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동물원 방문기 2
30개월 아기 이야기
드디어 동물원 입구에 다다랐다. 아이 핑계를 댔지만 사실 내가 더 가보고 싶었다. 책이나 화면이 아닌 실제로 동물들을 보고 싶었다. 표를 내고 입장하자마자 유아차, 휠체어 대여소가 눈에 띄었다. 동물원이 워낙 넓어 잠들 아이를 대비해 유모차를 빌리려 하였으나 아이가 타지 않겠다고 했다. 남편은 유모차보다 웨건을 빌리고 싶어 했다. 웨건은 네모난 바퀴 달린 상자 같아서 아이나 짐을 태우고 수레처럼 끌고 다닐 수 있었다. 더욱이 여기서 빌려주는 건 전동웨건이라 손쉽게 탈 수 있어 빌리려고 하니 대여료가 3만 원이었다.
"3만 원?"
잠깐 고민하던 남편은
"그냥 다니자."라고 했다. 어차피 세발자전거가 있으니 그걸 타면 될 터이다.
동물원 지도를 펼치니 수십 종류 동물들이 지도에 나와있었다. 보고 싶은 동물이 너무 많아 어디부터 가야 할지 고민됐다. 나는 입구 가까운 곳에 있는 기린을 보고 싶었다.
"기린 보러 갈까? 여기서 가까운데."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하은이한테 물어봐야지. 뭐 보고 싶은지."
"아. 그렇지. 하은아. 무슨 동물 보러 갈까?" 그러자 하은이가 답했다.
"원숭이 보고 싶어."
아이 의견에 따라 원숭이를 보러 갔다. 유인원관이라 돼 있는 곳에는 여러 종류의 원숭이들이 각자의 공간에 살고 있었다.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아누비스개코원숭이, 맨드릴개코원숭이 등. 침팬지나 다른 원숭이들은 어느 정도 넓은 공간에 여러 마리가 있어 괜찮았는데 고릴라와 오랑우탄은 좁은 공간에 혼자 있었다. 움직임도 거의 없었고 기뻐 보이지도 않았다. 마치 감옥에 갇힌 모습이었다. 얼마 전 뮤지컬 고릴라를 보고 와서 더욱 애착이 가는데 독방에 혼자 있으면서 바닥에 음식을 핥아먹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시렸다.
"엄마. 고릴라 똥 먹어?"
고릴라가 나이가 많아 좀 거리를 둔 곳에서 보게 돼 있었고,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핥아먹고 있었다. 아이 눈에는 바닥에 떨어진 것을 먹으니 그게 똥으로 보였나 보다.
"아니야. 음식 먹는 거야."
유인원관을 떠나며 다음으로 어느 동물을 보고 싶은지 물었다.
"사슴 보고 싶어."
'사슴이라고?'
의외다. 평소에 책이나 영상에서 자주 보던 동물이 아니었는데. 지도를 펼쳐보니 사슴은 동물원 끝쪽에 있었다. 여기서 가려면 한참을 가야 했다. 지도를 보니 가는 길에 코끼리, 코뿔소 등을 볼 수 있었다.
"가는 길이니깐 가다가 코끼리, 코뿔소도 보자."
가다 보니 저 멀리 코끼리가 보였다.
"저기 코끼리다. 빨리 가서 보자."
코끼리들이 있는 울타리로 가니 저 멀리 아래쪽에 코끼리 3마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한 마리는 어미코끼리인 듯했고 두 마리는 아기코끼리 같았다. 사람들은 학교 운동장 스탠드 같은 곳에서 수십 명이 코끼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코끼리들은 운동장 쪽에서 놀다가 점점 왼쪽에 있는 물웅덩이 쪽으로 다가왔다. 웅덩이 근처에서 긴 코로 물을 마시기도 하더니 한 마리가 물속으로 들어가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우와~~~"
코끼리가 수영하는 광경이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어선지 다들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대부분 어린 자녀들과 온 가족들이라 아이를 목말 태워 코끼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연신 핸드폰 카메라를 눌렀다.
얼마 후 또 다른 코끼리가 물속으로 들어가 둘이 같이 부둥켜안고 돌고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수영하며 노는 모습이 사람들이 물속에서 장난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다들 신기해하며 코끼리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봤다.
이후 돌고래관이 있어 고래를 볼 수 있다는 기대에 설렜다. 하지만 입구에서 보니 실제 돌고래는 없고 영상이나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돌고래를 못 봐서 속상했지만 한편으로는 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미소가 지어졌다.
다니다 보니 너무 힘들어 인근 편의점에서 자리를 잡고 빵빠레를 하나씩 먹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감 시간인 저녁 6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동물 몇 마리 보지도 못했는데 1시간뿐이 안 남았잖아"
지금까지 원숭이, 코끼리 등 몇 종류 못 봤다. 사자, 호랑이, 곰, 기린, 코뿔소 등 다른 동물들은 얼굴도 못 본 것이다.
"다음에는 아침 일찍 오자. 점심 먹고 오니깐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마지막으로 물개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큰 원을 따라서 물개, 물범, 바다사자, 바다코끼리 등 비슷하게 생겼지만 이름이 다른 동물들이 있었다.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생긴 건 비슷한데 이름이 달라 무슨 차이인가 궁금했던 동물이었다. 실제로 보니 바다사자가 이해가 됐다. 물개, 물범 등은 크기가 비슷한데 바다사자는 확실히 거대했다.
'크기가 커서 사자라고 이름을 붙였나 보다.'
실제로 보니 책이나 영상에서 보던 느낌과 달랐다.
6시가 다가오니 동물원 마감 안내멘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서둘러 입출구 방향으로 향했다. 그쪽에 기린이 있어 가는 길에 보길 기대했는데 이미 우리로 들어가고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구로 향했다.
'다음번에는 아침 일찍 오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