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에서 열리는 건킴의 독서모임 5월 11일 목요일
안녕하세요, 영감을 나눠먹는 공간 <치즈(Cheese)>의 디자이너 건킴입니다.
Instagram: @gunkimm_art
5월 11일에 진행한 독서 모임에 대해서 나누기 위해 글을 적어봅니다.
책 목록:
건킴 - <사진의 용도>아니 에르노
한슬 - <태도가 작품이 될 때> 박보나
다은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 켈러
윤윤 - <월든에서 보낸 눈부신 순간들> 존 포슬리노
주호 - <피라네시> 수재나 클라크
지현 - <악의 마음을 읽는자들> 권일용
아영 - <지구를 살리는 옷장> 박진영
조이 -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화선 - <크리에이티브 마인드> 허버트 마이어스, 리처드 거스먼트
아니에르노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고 간직하는 시도를 하였는데,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archifashion/26
‘나는 대통령을 원한다’(조이 레너드, 1992년 미국 대선 기간에 배포된 유인물) 원문:
‘나는 레즈비언 대통령을 원한다.에이즈에 걸린 대통령과 동성애자 부통령을 원한다.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 독성 물질을 내뿜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곳에서 성장하여 백혈병에 걸릴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사람을 원한다. 열여섯 살에 낙태를 경험했던 대통령을 원한다. 두 명 중 덜 악랄한 자가 아닌 다른 대통령 후보를 원한다. 인생의 마지막 사랑을 에이즈로 잃어버린 사람, 아직도 누우면 매일 눈 앞에서 그 모습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알면서 그를 품에 안고 있는 그런 대통령을 원한다. 에어컨이 없는 대통령을 원한다. 병원에서, 교통국에서, 복지부 사무실에서 줄 서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실직자, 명예퇴직자가 되고, 성희롱을 당해본 경험이나 동성애자로서 학대를 당하고 추방당한 경험이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무덤에서 밤을 지새고 자기 집 잔디밭에서 십자가가 불태워지는 걸 보고 강간에서 살아남은 그런 사람을 원한다. 사랑을 하고 상처를 입어본 사람, 섹스를 존중하는 사람, 실수를 하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은 사람을 원한다. 나는 흑인 여성이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 충치가 있고 태도가 안좋은사람, 그 역겨운 병원 밥을 먹어본 사람, 다른 성(性)의 복장을 하고 마약을 해보고 치료도 받아본 사람을 원한다. 시민 불복종을 실천해 본 사람을 원한다. 그리고 나는 왜 이런 일들이 불가능한 것인지가 궁금하다. 왜 우리는 어느 시점에선가 대통령은 항상 광대여야 한다고 배우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왜 대통령은 항상 창녀가 아니라 창녀를 사는 남자여야 하는지, 항상 노동자가 아니라 간부여야 하는지, 항상 도둑질을 하면서도 결코 처벌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배우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 글은 ‘나’라는 사람의 가치관과 방향성 그리고 철학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글이라고 생각되어 2020년 즈음 새로운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을 소개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선물하고는 했다. 기득권에만 존재했던 사람들은 결코 소수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고,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본인이 속한 집단 외의 사람들은 무가치에 가까운 존재라고 여길 것만 같았다. 물론 이것 또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동안은 그렇게 느꼈다. 이 짧은 글은 강한 울림이 있었고, 소수자들을 대표해서 호소하는 것 같았고 나 또한 오랜 시간 외국에 ‘동양인 남자’라는 신분으로 소수자들의 축에 속했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갖고 있는 축복받은 능력을 잘 활용하지 못합니다. 눈과 귀는 집중하지도,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하면서 모든 풍경과 소리를 흐릿하게 받아들입니다. 무엇이든 잃어버리기 전에는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는, 아프기전에는 건강의 중요함을 알지 못한다는 흔한 이야기입니다.”
P232
“한 시간이나 숲 속을 걷고서도 특별히 관심 가질 것을 찾지 못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보지 못하는 나는 그저 만지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것을 수백 가지나 찾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P232”
“이 모든 것들을 직접 보고 싶다는 갈망으로 가슴이 터질 듯합니다. 만지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즐거운데 직접 본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그러나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더 적게 보는 듯합니다. P233”
당연한 이야기이며 인지하고 있으면서 항상 간과하는 감각, 삶, 그리고 일상의 감사함과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 가진것 보다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항상 달려가는 우리는 이미 가진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한번씩 짚고 넘어가야 된다. 독서 모임 당일 윤윤님이 했던 이야기 중에 인상깊었던 말은 “천국은 하늘에만 있는 줄 아는데, 위에도 있고 우리 발 밑에도 있어요” 라는 말이였다. 위의 글과 일맥상통 하는 말이 아니였나 생각해본다.
추가적으로 이 책에 대한 내용을 듣고, 수시로 하루에 몇십번이고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더 깊이있게 관찰하게 되고, 만져보는 습관이 생겼다. 암실 속에서 진행되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어졌고, 그 암실에서 제공되는 작품들은 촉각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영감은 이런 책에서 온다.)
비거니즘에 대한 내용인데,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던 개념은,
첫번째로 값이 저렴한 옷에 대한 이야기였다. 가격이 낮은 옷은 저렴한 소재에서 부터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부분 인건비가 낮은 저소득층국가에서 제작을 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저렴한 값의 옷을 산다는건 “노동착취”를 도모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귀찮겠지만 옷 하나를 사더라도 어디서 어떻게 제작이 되는지에 관심을 갖고 옷 하나하나에 더 높은 가치를 느낄 것이다.
또한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갖고있는 옷은 매년 유행에 따라 변화하는 옷이 아니라 수년이 지나도 아름다움을 자아낼 수 있는 옷이다.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할 때 마다 새롭고 유행에 따르는 예술 작품을 보러가는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그리고 앞으로도 유지될 아름다움을 눈에 담기 위해 가는것이다. 우리의 옷장 속 옷 또한 마찬가지여야 된다, 비좁은 국가에 비좁은 도시, 넘처나는 인구들, 경계없는 소셜미디어에서 남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유행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소비를 하게되고 체워지지 않는 충족감을 쫓아 옷장을 체운다.
이러한 마음의 변화는 완벽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고기를 매일 안먹을 필요도 없고, 옷을 살 때 앞으로 가죽을 하나도 안사야 될 필요 또한 없다. 다만 작은 실천들로부터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나 또한 2년동안 채식을 하며 주변 지인들에게(문명이 덜 발달된 것 같이 느껴지는) 수없이 많은 질타를 받았다. “식물은 생명이 아니냐” “채식주의라면서 우유랑 계란은 왜 먹냐” “그거 안먹는다고 몇마리의 동물들이 살 수 있냐” 등등
물론 이 덜떨어진 질문들에 하나하나 논리정연하게 대답해줄 수 있고 그래왔지만, 진정한 변화는 완벽한 한명으로부터 시작되는게 아니라 완벽하지는 않지만 작은 실천을 하는 수많은 이들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감이 갔다. (불가사리)
이번 기회에 다시 채식에 도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