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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Aug 21. 2020

아르테타의 능력.

Day 21




"더 이상 누군가에게 패배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아르테타를 보고 있으면 영국 런던에 그런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축구라는 분야에선.


축구계의 유재석이라고 해야할까? 예능프로그램 안에서 동료 연예인들이 본인의 매력을 한껏 뽐낼 수 있도록 떠받쳐 올려주면서 수많은 스텝들과 카메라를 장악한다. 또 미담제조기라고 불릴 정도로 카메라가 꺼진 사생활 속에서도 변함없이 동료와 후배들을 진심으로 챙겨주고 감동의 눈물을 쏟게 만든다. 이처럼 유재석이 대단한 이유는 왠만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 어려웠을 것이다. 방송 일이라는게, 특히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라는 게 전반적인 프로그램 분위기도 살펴야 하고, 출연자들의 성격,분야,현재 상황 등 수많은 것들을 혼자서 파악하고 그에 맞는 멘트나 행동을 위트있게 녹여내야 한다. 그래야만 시청자들이 봐줄테니까.


본인은 우연히 예능촬영 현장에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한 프로그램의 MC의 능력에 따라 스텝들의 업무량과 시간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또 촬영 후 편집하는 과정까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데, 유재석과 같은 탑급 MC들은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해당 스태프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실제로 그렇게 전체적인 상황을 다 고려하고 진행을 한다는 건 수십년의 내공이 없으면 절대로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능력이라고 느꼈었다.


아스날에서의 아르테타가 그런 존재라고 느꼈다. 우나이 에메리가 처참하게 경질되고 난 뒤, 수많은 아스날 내부고위층들 및 스태프들이 아르테타를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팬들을 아르테타가 차기 감독으로 언급되기까지의 전후상황을 전혀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또 아르테타 커리어의 첫 감독이었기에 감독으로써의 능력엔 의구심이 먼저 들 수 밖에 없었다. 아르테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아니 어떤 감독일까?





어느 누구의 탓도 하긴 싫지만 에메리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아스날을 아르테타가 어떻게 손볼지 궁금하기도 했다. 전술도 전술이지만 팀내 사기가 말도 아니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에메리는 아마도 선수단을 압도적으로 장악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본인이 이뻐라 하는 선수들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기용임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출전시켰고 (귀엥두지라던가) 이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마찰이 꽤나 잦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감독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는 것 자체로도 설명이 되는 부분. 팬들조차도 에메리의 선수단 운용방식에 많은 불만을 표출했을만큼 불안정한 상태의 아스날이었기에 아르테타의 어깨엔 더 없이 무거운 짐들이 실려야만 했다.


아르테타는 무려 5개국어를 한다.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포함해 프랑스어,현재 사용중인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능숙하게 사용할 줄 알며, 포르투갈어와 이탈리아어 까지 기본적인 회화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아스날 선수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아주 긍정적인 능력이다. 영국의 리그라고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영국선수도 아님은 물론이고, 타국에서 넘어온 선수들 모두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것 또한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와 선수, 스텝과 선수들 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만큼 아르테타의 다국어 실력은 선수들과의 소통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그런 팀을 바라보는 스텝들이나 선수들, 또 팬들에게 아주 흐뭇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다국어능력을 바탕으로 아르테타는 항상 선수 개개인과 소통하려 노력한다. 혼자서 겉도는 선수에게 직접 다가가 인사하고 안부를 물으며, 급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땐 30분 후에 다시 이야기 하자고 한 뒤 실제로 다시 돌아와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한다고 한다. 또, 팀내의 스타급 선수들에게도 다른 선수들과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어느 한명도 스스로가 우월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 팀이 망가질지도 모르겠단 우려에서 였을까?





이러한 경기 외적인 부분부터 시작해, 아르테타는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코치 경험을 바탕으로 아스날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에메리 시절 제대로 기량을 발휘해지 못했던 쟈카를 살려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웅장해졌다. "쟈카는 이렇게 쓰는거야" 라는 듯이 16년차 축구 팬이자 아스날 팬인 나에게 하나의 가르침을 주었다.

또 이적설로 뜨거웠던 오바메양,토레이라 등과 같은 팀의 알짜배기 선수들의 이야기가 싹 사라진 것만 봐도 아르테타가 선수들에게 얼마만큼 신뢰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드필더의 모든 자리를 소화할 수 있던 선수시절, 펩 과르디올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맨체스터 시티 코치시절,아스날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중인 감독생활.


축구로는 말할 것도 없이 존경스럽지만, 난 그의 부드러운 장악력이 너무나도 부럽다. 호통치거나 화내지 않고 사람을 다루는 능력.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판을 만들기 위해 사람이면 사람, 축구면 축구,그 외의 내부적인 부분이면 부분.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기 때문에.


여태껏 아르테타에 대한 비판이나 부정적인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온통 칭찬만 자자할 뿐. 물론 그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반응과 결과들이겠지만 동시에 배우고 싶은 부분이기에 앞으로도 계속 아르테타라는 사람 자체를 응원하고 존경하고 싶다.


최근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를 격파하며 FA컵 14번째 우승이라는 쾌거를 맛보게 해준 아르테타가 너무 고맙다. 현재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아스날이기에 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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