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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Apr 11. 2024

30개월 아이와 서울대공원 동물원 방문기1

30개월 아기 이야기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아이도 동물을 좋아해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가기로 했다. 아이를 세발자전거에 태우고 지하철을 타고 4호선 대공원역에 내렸다. 선거날이라 그런지 다들 투표하고 놀러 온 듯 사람이 정말 많았.


대공원역 2번 출구로 나가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서울대공원 입구 코끼리열차 타는 곳까지 200m 정도 직진길 양쪽으로 각종 음식, 장난감, 솜사탕 등 판매하는 분들이 많았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건 남편이었다.

"번데기 먹을래?"

어릴 때 놀러 가면 많이 먹었던 음식이라 어린 시절 추억으로 먹고 싶었다.

"그래"

번데기를 이쑤시개로 하나씩 찍어 먹으며 아이도 주고 하며 먹고 있는데 남편이 말했다.

"소라도 먹을까?"

소라는 먹기가 불편해 거절했다. 잠시 후 남편이 또 말했다.

"김밥 먹을까?"

지하철 타기 전 우리는 프로틴 음식이라며 다이어트식 오리고기 파스타를 먹고 왔는데 남편은 여전히 배가 고픈 듯했다.

"그래. 김밥 먹자"

김밥과 번데기를 사서 인근 길가 앉을만한 곳에 자리를 잡고 번데기와 김밥을 먹었다.

다시 일어나 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솜사탕기계가 눈에 띄었다. 기계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솜사탕 동요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실처럼 날아든 솜사탕~

하얀 눈처럼 희고도 깨끗한 솜사탕.

엄마손 잡고 나들이 갈 때 먹어본 솜사탕~

후후 불면 구멍이 뚫리는 커다란 솜사탕"

아이는 분홍빛 알록달록하며 통유리에 솜사탕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홀린 듯 쳐다봤다.

"엄마 나 솜사탕 사줘"

이전에 여러 번 놀러 가면 솜사탕을 사주기로 약속한 터라 사주기로 했다. 솜사탕 기계는 원하는 모양을 선택하면 그 모양대로 솜사탕이 만들어지는데 그 모습을 통유리로 볼 수 있다. 아이에게 모양을 선택하게 한 후 기다리니 솜사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계가 움직이더니 아이가 고른 꽃모양 솜사탕이 완성됐다. 아이는 솜사탕을 받아 들고 좋아했다. 아이에게 달라고 조르며 남편과 셋이 솜사탕을 먹으며 가는데 불에 구워주는 가래떡이 눈에 들어왔다. 가격을 보니 2개에 천 원, 5개에 2천 원이었다.

"가래떡 맛있겠다. 가래떡 먹을까?"

남편은 2천 원을 내고 5개를 샀다. 아이도 먹고 싶었는지

"나도 줘"라고 해서 떡을 하나씩 쥐고 뜯었다. 가래떡이 연탄불에 구웠는지 표면이 좀 지저분하다 싶을 정도로 거뭇했지만 맛은 좋았다.


코끼리열차를 타려면 100m 정도 더 가야 하는데 음식 먹느라 절반도 못 왔다. 정신 차리고 가는데 이제는 길거리에 장난감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움직이는 강아지, 다양한 동물인형, 뽀로로, 아기상어까지. 아이도 정신없이 장난감을 들여다봤다.

"우리 이러다 오늘 동물원 못 가겠다. 지하철 나온 후 벌써 30분이 지났어"

지하철 출구에서 서울대공원 입구까지 5분이면 가는 길인데 뭐에 홀린 듯 그 길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정진하는데 이제는 터키아이스크림과 치킨 가게가 보였다. 현란한 아이스크림 판매인의 손놀림과 치킨 냄새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여기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또 30분이야. 어서 여길 빠져나가자. 우린 동물원에 가야 해."

난 남편을 독려하며 겨우 마의 구간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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