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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Oct 16. 2023

마블런 마라톤을 가다.

가기만 했다.

어제 여의도공원문화의마당에서 마블런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얼리버드로 표를 샀다. 그리고 남편과 아기를 데리고 대회장소로 향했다.

그러나...


얼리버드로 저렴하게 산 표가 무색하게

7시 집합 8시 출발인데 우리 가족은 거의 9시에 도착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나와 남편은 아침잠이 많아 일찍 잘 못 일어난다. 어제도

"내일 7시까지 갈 수 있을까? 마라톤 하기 힘들 것 같아."

남편의 약한 소리에

"여보 못 일어나면 나라도 혼자 다녀올게. 하은이 보고 있어."

"가긴 가야지. 7시까지 가기 힘들 것 같아서 그러지."


나는 새벽 6시와 6시 반에 알람을 맞춰 놓고 새벽에 알람소리를 듣긴 했지만

'못 일어나. 오늘 못 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결국 7시 반쯤 일어난 우리는 부랴부랴 준비해서 갔지만 결국 9시가 다 된 시점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이미 마라톤을 끝낸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집결해 있었다. 그들은 간식 및 메달 수령 후 다양한 이벤트에 참석하고 있었다.


 스탭에게

"저희 지금 왔는데 마라톤 할 수 있나요?"라고 물으니

"저기 검은 옷 입으신 분 보이시죠? 저분이 주최자예요. 저분한테 물어보세요."라고 한다.

그에게 가서 물으니

"이제 도로 차단도 끝나서 안될 것 같아요. 여기 줄 서서 간식받으세요."라고 한다.


결국 열심히 마라톤을 끝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땀이 범벅이 된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서서 간식과 메달을 수령했다.


그때 깨달았다.


하나도 기쁘지 않다는 것을.


노력하지 않고 뛰지 않고 얻은 메달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열심히 뛰어 얼굴이 상기된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오늘 아침 일어나기 힘들어도 어떻게라도 올걸.


후회가 밀려왔다.


 


15년간 일을 하다 번아웃이 왔고 그즈음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두었다. 그때는 일을 안 하고 사는 삶이 너무나 행복했었다. 하루하루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5년.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자신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찾아온 것은 무기력증이었다.


마라톤도 그렇고 요즘 드는 생각은 이렇다. 무언가 노력하고 땀 흘려 성취를 했을 때 그 기쁨이 참 큰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할 때 힘들긴 했지만 성취감을 느끼며 살았었다. 힘들게 일해서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기쁨은 참 컸다. 일 중독에 빠질 뻔했을 정도로.


물론 휴식이 필요하다. 아무리 성취감을 줘도 적당한 휴식이 없으면 지치게 된다.


요즘 나는 일을 안 하니 노력하는 게 없고 그래서 성취하는 것도 없다. 무난하고 평탄한 삶이지만 딱히 기쁘지 않고 그래서 무기력하다.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긴 후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글을 쓴다. 한때는 스트레스 받지 않는 이런 삶이 너무 행복했는데, 지금은 지루하다.


결국 나에게 일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래도 다시 일할 때가 된 듯하다.


앞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노력 없이 얻는 기쁨이 없음을 유념하며 일에 매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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