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비가 내리더니 푹푹 찌는 여름 열기도 한 풀 꺾이는 듯하다.
평창으로 휴가를 떠나는데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느껴져 조금 추울 것 같았다.
아직까진 전부 여름옷이라 잠바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한 우리 두 돌 아기 감기에 걸릴까 봐 아기 잠바를 가장 먼저 챙겨 백팩에 넣었다.
언제든지 필요하면 입히기 위해서.
그리고 나도 추울까 봐 바람막이 잠바를 캐리어가방에 넣었다.
평창 도착 둘째 날. 오후 5시쯤 되니 선선하면서 찬 기운이 느껴졌다.
낮에 한참 놀고 숙소에서 잠시 쉬고 다시 나간 터라 딸아이에게 잠바를 입히고 나도 입었다.
"추운 거 같아."
남편이 말했다.
"하은이? 잠바 입혀서 괜찮아."
"아니, 나. 감기 기운도 있는데. 둘만 잠바 입고 있냐? 내 것도 챙겨주지."
보니 나와 딸은 잠바를 입고 있는데 남편만 반팔에 반바지였다.
추운지 양팔로 반대쪽 어깨를 감싸며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차 싶었다. 남편 검은색 바람막이 잠바가 있는데 그건 챙길 생각을 못했다.
"넌 남자라 안 추운지 알았지."
"나도 추워."
남편은 내심 많이 서운한 것 같았다.
얼마 전엔 야외수영장에 다녀왔었다.
난 이번 여름 수해가 너무 심해 신발이 비에 젖어 너덜너덜 망가졌다. 그래서 비 올 때 신으려고 아쿠아슈즈를 남편 것과 같이 2개 샀다.
남편은 내가 당연히 아쿠아슈즈를 챙겼을 거라 생각하고 구두를 신고 수영장에 갔다.
난 생각도 못하고 안 챙겼고(비 올 때 신으려고 산거라) 남편은 수영장에서 맨발로 다니며 고생을 했다.
남편은 그걸 두고 며칠 뭐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쿠아슈즈는 챙겨 갔다.
남편은 평창에서 아쿠아슈즈를 신고 있었다.
남편의 옷차림을 보고 있으니 안 됐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앞으로 남편에게도 신경을 많이 써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