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정 Apr 04. 2024

이제는 블록놀이

30개월 아이 이야기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아이와 같은 반 엄마를 몇 번 마주쳤다. 며칠 전 그녀는 등원시간에 다른 엄마와 함께 나를 기다렸었다. 아이 등원 후 혼자 남산을 가려는데 그녀가 말했다.

"저희 나이도 비슷한 거 같은데 셋이 차 한잔 할까요?"

그렇게 셋이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가끔 하원시간에 만난 그녀.

"저희 집에 가실래요?"

이번이 그녀의 세 번째 제안이다. 2번 모두 아이가 안 간다고 고집을 피워 못 갔는데 오늘 또 제안을 한 것이다. 집 근처까지 가자 아이는 또

"안 갈 거야"라며 고집을 피운다.

"어쩌죠? 아이가 안 간다는데요"

그러는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그냥 데리고 들어오세요."

난 그렇게 떼쓰는 아이를 안고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넓은 거실이 눈에 띄었고 키즈카페를 방불케 하는 수많은 장난감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와우. 장난감이 엄청 많네요."

인근 도서관에 아이들 놀이터가 있는데 며칠 전 거기를 가자고 하니

"저희 집엔 부엌놀이가 두 개 있어요."라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왜 그녀가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가 됐다. 그곳에는 처음 본 신기한 장난감이 많았다.

색깔과 크기가 다른 여러 마리의 곰돌이가 있었는데 어떤 용도인지 궁금해서 질문을 하니

"아. 이건 색깔 분류도 하고 수도 세고 크다 작다도 할 수 있는 장난감이에요."

그녀는 내 질문에 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아이는 다양한 장난감 중 유난히 블록놀이를 재미있게 했다. 네모난 블록을 위로 쌓으면서

"엄마. 봐봐. 높아."라고 한다.

요즘 길다, 짧다, 높다, 낮다, 크다, 작다라는 내용이 있는 책을 즐겨 보더니 종종 그런 말을 하기 시작한다. 얼마 후 곰돌이 장난감을 갖고 여러 색깔 접시에 같은 색깔 곰을 올려놓으며

"이건 노란색, 이건 파란색, 이건 주황색, 이건 빨간색" 이러면서 색깔을 말하고 분류를 한다.

최근 부엌놀이와 아이스크림 놀이를 잘 갖고 놀아서 역할놀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블록놀이와 색깔분류를 하고 있었다. 집에 장난감을 사놓지 않고 빌려오는지라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아이 친구집에 놀러 가서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 있는 놀이터에서 빨대블록을 잘 갖고 놀았던 게 기억이 났다. 친구집에서 잘 갖고 놀던 것을 사주려고 검색해 보니 가격이 거의 20만 원대다. 가격이 비싸서 일단 보류하고 빨대블록을 찾아보니 13,000원이었다. 빨대블록은 빨대를 십자가모형으로 연결해서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장난감이다.

'이건 사줄 수 있겠다.'

전엔 집이 넓지도 않고 공간을 차지해 장난감을 사지 않았는데 아이 친구집에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바로 빨대블록을 주문했다. 아이는 빨대블록이 오니 끼우고 연결하면서 잘 갖고 놀았다. 나와 남편이 빨대로 널찍하게 네모난 틀을 만들어 주니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너무 즐거워한다.

"동굴 만들어줘."

이런 부탁을 해서 텐트 모양으로 만들어주니 처음엔 좋아하다가 안 예쁘다며 싫다고 한다.

하루가 다르게 아이가 성장함을 느끼며, 아이를 잘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장난감대여점에 비싸서 사지 못한 블록놀이가 있어 대여를 했다. 아이가 잘 갖고 놀걸 생각하니 기쁜 마음이다.



이전 15화 고릴라 뮤지컬을 보며 아빠를 만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