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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Jul 27. 2021

페미니즘의 순기능

적을 만들려고 하면 제 기능을 못하기 마련.





난 항상 어느 대상에 대해 수박 겉핥기 식의 지식만 가지고 있을 땐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본다. 그렇게 그 대상을 머릿 속에 재정립시킨다.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보면 내가 알고 있었던 내용이 틀렸을 때도 생각보다 많고, 애매모호했던 지식이 확고해지기도 한다. '사상'이란 단어가 후자였다. '사상'이란 단어가 포함된 글을 읽거나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를 해줄 땐 두루뭉실하게 이해할 수는 있지만,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지는 못할만큼 내 것이 아니었던 단어.  



페미니즘. 오랫동안 지켜봐오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오직 혼자만 갖고 있었다. 근데 여기서 내 생각을 조심스레 이야기 해보고 싶다. 페미니즘의 순기능은 오랜 시간동안 남성위주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주체성과 권리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사상이다. 이대로라면 남자인 나도 동참하고 싶을 만큼 올바른 방향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여성들이 가정, 혹은 사회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겪었던 차별이나 부당함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에. 


오래 전 친할머니 댁에 갔을 때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엄마만 주방일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정말 싫었다. 그래서 나라도 도와야 겠다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의 손을 뺏으려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할머니가 버럭 화를 내셨다. 어디 남자가 주방에 들어오냐고. 나의 친할머니였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엄마만 일을 하는 것도 싫었고 내가 남자라서 일을 도우면 안되는 것 또한 너무 싫었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 것을 넘어서 여자만 주방 일을 해야한다는 세뇌를 당한 상태라는 게 더 더욱 암담했다. 나는 못되먹은 손자를 자처했다. 할머니의 말을 무시하고 엄마의 손을 뺏었다. 세상이 어느 땐데 아직도 조선시대에 살고 있느냐고. 앞으로 남자고 여자고 같이 먹었으면 같이 치워야 된다고. 새파랗게 어린 내가 뱉은 한마디에 순간 집안은 싸늘해졌다. 버릇 없이 보일 걸 알았지만 나라도 불을 붙여야 할 것 같았다. 그 뒤로 식사 후에 편안히 쉬는 사람이 없어졌다. 처음에 어른들은 다소 어색함을 느끼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흐른 우리집은 더 이상 엄마만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 속에선 페미니즘 운동이 적합하다고 본다. 더 이상 여자만 집안 일을 해야한다는 구닥다리 전통은 사라져야 하니까. 하지만 요 근래의 페미니즘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변질되었다. 래퍼이자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스윙스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던 글을 봤다. 하나의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본인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외의 것은 모두 나쁜 것, 혹은 적으로 삼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본인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무력함과 시기, 질투만이 가득해 상대방의 대한 존중을 잃은 자들이라고. (어렴풋이 기억해낸 글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의미였다.) 앞서 말했던 '변질된 페미니즘' 을 가진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스윙스는 페미니즘을 언급하지 않았음. 절대적으로 나의 의견임.) 단순히 여성의 주체성과 인권을 끌어 올리기 위함이 아닌, 남성만의 모든 것들을 근거없이 비난하고 비하한다. 남성을 바닥으로 내몰아야 현재 여성의 위치가 자연스레 올라간다는 마인드. 그 것은 여성의 인권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남성의 인권이 내려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특정 성별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입장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의 인권이 보다 존중받아야 함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는 편. 하지만 순기능을 잃은 페미니즘에는 적극 반대한다. 특정한 사상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를 인식하게 하는 일은, 반대되는 것들을 내리깎는데서 시작하는 게 아니다. 반대의 입장을 보다 더 공부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의도치 않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양측의 원만한 교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이상적인 사상전개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과정이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적어도 한쪽이 적이 되는 상황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 모두는 소중한 존재임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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