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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Jun 04. 2024

나의 그림책 도전기

 요즘엔 지역 도서관에서 '나도 작가 되기' 프로젝트로 그림책 만들기 수업이 많이 열린다. 수업을 통해 자기만의 그림책을 만들고 완성품은 도서관에서 전시회도 열어준다. 나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신청하게 됐다. 32개월 아이를 키우느라 의도치 않게 그림책을 매일 접하다 보니 관심이 생긴 터였다.

모임은 2달간 진행되고 일주일에 한 번 모인다. 강사는 그림책을 이미 몇 번 출간한 그림책 작가다. 수강생은 8명. 대부분이 30~40대 여성이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다양한 그림책 소개와 그림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전달식 강의로 이루어졌다.

'어떤 내용으로 그림책을 만들 것인가?'  

강사님이 내 준 숙제 서식에는 그림책 주제, 내용, 장르, 주인공 등 작성하게 돼 있었다. 그리고 대략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커다란 네모칸도.

한 주간 고민 끝에 아이와 실제로 있었던 일을 그림책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대략 서식에 맞게 글을 작성하고 그림을 채워 넣었다.


한주가 지나고 두 번째 수업. 다들 어떤 내용을 하고 싶은지 숙제를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한 명씩 돌아가며 그림책 내용을 말하다 보니 자기만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할머니와 추억, 아이들과 여행, 아빠에 대한 그리움, 아이들과 있었던 일, 아픈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 등.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이지만 어느새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었다.


 다음 주에는 더미북을 만들어오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더미북은 만들고자 하는 그림책을 간단하게 만들어보는 것이다. 강사는 본인이 만들었던 더미북이라며 그림이 여러 장 그려져 있는 손바닥 만한 종이책을 보여 줬다. 예시를 보니 대략 어떻게 하면 될지 감이 왔다.

나는 집에 있는 스케치북 12장을 찢은 반을 접어 가운데 부분을 실로 꿰맸다. 그러니 책과 같은 형태가 됐다. 그리고 그림과 글을 직접 그려 넣었다.


세 번째 모임에 각자 준비해 온 더미북을 소개했다. 한 명씩 소개를 하면 내용을 보고 강사와 다른 사람들이 코멘트를 해줬다. 나는 내용에 그림으로 개연성을 조금 더하면 좋겠다는 코멘트를 받았다. 코멘트를 바탕으로 더미북을 다시 만들었다. 그림을 거의 그려본 적이 없는 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욕심에 AI로 그림을 그렸다. AI그림은 원하는 내용을 단어로 쓰면 대략 그림이 만들어진다. 마음에 안 들면 단어를 바꿔가며 계속 만들었다. 그러다 보면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다. 그렇게 AI그림과 저번 코멘트 내용으로 더미북을 완성해 갔다.


 네 번째 모임. 내 더미북을 본 사람들 반응은 다양했다. 개연성이 생겨서 좋다는 사람과 처음 내용이 신선했다는 사람 등. 그림은 AI가 잘 그리긴 했지만 본인만의 그림을 그려보라는 등.


고민이 됐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독서모임 멤버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좋겠다'라는 조언을 해줬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난 어떤 그림책을 하고 싶은 걸까?'

그러자 하고 싶은 그림책이 명확해졌다.


딸아이와 있었던 일을 그림책으로 만들기.

그림은 서툴지만 내 손으로 그리기.

완성된 그림책은 아이에게 선물로 주기.

책 첫 장 속지에 '사랑하는 딸 하은이에게' 문구 넣기.

 


  생각이 명확해지자 그림책 내용이 정해졌다. 처음에 썼던 내용으로 돌아가고 살짝 수정하기로 했다. 그림도 대략 그려봤다. 오늘 모임에서 더미북을 보여 주니 다들 칭찬해 준다.


사실 우리 모임은 상대방 의견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는다. 다들 칭찬을 해준다.

"어머. 내용 너무 좋아요"

"그림 너무 좋아요"

"그거 정말 괜찮네요"


그래서인지 그림을 못 그리는 나는 처음 내보일 때 부끄러웠는데 칭찬에 용기를 얻었다.

옆에 앉으신 분은

"이 모임만 오면 자신감을 얻어 가요"라고 말할 정도다.


서로를 세워주고 칭찬해주다 보니 각자의 그림책이 완성되어 가는 게 보인다.

앞으로 한 달 안이면 그림책이 완성될 것이다.


아침에 열심히 그림책 숙제를 하는 나를 보며 아이가 물었다.

"엄마 이거 뭐야?"

"응. 엄마 그림책 만드는 거야. 이거 만들어서 하은이 주려고"

그러자 아이가 신나서 말했다.

"엄마. 고마워"  

완성해서 아이에게 주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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