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사발면을 보면 그때가 떠오른다.

by 하정

사발면은 보통 둥근 모양인데 네모난 모양의 도시락 사발면이 있다. 누구에게는 사발면 중 하나이지만 나에게는 추억을 떠올리는 물건이다.


아마도 초등학교 3학년 때인 것 같다. 엄마가 내 손을 잡고 피아노학원에 데리고 가셨다.


우리 집은 시골에서 5남매를 키워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다. 아빠는 하급 공무원이시면서 농사를 병행해 그나마 굶지 않고 자랐다.


나는 어릴 때 언니가 다니는 주산학원에 너무 다니고 싶어 엄마를 집에서 5분 거리의 주산학원까지 일주일을 끌고 간 적이 다. 엄마는 안 가려고 하고 나는 엄마를 끌어당기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그런데 피아노 학원은 다니고 싶은 적이 없는데 엄마가 손잡고 데리고 가셨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난 어릴 때 수줍음이 심해 어른을 보면 인사하기 너무 쑥스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선생님께 말 걸기도 너무 어려웠다. 고모나 친척분들 호칭도 부르는데 용기가 필요해 호칭을 안 하는 방법을 고민했었다.


그런데 피아노 선생님을 좋아했다. 이 분은 사실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지만 따뜻한 느낌이 남아있다.


선생님은 가끔 아이들을 사무실 같은데 불러놓고 도시락 사발면을 끓여주셨다. 당시 나는 5남매와 새우깡 하나를 나눠 먹는 게 간식이었다. 그런데 혼자 다 먹을 수 있는 도시락 사발면은 너무나 맛있는 절대적인 간식이었다.


피아노학원은 아마 그 도시락을 먹는 기대로 다녔던 것 같다.


두 달쯤 다녔을까.


선생님이 그만두신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나에게는 정말 그런 소식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울면서 "선생님이 바뀐 피아노 학원은 가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 이후로 성인이 되어 직장에 다닐 때까지 피아노 학원을 다닌 적이 없다.


어른이 되어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나도 어릴 때 피아노를 더 배웠으면 지금 잘 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리고 도시락 사발면을 우연히 보거나 먹게 되면 그때가 떠오른다.


내 어린 시절 따뜻한 추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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