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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Dec 27. 2023

이 남자의 사랑법

"엄마, 아빠가 이거 주래"

26개월 딸아이는 조막만 한 손보다 2배는 큰 상자를 나에게 들이밀었다. 반지나 목걸이를 담는 보석상자였다.

"뭐야?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나는 방에 있는 남편이 들으라고 큰소리로 말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길이 2cm 정도 되는 짧은 막대가 여러 개 이어진 금색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난 바로 목에 걸었다. 보통 여자들 목걸이는 줄이 가늘고 가운데 하트나 곰돌이 모양 등 예쁜 장신구가 달려있다. 그런데 이건 굵은 줄에 장신구 하나 없었다. 바로 목걸이를 빼고 상자에 담았다.

"이거 당신 거잖아. 난 진짜 선물인 줄 알았네."

남편은 비슷한 목걸이를 항상 목에 걸고 다녔다.

"이거 선물 맞아. 내가 주는 거야."

"여기 2012년이라고 쓰여있는데?"

난 상자 안에 들어있는 종이를 들어 보이며 거기에 적혀있는 년도를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멋쩍은 듯 씩 웃었다.

"지금 금값 많이 올랐어. 이거 마음에 안 들면 팔아서 원하는 목걸이 사. 한 40만 원 나올 거야"

"정말?"


결혼 전에는 크리스마스에 서로 선물도 주고받고 호두까기인형 공연도 는데 아이를 낳고는 그러지 못했다. 예상치도 못한 선물에 '선물이 맞나' 했다. 선물을 받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난 선물 준비 못했는데 어쩌지?"

"괜찮아."

"기대를 안 해서 그런가 정말 기분 좋다."라고 말하니

남편은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나저나 이걸 팔아야 하나? 팔아서 목걸이를 살까 생활비로 쓸까?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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