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데미안은 누구인가요?
안녕하세요, 영감을 나눠먹는 공간 <치즈(Cheese)>의 건킴입니다.
[instagram @gunkimm_art]
오늘은 모두가 잘 알고있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는 책에 대하여 간략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데미안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잃지 않고 갖고있는 가장 좋아하는 개념이 있는데, 그건 바로 누군가가 데미안의 모습으로 내 인생에 잠깐 나타나 나의 판도를 뒤엎고 사라진다는 개념이다. 그들은 보통 내 인생이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기차로에 레버를 당겨 새로운 길로 안내하는 존재들이다. 소설속 싱클레어는 인생의 중요한 시점들에, 다양한 형태의 데미안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들을 맞게 되는데, 싱클레어는 기존에 안정적이고 사랑이 많은 중상층 집안의 한 아이로 설정이 되어있으며, 빛의 세계에 존재하지만 프린츠 크로머라는 학교폭력(괴롭힘)으로 인해 어둠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어머니는 느끼셨을 거야. 내게 입맞춤하고 다정하게 약속하면서 묻고 또 물으실 거야. 그러면 나는 울 수 있고 목구멍에 걸린 돌덩이도 녹아내리겠지. 그러고 나면 어머니에게 매달려 그 이야기를 할거고, 그럼 일이 다 해결되고 구원이 찾아올거야!”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릴적 부모로 부터 마법과도 같은 엄청난 크기의 사랑을 느낀다, 간혹 그런 사랑은 그 어떤 슬픔까지 치유시킬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며 우리의 감정이 무뎌지는 걸까 혹은 부모의 사랑에 면역력이 생기는 걸까, 마법과도 같은 치유의 사랑은 도통 보기 힘들다. 엄마의 품에 안겨서 아픔을 위로받고 사랑으로 감정이 치유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싱클레어는 하루 아침에 괴롭힘으로 인해 존재하고 있던 빛의 세계가 암흑의 세계로 바뀐것을 느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제 내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밝은 세계였다. 나는 죄악으로 얽힌 채 적에게 위협을 받았다.”
“나는 내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고 내일의 대책을 떠올려야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내가 저녁 내내 한 일이라곤 오로지 우리 집 거실의 달라진 공기에 익숙해지려고 한 것뿐이였다.”
유년기 느끼는 무력한 본인의 존재를 체감하는 경험 그리고 힘이 없는 존재이기에 다양한 것들에 두려움을 느끼며 숨죽이고 살던 시간과 순간들이 떠올린다.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안정적인 가정속 부모는 하루 아침에 신뢰할 수 없고 기댈 수 없는 무쓸모의 존재가 되며, 집 밖은 위험한 전쟁터 처럼 느끼게 된다. 세계가 반대로 뒤집힐 때, 데미안이라는 존재가 나타나 싱클레어를 구원해주고,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접하게 되며 새로운 생각의 회로를 얻게된다. 그는 학교에서 기존에 선생님이 말하던 개념을 다시 스스로 생각하게 되고, 질문을 하며 생각하는 방식을 새로이 한다.
“우리가 배우는 것들은 대부분 확실한 사실이고 옳긴 하지만, 이 모든 걸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과 다르게 볼 수도 있지. 그러면 대개 훨씬 더 나은 의미를 갖게돼.”
현대사회에 무수히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그것들을 의심하고 다르게 보기 시작하면 대개 훨씬 더 나은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자 나는 마치 일 년 동안이나 집을 떠나 있었던 것처럼 생각됐다. 모든 것이 다르게 보였다.”
시간의 상대성 이론이 가장 적절하게 느껴지는 구절 아닐까… 그리고 그 시간의 저편에는 기존의 세상으로 돌아온 것이 아닌 새로운 세계로 넘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데미안과 거리가 멀어진 싱클레어는 선과 악 사이에 고뇌하며 금지된 쾌락을 추구하며 타락하지만 베아트리체란 여성을 우연히 만나며 또 한번의 악의 세계를 벗어나게 된다.
어느날 베아트리체의 초상화를 그려보는 싱클레어는 그림 속 데미안의 모습을 발견한다.
어느날 싱클레어는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운명처럼 느껴진다.
“운명과 마음은 한 개념의 다른 이름이다”
마음이 끊임 없이 그쪽으로 향한다면 그것은 운명의 탈을 쓰고 나를 찾아올 것이다.
싱클레어는 아이러니하게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사모하게 되는데, 그녀는 그에게 또 한번 다양한 개념에 대한 철학을 전해준다.
“태어난다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요. 새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온 힘을 다해 애쓰는 걸 당신도 알잖아요.”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아브락사스 - 고대유물 도해주석 1719년에 발간된 종교 서적에 나온 신의 개념. 선하기만 한 신이 아닌 선과 악을 같이 어우르는 신이라고 설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