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으로 보는 역사_추석 추천영화 <사도>(03)
사극으로 보는 역사_추석 추천영화 <사도>(01)
사도세자에게도 행복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첫아들을 낳을 때였죠.
아들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해 사도는 꿈까지 꿉니다.
<실록>도 이때를 기록했습니다.
왕은 …(중략)… 창경궁(昌慶宮)의 경춘전(景春殿)에서 탄생하였다. 처음 장헌세자가 신룡(神龍)이 구슬을 안고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서, 꿈을 깬 다음에 손수 꿈속에서 본 대로 그림을 그리어 궁중 벽에 걸어 놓았었다.
― <정조실록> 1권, 정조 즉위년(1776년) 3월 10일
위에서 말하는 왕은 정조, 장헌세자는 사도세자를 말합니다.
조선시대 왕에게는 이름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장헌세자’는 아들 정조가 올린 이름이고,
‘사도(思悼)’는 아버지 영조가 내려준 시호,
‘장조(莊祖)’는 고종이 사도세자를 추존왕으로 높일 때 붙인 이름입니다.
영화에도 위의 <실록> 내용처럼
사도(유아인 분)가 용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날은 세자빈(문근영 분)이 아들(정조)을 출산한 날이었습니다.
기다리던 자식이 태어나 기쁜 사도가
자신이 그린 용 그림을 들고 뛰어오자,
그 모습을 본 홍봉한(사도의 장인)이 말합니다.
“저하, 이 그림은 부채로 만들어 두었다가
훗날 세손이 보위에 오르는 날 바치도록 하겠나이다.”
영화에서 세자가 뒤주 속으로 들어갈 때,
홍봉한이 몰래 뭔가를 넣어주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도가 그렸던 용 그림으로 만든 부채였습니다.
이 부채는 영화에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뒤주에 갇힌 사도는 잠깐이지만 한여름 무더위를 부채로 견딥니다.
고통스런 시간 동안 부채 그림을 보면서 행복했던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죠.
부채는 훗날 정조가 왕이 된 후,
어머니를 위해 연 잔치 때도 등장합니다.
정조가 이 부채를 들고 나와
어머니를 위해 춤을 출 때 말이죠.
나이든 어머니를 위해 마련한 잔치였지만,
어머니 혜경궁과 정조에게는 온갖 감정이 치솟던 순간일 겁니다.
저는 이 영화의 ‘부채’ 에피소드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용 그림을
감독의 상상력으로 부채로 만들어
영화에서 중요한 장치로 사용했거든요.
덕분에 잠깐이지만 정조로 변신한
배우 소지섭 님의 춤 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기록을 보면 사도세자가 그린 용 그림은
창경궁 ‘경춘전’ 벽에 걸어두었다고 전합니다.
경춘전은 혜경궁이 머물던 공간입니다.
정조가 이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기록에는 있지만 이 그림은 현재 사라져 없습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다면 소중한 보물로 지정되었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