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가면서 딸기 두 팩을 샀다. 마트에서 싱싱하고 맛스러운 딸기들을 보니 부모님이 드셨으면 했다.
같이 간 아이도 "엄마, 딸기 딸기"라며 애타게 찾아 주저 없이 딸기를 집어 들었다.
친정에 도착해 한팩을 씻어 밥상에 올려놓았다. 부모님은
"오늘 먹을 게 너무 많은 거 아니냐?"
라고 하시면서 딸기를 집어 맛을 보셨다. 26개월 아이도 하나 먹으면 하나 더 달라며 끊임없이 딸기를 집어 들었다. 나 역시 입 안에서 상큼하게 터지는 싱싱한 딸기를 맛보며 참 잘 샀다는 생각을 했다. 남은 한 팩은 내일 먹기로 하고 김치냉장고 위에 두었다.
다음날이 됐다. 지나다니다 김치냉장고 위에 있는 딸기를 보며
'딸기 맛있겠다. 엄마, 아빠 드셔야 하니 참아야지.'
그렇게 몇 번을 참으며 딸기를 지나쳤다. 사실 식성이 좋은 나는 마음만 먹으면 딸기 한 팩 정도는 순식간에 먹어 없앨 수 있다. 그런 내가 먹고 싶은걸 참고 있는데 딸아이가
"엄마, 딸기"
"하은이 딸기 먹고 싶어?"
"응"
딸아이 말에 딸기 5개를 꺼내 조금씩 나눠 먹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저녁때쯤 아이가
"딸기 먹고 싶어"라고 해서 찾으러 가니 딸기가 보이지 않았다.
엄마에게
"딸기 어디 있어? 안 보이네"라고 물으니
"그거 물러서 다 버렸어."
"뭐라고?"
버렸다는 말에
"그걸 왜 버려. 엄마, 아빠 먹으라고 사놓은 건데. 빨리 드시지 그걸 무를 때까지 놔두냐"라고 했고, 엄마는
"하은이 먹으라고 안 먹고 있었지. 너는 그걸 냉장고에 넣어야지 밖에 두면 어떡하냐"라고 하신다.
"그런가? 금방 먹을 줄 알고 그랬지. 빨리 상하네. 어쨌든 빨리 먹지."라고 말하는 나.
"너네 먹으라고 안 먹은 거야. 그거 하은이나 주지. 아까워죽겠네"라고 말씀하시는 엄마.
다음에는 딸기 무르기 전에 꼭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