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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Mar 25. 2024

내 맘대로 할 거야

29개월 아기 이야기

29개월인 아이는 감기약 먹으라고 준 약통을 거절하며

"안 먹어. 내 맘대로 할 거야."라고 한다.

'뭐? 내 맘대로 한다고? 저건 또 어디서 배웠대?'

갑자기 좀 황당하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말하는 걸 들었나?'

기저귀에 소변이 가득 차서

"기저귀 갈자."라며 기저귀를 발목 부분으로 내리니

"안 벗을 거야. 내 맘대로 할 거야." 그런다.

"내 맘대로 할 거야? 어디서 들었어?"

"......"

이젠 저런 말도 하고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면서 말 쓰는 게 달라지니 신기하다.


얼마 전 아이가 29개월 들어설 무렵 쉬야했다며 10분 동안 기저귀를 3번 갈아달라고 요청했다. 쉬야했다고 해서 한번 갈아주니 조금 있다가 또 쉬야했다고 하고 계속 이런 식이었다. 기저귀를 갈 때가 됐다는 판단에 어린이집 교사를 하고 있는 지인에게 기저귀 떼는 방법을 물었다.

"우리 아이는 29개월에 기저귀 뗐어요. 공주가 그려져 있는 팬티 입히고 아이한테 '공주는 쉬야랑 응가를 싫어해.' 이랬더니 팬티에 쉬야 안 해요. 그리고 실수해도 기저귀 입히지 말고요. 그리고 아기변기에 쉬야하면 폭풍 칭찬을 해줘요. 그러면 어느 날부터 기저귀 안 입으면서 떼게 될 거예요."

마침 어린이집 방학이 일주일이라 이번 기회에 기저귀를 떼기로 하고 기저귀가 아닌 팬티를 입혔다. 팬티는 아이가 좋아하는 뽀로로와 친구들 캐릭터였다.

"하은아. 뽀로로와 친구들은 쉬야와 응가를 싫어해. 그러니깐 팬티에 쉬야 응가 하면 안 돼?"

그리고 아기변기를 가리키며

"쉬나 응가 마려우면 여기다 해. 알았지?"라고 했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기저귀를 떼겠다 결심했다.

하지만 하은이는 계속 팬티에 쉬야와 응가를 했다. 가끔 변기에 쉬야를 하면 폭풍 칭찬을 해줬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5일 동안 계속 젖은 팬티와 바지를 갈아줬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그날도 여전히 팬티를 입히는데 하은이가 말했다.

"엄마. 나 기저귀 입고 싶어."

그러고는 변기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전에는 가끔 변기에 쉬야도 하고 응가도 했는데 이젠 아예 멀리 하는 것이다. 5살 아이를 키우는 언니한테 말하니

"그럼 몇 개월 더 기다려야 돼."라고 한다.

아이가 기저귀 떼는데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보니 너무 내 욕심만 차렸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자랑하고 싶어서 더욱 빨리 떼고 싶어 한 건 아니었을까?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하은이는 어제 친척 언니들과 놀았다. 언니들은 초등고학년, 중학생, 대학생으로 하은이를 귀여워하며 데리고 다녔다. 그러면서 길거리에 있는 부스에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다.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나온 후 사진 한 장을 하은이에게 줬다. 하은인 그 사진을 나한테 보여주며

"엄마. 내 표정 좀 봐." 이런다.

어린아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웃기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아기를 안 키울 때는 아이들은 생각도 없고 어린 존재로만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워보니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다. 어린이집 엄마들과 카톡창에서 아이들이 했다고 웃기다며 올린 글을 보면 신기할 때가 참 많다.


사람은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이 된다고 한다. 나도 아이를 키워보니 그 말이 참 와닿는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아이를 달래고 혼내기도 하면서 내 욕심을 내려놓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건 참으로 힘들지만 기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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