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정 May 29. 2024

내 친구 J

나에겐 15년 전 교회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J. 그녀는 부산사람이고 난 서울 사람이다. 나는 그녀의 나이를 정확히 모른다. 나보다 3살인가 4살이 많다. 하지만 정확하게 나이를 물어본 적이 없다. 왠지 그녀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서이다. 그녀는 결혼을 안 했다. 그래서 가끔 외로움을 탄다. 그녀는 나에게 전화를 자주 한다. 나는 그녀가 편하다. 그녀는 어떤 면에서 매우 순수하다. 가끔 '중학생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그녀를 매우 좋아한다. 그녀가 만나자고 하면 상황이 정말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만나러 나간다. 밤 9시에도, 아침 9시에도. 나도 가끔 그녀가 만나고 싶으면 전화를 건다. 상황이 되면 우리는 바로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그녀와 나는 다행히 근처에 살기에 이런 게 가능하다. 나는 3명의 친자매가 있지만 친자매들보다 그녀와 더욱 자주 연락하고 만난다. 거의 매일 통화할 때도 있다. 어떨 땐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가족?'


그녀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해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얼마 있으면 있는 논문 심사를 준비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난 그녀가 대학원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고 있다. 그녀는 몇 달 전 전화해 이런 말을 했다.

"이제 당분간 못 만날 것 같아요. 논문 쓰러 들어가요."

"네. 알겠습니다. 흑산도에 유배 보냈다고 생각할게요"

자산어보를 감명 깊게 본 나는 그녀가 공부하러 가는 게 흑산도에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하하. 정님의 유머란" J는 유쾌하게 웃었다.

"앞으로 절대 전화 안 하고 전화 와도 안 받을게요. 만나달라고 해도 안 만나주겠습니다. 논문에 집중하세요"

난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했다.

"하하하"

J는 크게 웃었다.

"7월에 만나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점심 J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예요? 나 오늘 직장이 좀 일찍 끝나가지고"

"네? 흑산도 들어가신 거 아니에요?"

"하하하 외롭네요. 잠깐 밥은 먹을 수 있어요"

"저 A 카페에 있어요"

"네. 거기로 갈게요"

우리는 어제의 전화통화가 무색하게 오늘 만나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을 가다 지렁이를 본 적이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