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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Sep 18. 2023

나는 4시간만 일한다.

시간 관리 이야기

나도 4시간만 일하면서 살고 싶다?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유명한 자기 계발서 중 하나다.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제목은 들어봤을 것이다. 처음에 책 제목만 보고 '이런 내용이겠지'라고 추측했다.

<돈 버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방법과 이것을 통해 4시간만 일하는 이야기>


내 추측은 맞았을까?

정확하게 틀렸다.


이 책의 주된 요지는 일은 그대로 하지만 일하는 방식을 바꾸거나 우선순위를 매겨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식으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퇴사하라! 이런 내용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 주되게 주장하는 것은 기존 업무를 재택근무로 돌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택근무로 바꾸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회사에 출근하는 게 왕복 출퇴근시간으로 업무 시간이 낭비된다는 것을 상사한테 납득시키라던가, 어떤 상황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됐을 때 출근 때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제출하라는 식이다. 그리고 과감히 상사에게 재택근무를 요청하라고 한다. 실제로 저자는 그렇게 했고 본인도 안될 줄 알았는데 상사가 허락해 주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주된 내용은 업무에 우선순위를 두라는 것이다. 하루가 시작되면 우선순위 중 80% 이상 차지하는 일을 먼저 처리하고 다음 순위 업무를 처리한다. 또한 자잘한 업무, 예를 들면 이메일 확인 같은 경우 수시로 들어가지 말고 아침 몇 시, 저녁 몇 시 또는 일주일에 어느 날 시간을 정하고 확인하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직장 다닐 때를 생각해 보니 우선순위 없이 닥치는 대로 일했던 생각이 났다.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이 생기면 그거 처리하고 그러다 보면 어떻게 하루가 갔나 싶은 날도 있었다. 집안일도 그렇다. 매일 아침 이불을 개고 방을 치우는 건 루틴으로 하는 거라 상관없지만 빨래를 돌리거나 방 청소 등 눈에 보이는 대로 청소를 하면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는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으면서 빨래 돌리는 시간, 청소기 돌리는 시간을 정하고 실천하자 집안일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또 다른 팁은 업무를 위임하라는 것이다. 내가 다 끌어안고 있으면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며 처리 속도도 느려진다. 상사라면 과감히 직원에게 업무를 나눠주고 가급적 처리 권한도 준다. 자잘한 것까지 결재를 받다 보면 일처리도 늦어지고 고객의 만족도도 떨어진다. 크게 문제 되지 않은 업무는 직원 선에서 처리하게끔 권한을 준다.


내가 하기 힘들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비용을 지불하고 맡긴다. 예를 들어 엑셀에서 데이터를 추출할 게 있는데 양이 엄청나다면 중국이나 인도의 용역 회사(가격도 저렴하고 일도 빨리 해준다고 한다.)에 연락해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밤에 업무를 맡긴다. 시차 덕분에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결과물이 이메일로 도착해 있다.(물론 결과물이 엉망인 경우도 있지만 좋은 회사를 찾아내면 꽤 유용하다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내가 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면 비용을 지불하고 맡기는 게 유용하다는 것이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며칠 전 아기가 감기에 걸려 병원에 다녀왔다. 가까운 병원에 갔는데 일주일 약을 먹어도 좋아지지 않아 조금 멀지만 잘 낫는 병원에 갔다. 보통 똑닥이라는 어플에서 예약하고 갔는데 실시간 대기자가 2명이었다.


'2명이면 예약 안 해도 되겠다.' 생각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웬걸. 대기자 40명. 그제야 똑닥 어플에 접속해 보니 대기자 40명이라고 뜬다. 아마 일시적으로 어플 접속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보니 기존 무료였던 똑닥이 유료로 전환돼 있었다. 한 달에 1천 원, 1년에 1만 원. 가입할까 말까 고민했다.(무료로 사용하다 유료가 되면 조금은 고민하게 된다.)


40명의 대기자가 있으니 병원에서 마냥 기다릴 순 없어 인근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아기는 마들렌을 시켜 줬다. 문제는 아기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점. 토요일 오전의 한가로운 커피 타임을 즐기고 싶었지만 아기는 의자에서 내려오고 계단을 내려가고 난간에 원숭이처럼 매달리고 기저귀에 응가하고 바빴다. 아기가 다칠까 전전긍긍하며 쫓아다니다 보니 영혼이 털리기 시작했다. 똑닥에 들어가 대기순번을 확인하면 35번, 30번... 대기자도 잘 줄지도 않는다. 결국 당도 떨어지고 배가 고파 샐러드를 사 먹었다. 너무 지쳐 결국은 아기가 좋아하는 타요버스 영상을 보여줬다. 10여분 보여줬는데 그나마 여유 시간이었다.


이렇게 2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려 겨우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똑닥으로 예약했으면 여유롭게 집에서 대기하다 진료시간에 맞춰 나오면 되는 것을. 일 년에 만원 아낀다고 커피값, 샐러드값이 더 나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고민 없이 멤버십에 가입했다. 일 년에 만원을 지불하고 병원 갈 때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시간관리 팁으로 읽으면 좋은 책이 [브레이킹 루틴_저자 천인우]이다. 도서관 추천도서에 있어서 읽어 봤는데 업무를 하면서 시간관리를 하는 유용한 팁들이 나와 있다. 내용 중 페이스북에서 일한 경험과 그때 배웠던 시간관리 방법에 대해 조언해 주는 내용이 있다. 그는 업무량이 너무 많아 퇴근도 못하고 야근을 하며 일처리를 해나갔는데 동료들에게 들은 평가는 <시간관리를 못한다.>였다. 처음 평가를 받고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평가를 한 동료에게 찾아가 시간관리 방법을 물어본다. 요약하면,



업무의 우선순위를 둔다. 이메일 같은 사소한 업무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때 한번 확인한다. 회의나 출장은 요일을 정해 하루에 처리한다. 온전히 자리에서 서류만 처리하는 날도 정해둔다. 업무 처리 중 누군가 찾아와 요청을 하면 정중히 거절하고 만날 시간을 잡는다.(업무 처리 중 새로운 일이 끼어드는데 여기에 휘말리다 보면 주된 업무를 놓치게 된다.)



이 책은 시간관리 팁과 스케줄을 관리하는 어플 소개 등 유용한 내용이 많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며 공부 잘하고 페이스북에서 일한 본인 자랑 이야기라고 추측했다. 읽어보니 지극히 겸손하고 자기보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배움을 요청하는 사람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 회사 생활이 생각났다. 능력이 뛰어나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근처에도 안 갔던 자존심 부리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시간관리 팁 외에도 회사생활 방법과 마인드 등 여러 가지로 배울게 많은 책이었다.

 

 위의 두 책을 읽은 후 내 생활은 달라졌을까? 그렇다. 전에는 집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일로 느껴졌는데 책을 읽은 후

'이건 수요일 5시에 하자. 저건 매일 아침 8시에 하자.' 이런 식으로 생각을 바꾸니 집안일에 대한 부담이 확 줄어들었다.


시간관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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