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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May 13. 2024

4살 아이와 무료 승마체험 이야기

31개월 아이 이야기

과천에 살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렛츠런파크 포니랜드에서 무료로 승마체험 할 수 있어. 말한테 먹이 주기도 할 수 있고. 하은이 데리고 와."

지인은 8살 아들 승마체험 하는 사진, 본인 말 탄 사진, 아이들이 말에게 먹이 주는 사진도 같이 보내줬다.

사진을 보니 하은이에게 말을 태워 주고 싶었다. 거기에 무료라니.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일요일, 교회 예배를 마치고 남편과 아이와 포니랜드로 향했다. 4호선 경마장역 2번 출구로 나와 경마장 쪽으로 200m 정도 쭉 걸어가니 막다른 길 오른쪽에 포니랜드 입구가 보였다. 현수막에는 <레츠런파크 서울 무료 승마체험>이라고 쓰여 있었다.

'저기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입구로 향했다. 입구에는 운영시간이 입간판에 쓰여 있었다. 그중 이 글이 눈에 띄었다.



, 안전한 승마체험을 위해 체격이 크신 고객님들 및 신장 105CM 아동의 참여가 제한됩니다.



글을 보자 조금 속상했다. 하은이 키는 105cm가 안되기 때문이다. 대략 93cm 정도?

'헉. 오늘 방문은 하은이 말 태워주는 건데 키 때문에 안 되겠네.'

그렇다고 돌아갈 수는 없고 어쨌든 포니랜드로 향했다. 동굴 같은 길을 지나니 또 다른 입구가 눈에 보였다. 입구에는 렛츠런파크 포니랜드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무료라더니 정말로 입장권을 끊거나 표를 체크하는 게 전혀 없었다. 지하철 탈 때 표를 찍는 곳 비슷한 곳을 지나니 우측에 레츠런파크 서울 무료 승마체험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그쪽으로 가니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저기 STAFF이라고 쓰여 있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A4지 접수칸에 이름과 연락처를 기입했다. 이미 말을 타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보였다. 기다리는데 스태프 한분이 말했다.

"아이랑 오셨나요?"

"네. 그런데 키가 105cm가 안 돼서 못 탈 것 같아요."

"105cm 안 되는 아이들은 저기 있는 조랑말을 타시면 됩니다."

정말 기뻤다. 아이도 말을 탈 수 있다니.

어떤 사람이 스탭에게 질문했다.

"말한테 먹이 주기하고 싶은데 지금 할 수 있나요?"

"잠깐만요. 이 쪽으로 오세요."

한쪽에 당근상자, 일회용 플라스틱 컵, 집게가 마련돼 있었다. 줄을 서니 컵에 가느다란 당근을 3개씩 넣어 주고 집게를 주었다.

"집게로 당근을 집어서 말한테 주면 됩니다."

아이들은 당근은 받아 근처에 있는 말에게 당근을 주었다. 하은이도 기다렸다가 당근을 받고 작은 조랑말에게 당근을 주었다. 아직 집게질이 어려워 아빠가 집게를 같이 잡아 주었다.


말 타기 체험은 정시에 시작돼 45분간 진행되고 15분은 휴식 시간이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린 후 정시가 가까워지자 말 타는 쪽 입구에 줄을 섰다. 사람들도 하나둘씩 줄을 섰다.

와보니 사람들이 많지 않아 접수, 말타기, 먹이 주기 등이 체계적이진 않았다. 접수증에 이름을 썼다고 호명해 주거나 하는 건 없었다. 줄을 서고 기다리면 순서에 따라 해 주었다.

기다리다 보니 순서가 됐다. 하은이에게 승마 모자와 승마안전조끼를 입혀주었다. 체험장에는 성인용 큰 말과 아이들용 조랑말 두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은이 차례가 됐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스태프가 손짓을 하며 부르자 아빠가 하은이를 데리고 입구 쪽으로 향했다. 입구에서부터 아이는 아빠가 동행해 주지 않아도 혼자 조랑말 쪽으로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리고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말에 올라탔다. 31개월인 하은이는 몸집이 작아 말에 올라타니 승마조끼가 귀까지 올라와 얼굴 아래쪽이 보이지 않았다.

'울지는 않을까? 무섭다고 내려온다고 하지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아이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아이는 스태프 도움을 받으며 무사히 한바뀌를 돌았다. 그리고 말에서 내려와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잘 타네. 무섭진 않았어?"

"응"

생각보다 잘 타서 놀랐다.


나도 온 김에 말을 타보고 싶었다. 줄을 서고 순서를 기다렸다. 차례가 되어 말 쪽으로 걸어갔다.

"뛰지 말고 걸어오세요." 스태프가 말했다. 말이 놀랄까 봐 뛰지 못하게 하는 듯했다. 천천히 조용히 말에게 향했다. 발판에 올라섰다.

"왼쪽발을 발 디딤쇠에 끼우고 땅을 밟는다는 생각으로 힘껏 밟으세요" 스태프가 말했다.

힘껏 왼발에 힘을 주며 말 등에 올라탔다. 오른쪽 다리도 발 디딤쇠에 끼웠다. 그러자 스태프 한 명은 앞에서 말고삐를 쥐고 당기고 한 스태프는 나를 잡아 주었다.

 말을 태어나서 처음 타봤다. 생각보다 높이가 엄청 높았다.

'말 높이가 엄청나구나. 여기서 떨어지면 크게 다치겠다.'

평소 걱정과 겁이 많은 나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말이 앞발을 드는 장면도 떠올랐다. 말이 움직이면서 다리 아래로 말 근육 움직임이 느껴졌다. 양손 앞에 손잡이를 의지하며 최대한 꽉 붙잡았다. 막상 타보니 말을 잘 타는 사람들이 존경스러웠다. 내가 정말 걱정이 많은 사람임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말타기가 끝났다. 나와 하은이 말 타는 거 챙기느라 말을 못 탄 남편이 물었다.

"어때?"

"응. 좀 무섭긴 한데 탈만해."

"나도 타야겠다."

남편은 길게 늘어선 줄 뒤쪽으로 가서 줄을 섰다.


승마체험을 하고 나니 참 기분이 좋았다. 오늘 찍은 사진과 동영상은 또 다른 기쁨이었다. 체험이 끝나고 사진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내년에도 기회 되면 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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