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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킴 아카이브 May 12. 2023

건킴의 책 리뷰<사진의 용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사건의 현장처럼 기록하고 간직하는 방법

건킴

안녕하세요, 영감을 나눠먹는 공간 <치즈(Cheese)>의 건킴입니다.

[instagram @gunkimm_art]


아니 에르노

아니에르노는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사람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옮기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하며 서술하는 솔직함이 매력인 작가이다. 


사진의 용도라는 책은 성관계가 끝나고 널부러져있는 옷들을 사진으로 담아 둘 과의 사랑이 하나의 사건 현장처럼 기록한 내용이다. 같은 사진을 두고 두 사람이 각자 일기형식의 기록을 하며 육체가 빠져나간 옷들을 보며 그들의 감정과 시간을 상상해볼 수 있는 너무 매력적인 책이였다.


아니 에르노는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성적인 감정을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하고 접근하며 간직하는 법을 시도한다.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라는 책에서 나온 글 중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 이라는 글이 있다. 이 말은 나는 개인의 과거는 기억의 조작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게 만든 글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론에서 서술 된 것 처럼 “관측이 있기 전까지 실채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개념처럼 개개인이 갖고 있는 세계는 다 다르다. 누군가가 갖고있는 그 사람만의 비밀은 나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 사람만이 알고 있고 그 사람의 세계에만 존재한다.


예를들어 내가 12살에 만났던 캐빈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를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가정일 때 그는 다른 사람들의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내가 그의 이름이 햇갈려 그를 브라이언으로 기억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를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기 떄문에 내가 그를 브라이언이라고 기억을 하고 사람들에게 말한다면, 그들의 세계에는 내가 아는 캐빈이라는 사람이 있는게 아니라 브라이언이라는 사람만이 존재한다.



책에서 나온 사진들은 성관계 후 널부러져있는 옷들을 보며 기억을 더듬고 독자들에게 감정을 전달하는데, 그들의 기억이 외곡되고 아름답게 변질되면 우리는 그것이 곧 사실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것이다. 인간의 기억력의 한계가 가끔 아름답지 않은 기억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고, 아픈 기억을 훔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성관계를 하는 장면 자체를 영상으로 혹은 극사실적으로 글로 남기는 것 보다 시간의 흔적처럼 잔해물을 남겨 그 기억을 본인이 원하는대로 기억하고 기록하면 본인의 과거는 아름다운 과거로 바뀔 수 있다.


우리는 그림을 볼 때 또한 마찬가지로 극사실적인 그림 보다 은유적으로 이야기를 표현한 것에 흥미를 느끼고, 사진이 주는 갇혀있는 한 장면을 통해 그 상황의 다양한 것들을 상상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낀다. 우리는 현실에서 멀어지는 것을 예술로 즐기며 그것은 곧 관측자들의 낭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앞으로 개인의 기록을 미화시키는 연습을 하여 기억을 외곡시켜 무미건조한 과거를 아름답게 만들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개인의 낭만을 간직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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