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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Apr 29. 2024

미하엘 엔데 <모모> 어떻게 살아야 할까?

미하엘 엔데 <모모>를 읽고

 모모는 독일의 아동문학가인 미하엘 엔데가 1973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도서관에서 책 표지를 볼 때마다 고전으로 꽤 오래된 책일 거라 추측했는데 생각보다 최근 작품이라 새삼 놀랐다. 작가는 1929년에 태어나 1995년에 생을 마쳤다. 나와 동시대에 살았던 분이라니. 모모를 읽으면서 지금 한국 사회를 미리 알고 묘사한 듯한 내용에, 읽으면서 작가의 혜안에 감탄했다.


모모는 마을의 오래된 원형극장터 무대 밑에 있는 방에 사는 여자아이다. 나이는 8살인지 12살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낡아빠진 헐렁한 남자 웃옷에 치마를 입고 있다. 모모는 부모가 없다. 모모는 사람들의 말을 온 마음으로 들어주는 아이로 그렇기에 사람들은 모모를 만나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가 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모를 찾아온다. 모모에게는 두 명의 특별히 더 친한 친구가 있는데 도로 청소부 베포 할아버지와 관광 안내원 기기다.  기기는 젊고 잘생긴 외모에 매력적인 말솜씨를 갖고 있다. 모모는 아이들, 동네 어른들, 베포, 기기와 평화롭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회색신사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대머리에 회색 양복을 입고 항상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들은 시간저축은행에서 나온 직원들로 사람들이 시간을 아껴 저축하게 한다. 사람들은 시간을 저축하면 할수록 부와 명예가 따라오지만 반대로 점점 바빠진다. 회색신사들이 나타나면서 술집 주인은 가난한 단골을 내쫓고 어른들은 아이들을 탁아소로 보낸다.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더욱 빠르게 효율적으로 잠을 안 자면서 일을 하게 된다. 점점 대화와 웃음이 사라진다.


모모는 더 이상 사람들이 원형극장에 오지 않자 무슨 일이 생긴 것을 감지하고 결국 회색신사의 정체를 알게 된다. 모모는 그들의 정체를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시도하고 그로 인해 회색신사에게 쫓기게 된다.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나면 사람들이 시간을 저축하지 않게 되는 게 두려운 그들은 모모를 제거하려고 한다. 하지만 모모는 시간을 관장하는 호라박사와 거북이 카시오페이아를 만나 위기에서 도움을 받는다.


관광 안내원 기기는 매력적인 말솜씨로 유명인사가 된다. 현대사회로 치면 유명 연예인이다. 그는 모모를 만나 너무 기쁘지만 바쁜 스케줄로 모모와 대화할 시간도 없다. 기기는 부자 동네에서 궁전 같은 집에 살지만 눈빛은 공허하다.


도로 청소부 베포 할아버지는 모모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저축하고 그것을 갚기 위해 잠도 자지 않고 청소를 한다. 베포 할아버지를 보며 얼마 전 TV에서 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중년여성이 생각났다. 그녀는 아파트 당첨에 뛸 듯이 기뻤지만 이후 집값을 갚기 위해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하루종일 청소를 다. 그녀는 대출 이율이 계속 올라가는 것에 절망하며 괴로워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제가 청소 다니는 거 몰라요. 이자가 낮으면 그나마 버틸만한데 자꾸 이자가 올라가면 마이너스예요. 지금 나이도 50대 중반인데 제가 언제까지 이 생활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느 날, 모모는 시내에서 항상 자기를 찾아오던 아이들 셋을 만났다. 세 아이는 전혀 딴판이 되어 있었다. 모두 회색 제복 비슷한 것을 입고 있고, 이상하게 굳어 있는 얼굴에는 생기가 없었다.

어느새 아이들은 커다란 회색 건물의 정문 앞에 다다랐다. 정문 위에는 "탁아소"라고 쓰여 있었다.


탁아소에 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30개월 된 어린이집 다니는 내 아이가 생각났다. 아침마다 피곤하다고 누워 있는 아이에게

"빨리 일어나. 엄마 나가야 돼. 시간 없어."를 외치는 내 모습도.


모모를 읽으며 TV고 유튜브고 여기저기서 재테크, 영끌, 대출, 아파트, 리치 등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지에 대한 내용으로 홍수를 이루는 영상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더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끊임없이 들려오는 자살 소식, 어떻게든 상대방을 이기려고 온갖 비난을 주저하지 않는 정치인들도.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무엇을 추구하며 사는 게 지혜로운 것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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