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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킴 아카이브 May 05. 2023

건킴의 책 리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디자이너가 바라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안녕하세요, 영감을 나눠먹는 공간 <치즈(Cheese)>의 건킴입니다.

[instagram @gunkimm_art]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우리는 개인이 갖고있는 사랑의 형태에서 벗어나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한 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사랑에 대한 대상이 한명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권태를 포함하며 열정이 식어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그러한 감정이 식으면 사랑이 아닌 정으로 산다는 말도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사랑이라는 개념을 우리는 너무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익숙해지고 권태가 찾아올 때 손쉽게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이성에게서 일시적으로 심폐소생술을 받는 방법이 있고, 혹은 다른 다양한 방법으로 현실과 거리가 있는 것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게임, 창작물, 책, 영화 등등 개인을 권태로부터 멀어지게 해주는 것들이 있지만, 야속하게도 그러한 것들은 일시적인 마약에 불과하다.


권태로운 사랑을 새로운 사랑으로 체운다 한들, 그 새로운 사랑에게 권태가 찾아오지 않을까? 심리학적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열정있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2년 혹은 3년이라고 한다. 그 뒤에 느껴지는 감정은 가족에게도 느낄 수 있는 사랑이라는 형태로, 장작불이 꺼지고 남은 잔여불과 같은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준 책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같다.


줄거리


39살의 여성 폴은 로제라는 남자와 연인 관계로 나온다. 둘의 권태로운 관계도중 25살의 시몽이라는 남성이 등장하여 폴에게 사로잡혀 마음을 빼앗기고 그녀에게 구애를 한다. 찰랑거리는 그의 긴 머리는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부분적으로 가리며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녀는 로제로부터 받지 못하는 큰 사랑의 감정을 그에게서 느낀다. 이러한 감정을 전해받는 로제는 다른 여자를 품에 품은 상태로도 폴을 다시 소유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고, 폴에게권태의 과정과는 다르게 다시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한다. 이 과정에서 결국 폴은 로제가 다른 여자와 만남을 갖는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로제를 선택하고 로제는 다시 다른 이성으로 권태로움을 달랜다.


여기서 폴은 권태로움에 대한 권태를 느끼기에 결국 로제를 선택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며 다양한 이성에 대한 경험을 하고 그것들로 부터 오는 회의감이 존재하지 않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에 패턴이 보이고, 이전에 느끼던 사랑의 최고점을 다시 넘는 것은 힘들다고 느끼며 그러한 사랑마저도 본인을 떠나간다면, 새로운 사랑에 대한 권태가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현재 사랑이 클지라도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은 장작불의 잔여불같은 감정으로 변해 나에게 권태를 가져다 줄지 모른다는 감정에, 새로운 사랑이 시시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러한 책을 읽으면서 나는 자주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열광하고, 사랑이 결실이 맺기 전까지를 가장 흥미롭게 본다. 그 뒤에 오는 평온함과 안정감에 대해서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로 간주하고 흥행에 못미친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 인생 또한 유희로운 인생을 원한다면, 영화와 소설과도 같은 자극적인 사랑을 하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열정적인 불타오르는 사랑을 찾으러 가는 것이 맞을까?


혹은 그렇게 하면 ‘폴’처럼 새로운 사랑에 대한 권태가 오고 결국 안정감에 안주하게 될까?


이성에게 인기가 많고 노출되어있는 사람들은 안정적인 연애관계와 결혼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통계로 증명되었다. 동물 또한 마찬가지로, 화려한 외적 조건을 갖고있는 동물들이 일부다처제의 개념을 갖고있다. 새로운 사랑에 대한 갈구 또한 각자의 환경이 만들어낸 것이지 않을까? ‘절재력’ ‘윤리성’ 등등의 단어들이 과연 그들의 충성심을 어디까지나 대변해줄 수 있을까?


어찌보면 자연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낸 거스를 수 없는 욕구에 휘둘리는 육체가 인간의 본연의 보습일지 모른다.


끝으로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몇가지 적어본다. 


“메지와의 관계를 끝내는 대로 사태를 바로잡고 폴과 결혼하리라. 로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고 자기 자신조차 신뢰할 수 없었다. 그가 확신하는 유일한 것은 그 무엇으로도 부술 수 없는 폴의 사랑이었고 몇 년 전부터 그녀에게 집착해 온 자기 자신의 마음뿐이었다.”




“그녀로서는 시몽이 그 디너파티 전체를 비춰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시몽의 눈길이 등대처럼 이 분 간격으로 그녀의 얼굴에 머물며 혹시 그녀에게 틈이 나지 않는지를 살피고 있었다.”




“예를 들어 로제와의 교제 초기에 있었던 흥분과 약동 대신 발끝까지 휘감은 거대하고 나른한 권태를 느꼈다. 모두들 나에게 분위기를 바꿔 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애인을 바꾸게 되는군 하고 그녀는 서글프게 생각했다. 덜 성가시고 더 파리지앵답고 너무나 자주 만나 주는 애인으로…”




“신호가 가자마자 시몽이 즉각 전화를 받았다. 그녀가 “여보세요.”라고 하자 그는 웃기 시작했고 그녀도 따라 웃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로 해.”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그 전화에 한 시간이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로제가 위층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여러 가지를 물을 것이고, 그녀는 그를 앞에 두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사랑해.”라고 말하면서 시몽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박스 밖으로 나오면서 그녀는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기계적으로 머리에 빗질을 했다. 거울 속에는, 방금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얼굴이 있었다.




“시몽, 시몽.” 그런 다음 그녀는 이유를 알지 못한채 이렇게 덧붙였다.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 하지만 시몽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은 채 층계를 달려 내려갔다. 마치 기쁨에 뛰노는 사람처럼 달리고 있었다. 그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그녀는 조용히 문을 닫고 거기에 몸을 기댔다.




저녁 8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로제 개x끼 painting by @gunkimm_art

로제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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