 실린 부록 부분도 무척 의미있다 하겠습니다.
위 두 책 모두에 궁궐을 소개하는 부분이 있어 반가웠어요. 특히 ⟪권력과 인간⟫에 실린 ‘임금 침실의 풍경’은 조선시대 때는 물론 지금도 정확한 모습을 알 수가 없어 추측과 상상만의 공간이었던 왕과 왕비의 침실 모습을 자세히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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