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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건하 Feb 25. 2022

황희찬 선수, 축하하고 미안해요.

한국사람인 아스날 팬에겐 이보다 좋은 결과는 없다.




보통 감동이라고 하면 예술 분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다가, 혹은 음악을 듣다가. 하지만 난 스포츠, 아니 축구, 아아니! 아스날에게서 어언 17년째 감동을 느끼는 중이다.


금일 새벽의 감동이 선사되기 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근래의 감동은 아마 15/16 프리미어리그 였을거다.

현재 맨시티의 기세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던 레스터시티와의 경기.

정규시간이 다 끝나고, 종료휘슬이 언제 울려도 이상하지 않은 시간대였다.

정말 마지막 기회. 크로스를 올리기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내고, 외질이 찬다.

박스 안에선 이미 지칠대로 지친 양팀 선수들이 몸을 부비며 애써 버텨내는 중이었고.


정규시간이 모두 끝난 추가시간에 득점하는 데니 웰백과 이에 환호하는 아스날 선수들.


이 때의 감동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한 3초 정도 걸렸을까.

웰백에 머리에 스치며 그대로 골망이 흔들렸고, 아스날의 모든 선수들은 응원단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경기를 라이브로 봤던 나는 지금까지도 그 영상을 다시 보면 소름이 돋는다.

어떻게 이렇게 드라마틱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또 그에 걸맞는 전개가 이루어졌을까?

비록 그 시즌에 2위로 마무리하긴 했지만, 팬으로썬 정말 재밌고 감동적인 경기를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금일 새벽에 벌어지고 말았다.

이번 시즌엔 우승경쟁은 할 수 없게 됐지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고 싸우는 4위 경쟁이 치열하다.

현 상황만 놓고 봤을 때 아스날이 울버햄튼을 잡는다면 굉장히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시간으로 새벽 4:45분 경기였기 때문에 볼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코로나 이슈로 연기된 경기들 때문에 꽤나 괜찮은 아스날.



아스날 팬의 본능이었을까?

너무 더워서 잠에서 잠시 깼고, 몇시쯤 됐을까 핸드폰을 봤다.

아스날과 울버햄튼의 경기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시간이었다.


'스코어만 보고 다시 잘까..?'


0:1로 지고 있었다.

심지어 황희찬에게 한골 먹어서 기분이 묘하다.

지고 있는 아스날은 못.참.지..

망태할아버지가 와도 깨기 힘든 나의 아침 잠이 이렇게나 쉽게 확 깨버릴 줄이야.

선발 명단을 보니 토미야스는 여전히 경기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스미스로우도 없었다.


'아...설마..토트넘이 번리한테 진 것처럼 또 조롱거리가 되려나..?'


하지만 경기를 보고 있으니, 절대로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선수들의 표정부터 달랐다.

때려 죽여도 이기고 죽겠다라는 의지가 표정에서 다 드러났고,

경기력 자체도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보시다시피 경기 전체를 압도한 아스날.



제발 한 골만 들어가면 술술 풀릴 것 같은 경기 내용인데!

그 골이 도무지 들어가지가 않는다.

후반 70분까지 동점골이 들어가지 않으면 정말 힘들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던 찰나.

천억좌 페페가 교체 투입되고, 연이어 은케티아까지 투입되면서 아르테타가 승리의 의지를 내비췄다.



여전히 밀어붙이고 있지만 골만 안들어가는 상황.

바로 그 때 천억좌의 아름다운 무빙에 이은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골을 넣어서 기뻤지만 혹시라도 세레모니를 할까봐 걱정부터 들었다.

왜냐면 82분에 동점골이 터졌기 때문에, 충분히 역전골까지 넣을 시간이 됐기 때문에.

동점골을 허용한 울버햄튼은 불가피하게 라인을 올렸고,

아스날은 이 기세를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정규시간이 모두 끝났음에도 나의 기대감은 식을 줄 몰랐다.

왠지 모르게, 오늘 따라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거짓말처럼 나를 압도했기 때문에.



내 촉이라고 해야할까? 정말 무섭다.

추가시간이 6분이 주어졌는데,

역전골을 95분에 넣어버렸다.



그간 골가뭄에 시달린 라카제트가 표효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짠했다.

정말 언플하나 없이 팀을 위해 묵묵히 뛰어주던 라카제트였기에 더더욱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팀 동료들도 그런 라카제트를 알고 있었다는 듯 모두 달려나와 축하해주는 모습 또한 그랬다.



대한민국의 황희찬이 득점을 했기 때문에,

아스날 팬인 한국사람 입장에선 최고의 경기 결과!



아스날이 이기면 항상 기분좋은 일이 생기던데,

과연 오늘은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 기대하며 하루를 보내보자!



짜릿한 극장골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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