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절인연의 본 뜻은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다. 하지만 현대에는 모든 인연은 유효기간이 있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맞다. 평생 가자던 친구들은 언젠간 각자의 새로운 친구,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고, 우리는 점점 한 때 좋았던 추억 정도로 서서히 멀어질 것이다. 이게 잘못된 거냐고 묻는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 모든 순간은 찰나로 존재한다. 그 찰나는 1년이고, 10년이고, 100년일 뿐임을 나는 아니까. 헤어짐은 아쉬움, 슬픔 같은 감정의 대명사가 아니라, 삶의 호흡이다. 이별은 날숨이고, 새로운 만남은 들숨이다.
이렇게 우리는 평생을 살고있지만 유독 떠나보냄 앞에선 대인배일 수가 없다. 안녕,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불편하게 우리를 떠나니까. 어쩌면 한 때 좋았던 시간들을 서랍에 고이 간직해 두고, 가끔 꺼내어 보는 게 우리들의 인사일지도 모르겠다면서. 더더욱 찝찝하게.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게서 멀어지고 있는 누군가에게 평생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혹은 그런 말도 꺼내 보이지 않고 싶다. 너희의 새로운 시간들 속에 문득 내 생각이 날 정도로 빈틈이 크게 벌어졌을 때, 언제든 날 떠올리고 찾아도 괜찮다. 수년만에 갑자기 연락해도, 설령 우리가 좋지 못하게 멀어졌어도 이제 나는 다 괜찮을 정도가 됐다.
시절인연을 통해 떠나보냄을 배운다.
그리고 그들이 잘 살고 있기를 바라는 것까지 배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