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9
무중력 드리블의 소유자.
프리미어리그 통산 최다 도움왕.
프랑스산 박지성.
필드위의 모짜르트.
때는 2007-2008 잉글랜드 프리이머 리그.
어느 누구도 아스날이 이렇게까지 잘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던 시즌이었다. 모두들 4위권 밖으로 나가 떨어질거라고 혀를 찼을뿐.
베르캄프가 은퇴를 하고 믿었던 앙리마저 꽤 오랜 기간 부상을 앓는 등 아스날의 위엄이 급격히 추락하는 듯 보였다. 그들과 같은 슈퍼스타가 없었다. 아르센 벵거의 가치관에 따라 팀엔 유망주라 불리우는 경험이 적고 어린 선수들이 대거 차지하게 되었고 앞서 말했듯 모두들 아스날은 이제 '지는 해' 라는 평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팬인 나조차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애초에 자금이 많은 구단도 아니었던 탓에 팀의 중심을 잡아 줄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할만한 여유도 없었거니와 벵거의 정책 자체도 그런 영입을 꺼려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이 고비를 넘길 것인가 걱정부터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기존의 하이버리 스타디움을 홈경기로 쓰던 아스날이었는데 마침 06-07 시즌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라는 신축 홈경기장으로 옮기기도 한 시기라서 팀 자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혼란스러움도 분명 있었을거고, 반면에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마 후자였던 걸까?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아스날 선수들은 리그에서 미친듯이 날아다녔다.
파브레가스의 롱,숏 가리지 않는 엄청난 정확도의 패스,
박지성급 활동량으로 필드 전체를 물들이는 플라미니,
상대 수비수가 무안해질 정도로 간결한 드리블로 공간을 만드는 흘렙,
이 모든 선수들과 합을 맞추며 공격을 이끌어가는 로시츠키.
사람들은 이 네명의 선수들을 황금의 4중주라 불렀고, 아스날을 상대해야 하는 상대팀들은 황금의 4중주를 극도로 두려워했다. 마치 게임에서나 구현 가능할 법한 패스웍이나 움직임들을 이들은 실제로 해내고 있었기 때문에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들을 응원하는 입장에서도 매번 경기를 보며 소름끼칠 정도 였으니까.
비록 리그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진 못했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을 정도로 강력했던 건 사실이었기에 팬들은 이들에게 여전히 박수를 보냈던 아주 감동적인 시즌이었다. 매경기가 너무나도 역동적이고 스피디했으며 모두가 환호할만한 멋진 경기들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한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그들의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정상에 오른다면 더할 나위없이 뿌듯하고 감격스럽겠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만큼 노력했고, 또 그 것을 경기장 내에서 멋진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것,
그 자체가 팬들을 위한 보답이기 때문이다.
팬들을 항상 그들 때문에 울고 웃으며 희노애락을 함께하고 있다.
팬들을 결과보다 그들의 과정을 더 높게 사곤 한다.
항상 멋진 경기를 보여주는 아스날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