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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킴 아카이브 May 19. 2023

건킴의 책 리뷰 <호밀밭의 파수꾼>

성숙함과 미성숙함 그 사이 어딘가

안녕하세요, 영감을 나눠먹는 공간 <치즈(Cheese)>의 건킴입니다.

[instagram @gunkimm_art]


아이의 몸으로 성숙함을 꿈꾸지만 그 어떤 것 보다 미성숙할 수 없는 주인공 이야기


이야기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뉴욕의 부유한 변호사 집안의 둘째 아들로 배경을 이룬다. 그가 다니는 학교에서 한 과목을 제외하고 모두 낙제를 하는 바람에 퇴학을 당하는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학교에 머저리들밖에 없기 때문에 본인이 퇴학을 당한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의 주된 설정은 주인공이 본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여기며 본인에게 조금의 호의를 보인다면 그사람들을 치켜세워주는 극도로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한다. 어릴적 객관성이 떨어질 때 흔히들 하는 생각이며 동시에 본인이 성인과 같이 성숙함을 뿜내기 때문에 어린사람 취급을 하는 사람들 또한 멍청이 취급을 한다.


여자에게 관심이 있으면서 동시에 없는척 하는 홀든은 술집에서 만난 여자들을 못생겼다며 속으로 비난함과 동시에 겉으로는 그녀들에게 춤을 추지 않겠냐고 권하고, 그녀들의 무관심에 질타를 보낸다. 이성과 감성이 끊임없이 대립을 이루며 겉과 속이 다른 사춘기의 소년을 세심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성숙함과 미성숙함 그 사이를 말하고, 이성적 판단과 감정적 판단 그 사이를 다투며, 객관적 사고 그리고 주관적 사고의 끊임없는 대립을 다룬다.


홀든이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에게도 있었던 모습일 것이고, 그러한 모습은 인간의 본성이며 ‘어른’ 혹은 ‘성숙함’이라는 무게있는 단어들과 수식어에 버티지 못하고 우리의 본성 그 깊숙한 어딘가로 숨어들어 간다.


겁이 많고 부끄럼움이 많은 유년기 시절의 우리는 겉과 속이 다르며 이러한 과정들을 반복하며 ‘미성숙함’이라는 알을 깨고 세상에 나와 사회에 어우러지는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홀든 또한 싱클레어와 마찬가지로 데미안이라는 존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의(우리의)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면모를 너무 잘 보여주는 구절들을 몇개 적어본다.


신나는 마음에 눈을 돌돌 뭉쳤지만 던질곳이 없어 손에 계속 쥐고있는 홀든의 모습.


“나는 창문을 열고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으로 눈덩이를 뭉쳤다. 눈은 아주 단단하게 뭉쳐졌다. 그렇지만 달리 던질 데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길 건너편에서 서 있던 차를 향해 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바꿨다. 그 차는 너무 좋고, 깨끗해 보였다. 그래서 난 소화전을 향해 눈 뭉치를 던지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너무 좋고, 깨끗해서 던질 마음이 나지 않았다. 결국 난 아무데도 던지지 않았다.” 55p




같은 학교 학생의 어머니와 우연히 기차에서 마주앉게 된 홀든, 그녀와 그녀의 아들이 싫다고 속으로 말하면서 겉으로는 같이 술을 마시기를 원하는 홀든.


“펜시에 다니나봐요?” 그녀가 물었다. 아주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전화 음성에 어울리는 목소리. 언제나 전화를 가지고 다녀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어쩌면! 혹시 우리 아들 알아요? 이름이 어네스트 모로인데, 그 애도 펜시에 다니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반이에요” 그녀의 아들은 펜시가 생긴 이래로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지독한 멍청이였다. 언제나 샤워를 한 후에 축축해진 수건으로 복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엉덩이를 후려치곤 하는 녀석이었다. 정말 그런 놈이었다.


홀든은 그녀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치고 그녀가 듣기 좋아할 만한 그녀의 아들 칭찬을 지어냈다. 그리고 그녀에게 술을 마시자고 뻔뻔하게 말하지만 그녀에게 거절당하고 곧바로 그녀를 마음속으로 비판한다. 정말 이렇게 찌질한 사람이 있을까 싶은 장면이였다.


홀든이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 본인이 믿고싶은대로 나열하며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육체적 관계를 부정하는 모습이 마치 육체적 관계를 원하는데 못한게 본인이 선택한 것처럼 말하는 것 같다.


스트라드레이터가 그녀와 끝까지 가지 않았다는 건 확실했다. 제인이 어떤 아이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생각을 떨쳐버릴 수 가 없었다. 난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체커를 두는 것 말고도 제인은 운동이란 운동은 모두 다 좋아했다.


그 긴 여름방학 동안 우리는 거의 매일 아침마다 테니스를 쳤고, 오후에는 골프를 쳤다. 그러면서 그녀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 친밀한 관계였다. 육체적으로 그런 관계라는 것이 아니라, 거의 온종일 붙어 있었다는 뜻이다. 106p




학창시절의 방황하는 아이들, 그리고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착각 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주관.


피비는 오빠를 보자마자 와락 껴안으며 반가워했다. 기쁜 마음에 그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구 늘어놓는 피비. 하지만 기쁨도 잠시, 피비는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퇴학당했다는 걸 바로 눈치채고는, 홀든을 주먹으로 몇 대 때린다. 아빠가 오빠를 죽일 거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홀든에게 조금은 실망한 것도 같았다.


“오빠는 모든일을 다 싫어하는 거지?”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런 말 하지 마. 왜 그렇게 말하는 거니?” ”그렇게 보이니까 이러는 거지. 그럼 뭘 좋아하는지 한가지만 말해봐.”


하지만 홀든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떠오르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 생각해낸 답도 피비의 화만 돋을 뿐이었다. 피비는 결국 질문을 바꿔야만 했다.


“그럼 다른 걸 말해줘. 앞으로 뭐가 되고 싶은 건지 말이야. 예를 들면 과학자나 변호사 같은거”


“너 ‘호밀밭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다면’이라는 노래 알지? 내가 되고 싶은건…” ”그 노래는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와 만난다면’이야. 그건 시야. 로버트 빈스가 쓴 거잖아.


“내가 ‘잡는다면’으로 잘못 알고 있었나 봐.”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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