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 어린이집 상담 이야기
30개월 아기 이야기
나는 18개월부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원래 목표는 24개월이었지만 어린이집 적응과 친구관계 등 3월부터 등원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듣고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아이는 2년째 어린이집 생활에 접어들었다. 육아에 별로 관심이 없고 귀차니즘이 심한 사람이라 작년 학부모 상담은 전화로 했었다. 학부모상담 방법은 미리 가능한 날짜와, 대면이나 전화로 상담방법을 신청하고 아이에 대해 궁금한 것을 미리 작성해서 원으로 보내면, 이후 날짜가 정해지고 미리 질문한 것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선생님이 답변을 준비해 주신다. 작년에는 아이가 어리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밥 잘 먹으면 된다'는 생각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우리 아이는 원래부터 잘 울지 않았다. 신생아 때부터 배고프거나 졸렵거나 뭔가 불편할 때 울었지 나랑 떨어졌다고 울지는 않았다. 그래서인가 어린이집 첫 등원 5일 동안도 울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안 우니 혹시 문제가 있나 걱정할 정도였다. 다행히 등원 둘째 주에 울어서 조금 안심했다.
이번 3월에 새로운 반 새 학기가 시작됐고 첫 주 5일 동안은 어린이집 적응 기간으로 부모가 교실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첫날 아이 손을 잡고 새로운 교실 앞까지 가니 선생님들이 기다리고 계셨다가 반갑게 맞아 주셨다. 울고 있는 아이들이 몇몇 보였지만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들을 멀뚱히 바라볼 뿐이었다. 화요일 하원 후 선생님이 전화가 왔다.
"하은이는 내일부터 어린이집 현관 앞에서 헤어져도 될 것 같아요. 교실문까지 안 데려다주셔도 됩니다."
난 얼마 전 어린이집 친구집에 놀러 가서 아이가 블록놀이를 잘 갖고 논다는 걸 알게 된지라 이번에는 30개월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작년과 다르게 대면 상담을 신청했다. 질문 사항에는 어린이집 등원 전 아침마다 옷 입기 문제를 적었다.
아이는 작년부터 어린이집 체육복 입기를 거부했고 옷이나 바지도 아무거나 입히면 울면서 벗어 버렸다. 그러면서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고르고 그걸 입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등원도 늦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또한 월, 목은 체육 활동이 있어 체육복을 입혀야 하는데 아이가 거부해 매번 가방에 넣어서 보내면 선생님이 입혀 주셨다.
상담시간에 맞춰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작고 네모난 책상 한 면에 한 분씩 세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선생님 세 분이 한 교실에서 맡은 아이들을 담당했는데, 담임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같이 지도하셔서 아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은이 담임 선생님은 내가 앉은자리 정면에 앉아 계셨다. 내 자리 앞에는 아이에 대한 내용이 종류별로 구체적으로 한 면에 빼곡히 작성된 종이가 올려져 있었다. 내용을 전부 읽은 후 상담이 시작됐다.
"하은이는 클레이놀이를 좋아해요. 놀다가도 '선생님 조물조물하고 싶어요.'라면서 점토를 달라고 해요"
'클레이놀이를 좋아한다고? 한 번도 해준 적 없는데......'
"하은이는 인사하는 걸 부끄러워해요. 그래서 같이 다닐 때 인사하는 걸 연습시킨답니다."
'내가 어릴 때 인사하는 게 참 어려웠는데 아이가 이걸 닮았군.'
선생님이 아이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면 미소를 지으며 "네 그렇군요"라고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젠 슬슬 배변훈련을 하려고 합니다. 사실 반에 기저귀 뗀 아이는 한 명밖에 없긴 해요. 그런데 이제 조금씩 훈련할 때가 돼서요. 가정에서도 아이를 잘 살펴보시고 같이 해주시면 좋아요."
이 말을 하는데 얼마 전 일이 생각났다.
"사실 제가 새 학기 시작 전 기저귀 떼려고 방학 기간에 기저귀를 벗겨 놓았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며칠 그렇게 하니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기저귀 하고 싶다'라고 하고 그 이후로 변기 근처에도 안 가요. 전에는 그래도 변기에 쉬야도 하고 응가도 했었거든요."
그러자 선생님들 역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네. 그런데 며칠 전엔 또 응가한다면서 변기에 하더라고요."
"그러면 그럴 때 엄청 크게 칭찬해 주세요. '하은이 변기에 응가했어? 정말 잘했어. 멋지다.' 이렇게요"
'그때 '너도 이제 변기에 할 때도 됐잖아. 앞으로 변기에 쉬야도 하고 응가도 해'라고 말했었는데......'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체육복이요. 어제도 아이한테 '이제 집에서 입고 가자. 선생님 힘들어' 그렇게 말했더니 '선생님이 입혀주는 게 좋아. 엄마가 입혀주는 거 싫어' 그러더라고요"
그랬더니 선생님들이 막 웃으면서 말했다.
"아. 저희가 하은이 체육복 입혀주면 엄청 칭찬해 주거든요. '하은이 체육복 잘 입네. 정말 멋지다.' 이렇게요"
그 말을 듣자 왜 아이가 선생님이 체육복 입혀 주는 게 좋은지 알게 됐다.
'내가 칭찬을 많이 안 했구나......'
며칠 전 변기에 응가했을 때도
"너도 이제 변기에 응가해. 할 줄 알잖아."라고 했던 내 모습이 생각나 씁쓸했다.
상담이 끝나고 연장반에서 간식을 먹고 있던 하은이를 데리고 선생님들과 인사 후 어린이집을 나왔다.
오늘 상담은 꽤나 유익했다.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됐고 칭찬을 안 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
앞으론 좀 더 아이 말에 귀 기울여주고 칭찬도 많이 하길 다짐하며 아이가 가고 싶다는 마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