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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 Dec 06. 2023

부모님과 여행 다녀오시는건 어떨까요?

죽음에 대해 요즘 드는 생각

추석이 지난 어느 날 얼굴이 부었다. 아침에 부은 눈을 보며 건강 걱정에 병원을 찾았다. 술로 인한 알코올알레르기를 원인으로 봤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심장전문병원으로 옮겨 각종 검사를 한 후 콜레스테롤 수치 높음과 심혈관질환 위험성 높음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의사 선생님은 위험한 수치라며 약을 처방하고 운동을 권하셨다.


이 사건으로 나는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전에는 딱히 생각지 않았던 일이었다. 한때는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딸아이를 만난 후 난 100살까지 살고 싶다. 그 아이를 위해 옆에서 건강하게 지지자로 서있고 싶다.


얼마 전 친정에서 언니와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이제는 늙었다는 생각이 들어. 전에는 이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언니 역시

"맞아.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우리는 더 이상 청년이 아님을 느끼고 있었고 그게 슬펐다.


그때 옆에서 조용히 신문을 읽고 계시던 내년이면 80이 되시는 아빠가 우리 이야기를 듣고 피식 참던 웃음이 터졌다.


우리는 안다. 아빠가 왜 웃으셨는지. 아빠 연세에 우리 대화가 얼마나 어이없었을지를.


얼마 전 아버지 생신이셔서 무한리필 훠궈집에서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했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셔서 평생 거의 매일 반주(술)를 하셨다.  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잘 드신다. 아버지가 큰 형부와 술 한잔 하며 아버지에겐 생소한 음식인 훠궈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며

'아빠는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혈압이 있지만 지금까지 딱히 병도 없고 건강하시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연세가 많으시니 언젠가는 이별할 날이 올걸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외갓집에서 신나게 놀고 온 26개월 아이는 집으로 올 때 할머니와 인사를 못했다. 엄마가 그때 집에 안 계셨다. 아이는 피곤했는지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고 집에 도착해서도 한참 있다 일어났다. 그리고는 외할머니가 생각나는지 "할머니~"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할머니 보고 싶어?"

"응"

아무래도 할머니와 인사를 못하고 와서 더 그런 듯해 엄마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아이는 할머니와 통화 후 조금 마음이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난 영상으로 보이는 엄마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엄마가 많이 늙으신 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은이가 클 때까지 엄마가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생각에 서글펐다.


5년 전 부모님을 모시고 사이판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는 결혼 전이었고 부모님과 셋이 갔었다. 하얏트호텔은 오래되긴 했지만 불편하지 않았고 정원과 오션뷰가 멋져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걱정이 많은 내가 차를 렌트하지 않은 것이다. 사고 날까 봐 걱정돼 렌트를 안 했고 그랬기에 부모님은 걸어 다니느라 힘드셨고 그래서 숙소 근처만 구경하다 왔다.(선택 관광을 몇 개 하긴 했다.)


부모님은 신혼여행 오신 듯 연신 즐거워하셨다. 특히 엄마는 20대로 돌아간 듯 평소 짓지 않는 예쁜 표정을 지으셨다. 또한 호텔 정원에서 평소 입지도 않았던 수영복을 입고 수영도 하셨다. 그때를 생각하면

'우리 엄마도 소녀 같은 모습이 있었구나. 진작 모시고 올걸 '

이런 생각과 함께

'그때 차를 렌트해서 드라이브도 하고 편하게 여행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가 된다.


내년에 아버지 팔순 기념으로 사이판에 다시 모시고 가고 싶다. 남편, 딸아이도 동행하고 그땐 꼭 차 렌트를 할 것이다.

많이 남지 않은 시간, 여행을 하며 의미 있는 기억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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