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갈까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각자 하나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의도치 않게 맞이하게 되는 고난들이 될 수도 있고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물일수도 있다.
어릴때 부모님은 ‘인간극장’ 이란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보셨다. 솔직히 이해가 안됐다. 더 잘난 사람들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얻어 우리의 삶에 적용시키는 쪽이 훨씬 나아 보였다.
부모님이 ’인간극장‘을 보는 이유는 단순히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보면서 현재의 내 삶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고 싶었던걸까. 아니면 지금 우리가 겪는 것들은 정말 별 일이 아니란 걸 확인받고 싶었던걸까.
나는 근래의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은 없을거라고 항상 좌절 속에 빠져있다. 그래서 ‘인간극장’에 나오는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본다거나,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 때 알았다.
부모님은 ‘인간극장’을 통해 이겨내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었다. 보기만해도 견뎌내기 힘들어보이는 삶 속에서도 그들은 대부분 이겨내고 있었다. 현실이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매순간 긍정적인 태도를 무기로 하루하루를 희망적으로 살아간다.
아, 나는 이 전쟁터 한복판에 맨손으로 숨어있었구나.
맞서 싸울 태도가 없는 사람한텐 어느 누구도 총자루를 쥐어주지 않는구나. 그저 숨이 붙어있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구나. 아무도 모르는, 지극히 내 안에만 부는 바람에 너무 크게 흔들렸구나.
무기가 필요하다. 그간 이런저런 핑계로 다 놓고만 있었던 것들을 이제라도 다시 내 영역으로 만들어야겠다.
차라리 잘됐다. 더 이상 잃을 것 없이 얻을 것만 있어서.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그 때 난 더 높은 곳에 있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