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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Apr 11. 2023

1,000,000,000,000개의 냄새.

우리는 후각으로 살아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소중한 사람에게 손편지를 써봤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펜을 잡고 글을 쓰는 행위로부터 묻어 나오는 정성과 진심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편지에는 빼곡히 나열된 글자만이 아닌, 쓰는 사람의 마음도 함께 전달된다.

 

살면서 한 번쯤 손편지를 써봤다면, 받아도 봤을 텐데 기분이 어떠했는가?

손편지를 쓸 때의 내 마음처럼 상대방의 마음이 온전히 느껴졌었나?

마음은 그렇다 치고 그 내용이 자세히 기억은 나는가?


 꽤나 로맨틱한 사람들 중에는 편지지에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향수를 살짝 뿌려 보낸다고 한다. 종이에 묻은 향은 생각보다 오래도록 유지되어 읽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편지를 받은 사람은 진심 어린 글을 읽는 시각과 계속되는 발향으로 인한 후각이 동시에 자극되고, 이러한 복합적 자극은 뇌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하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된다. 그 향을 맡으면 그 편지가 생각나서. 



우리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후각으로 살아가지만 대부분은 시각에 의존하며 살아간다고 느낀다. 하지만 다음 문장부터 그 생각이 바뀔 것이다. 시각은 약 500만 개의 색깔을 4개의 수용체로 인해 지각된다. 이처럼 시각은 한정적인 범주 안에서만 색을 인지한다. 반면에 후각은 약 1조 개에 달하는 냄새를 1000개가량의 수용체로 구분하고 인지한다. 애초에 시각과는 비교 자체가 안된다.


예상치도 못한 낯선 곳에서 갑자기 친숙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느꼈을 테지만 그건 후각이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세상 속에 너무나도 많은 냄새들이 뒤섞여있는데, 우리의 후각은 그중 친숙한 냄새를 먼저 뇌에 전달해 주어 이 공간이 마치 익숙한 공간인 것처럼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후각은 우리의 기분과 감정까지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 (치킨 냄새를 맡으면 맛있을 거란 것과 먹고 싶다는 것, 그로 인해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수많은 감정 중 가장 흔하지만 우리가 가장 원하는 '행복'을 느끼기 위해선 1000개가량의 후각 수용체를 필요로 한다. 이 수용체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이를 컨트롤해 줄 중앙제어시스템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뇌다. 이 말은 즉, 뇌는 코의 안내를 받아 기능한다는 것. 



 아마 이 글을 읽고 나면 한동안은 냄새에 민감해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게 필자의 목적일지도.

보다 많고 다양한 냄새를 맡는 것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이다. 거의 모든 기억들은 냄새로 기록되고 있으니까. 우리의 행복한 모든 순간들도 그때의 냄새를 기억하는 것이니까. 그러므로 헬스장에서 근육을 만들기 위해 훈련하듯, 후각도 의식하여 연습하고 훈련해 보자. 강한 후각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냄새 연습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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