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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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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Apr 15. 2024

어른들도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들이었다.

어린 왕자를 읽고

 어린 왕자는 어떤 존재일까? 책을 읽으며 문득 궁금해진다.  궁금함이 해결될 때까지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모습에서는 지금 키우고 있는 4살 배기 내 딸 같기도 하고(웃음),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라고 할 땐 세상 이치 깨달은 노인 같다.


책의 화자는 어린 시절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을 보며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해 주어야 한다'라고 하고, 어린 왕자가 살던 별을 소혹성 B612호라고 명명하며 어른들이 숫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으로 단순한 내용이지만 어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묻어 있는 문장이다.


비행기 조종사인 화자는 비행기 고장으로 인해 어느 사막에 떨어진 후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어린 왕자에게 보아뱀 그림을 보여주고 어린 왕자는 단번에 그 그림을 알아본다. 어린 왕자는 왕이 살고 있는 별,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별, 술꾼이 살고 있는 별 등 작은 별들을 방문하다가 일곱 번째로 지구에 오게 된다. 자기 별에 있는 유일한 꽃 한 송이를 지켜줬던 어린 왕자는 지구에 온 후 한 정원 안에 있는 똑같은 꽃 오천 송이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또 생각했다.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가진 부자라고 난 생각했어. 그런데 흔해빠진 장미꽃 하나를 가졌을 뿐이잖아. 그것하고 무릎밖에 안 오는 화산 세 개, 그중 하나는 아마 영원히 꺼진 채로 있을지도 모르고, 그것만으로는 내가 아주 위대한 왕자라고는 할 수 없겠어......' 그리고 풀밭에 엎드려 울어 버렸다.


이 대목을 보며 누구나 겪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보는 것 같다. 한때는 어린아이였고 별거 아닌 인형 하나로도 행복했던 그때가 떠오른다. 우리는 렇게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어린 왕자에서 백미는 역시 여우와 대화인 듯하다.


"'길들인다'는 뜻은 뭐야?"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만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게 되는 거야. 나에게는 네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네게는 내가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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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가 말했다.

"꽃이 하나 있는데...... 그 꽃이 나를 길들였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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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꽃은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고깔을 씌워 주고, 병풍으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 꽃의 벌레를 잡아준 때문이야. 불평하는 소리나 뽐내는 소리나 때로는 침묵조차 들어준 바로 그 꽃이기 때문이야. 그건 내 장미이기 때문이야."


이 대목을 읽으며 연애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지금 키우고 있는 아이가 생각나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서로 관계를 맺으며 길들이고 신경 써주며 가끔 불평 소리도 들어주는 존재들. 누구나 그런 존재가 주변에 있다. 길들여지는 정도가 깊을수록 그 대상을 잊기 힘든 듯하다.  


 어린 왕자는 자기 별로 돌아가기 위해 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뱀에 물린 후 점점 의식을 잃는다. 화자와 어린 왕자의 이별 장면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책을 읽으며 난 어느새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진 듯하다. 그와의 이별에 마음이 많이 아프다. 이 짧은 책을 읽고 벌써부터 어린 왕자가 그리워진다.


이런 책을 쓴 생 텍쥐페리는 어떤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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