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더 순수한 사랑을 그려낸 두 레즈비언의 사랑
"순수한 사랑의 형태, 그리고 그것을 묶고 있는 사회"
안녕하세요, 영감을 나눠먹는 공간 <치즈(Cheese)>의 건킴입니다.
[instagram @gunkimm_art]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라는 책인데요, 모임에 참여해주셨던 ㅇㅇ분 덕분에 평소라면 접할 기회가 없었을 책을 손에 넣게 되었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성별이 없는데, 어째서 이러한 감정을 사회가 부정하는지 모르겠네요.
10대와 20대의 반 이상을 북미권에서 시간을 보낸 저로서는 LGBT문화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아직도 한국의 법은 보수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고 이번에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몇가지 흥미로운 포인트 먼저 이야기하자면,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동사무소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면 반려를 당한다고 하네요.
이 부분에 있어서, 동성결혼이 사회에 가져다줄 부정적 가치를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날이 가면 갈수록 미혼 남여의 비율은 올라가고, 출산률 또한 낮아짐과 동시에 자살율은 하늘을 치솟고 있는 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화 속에서, 동성결혼이 어떤 예민한 문제를 갖고 있기에 아직 법안이 통관 안되었나 궁금하네요. 물론 이러한 법안이 통관 된다고 해서 출산률이 올라가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미혼 남여의 비율이 대단히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면 그 또한 합법화 시켜도 문제되는게 없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추가적으로 흥미로우면서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결혼이불가능하니까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재산상속이 가족으로 우선순위가 설정된다고 하며, 신혼부부 대출혜택, 신혼부부 청약 등등의 부부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점이였습니다. 이 각박한 세상에 이런것 까지 고민하고 마음아파해야되는가 싶을 정도로 우리에겐 당연한 것들이 그들에게 고민이 되고 힘듦이 된다는 사실이 마음아프고 놀라웠습니다.
일반적인 사랑의 형태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혹시나 느꼈을 불편함에 걱정하는 작가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였고, 특히 가장 사랑받아 마땅한 가족에게서 충분한 지지를 못 받는 부분은 정말 마음에 못이 박히는 느낌이였습니다.
최근에 읽게 된 ‘프랑수아즈 사강’ 그리고 ‘아니 에르노’ 같은 프랑스 작가들은 사랑의 욕망과 자유로운 형태를 그려내고 자극적이면서 열정적인 사랑 이야기에 전세계가 열광합니다. 사랑의 형태가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고 자극적인 사랑이 아름답고 흥미롭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결혼이라는 개념이 과연 순수한 형태로 평생 유지될 수 있을까? 라는 개인적인 고민을 갖고 있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마치 그러한 순수한 결정체같은 사랑이 가능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보다도 더 소설같은 사랑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김규진 작가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끝으로 인상깊었던 구절 혹은 이야기들을 몇가지 적어놓겠습니다.
“자국에서 인정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큰돈 들여 해외까지 가서 혼인신고를 했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우리가 받은 종이가 법적으로 큰 쓸모가 있는 서류가 아니긴 하다. 그렇지만 애초에 결혼은 호용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비효용적인 부분이 많은 계약이다. 그냥 우리의 결혼이 여느 결혼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으면 했다. 가족들이 서약식의 순간을 직접 눈으로 봤으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약속에 쏟는 진심을 나와 언니 서로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동성동본 혼인 금지, 호주제와 같이 지켜야만 할 절대적 가치로 보였던 일들이 2,30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 별것도 아니지 않나. 우리의 결혼도 30년 뒤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니, 결혼 승낙 발언으로 들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말이었다.
“결혼 축하드려요.
내 기안서는 승인되었고, 괜히 눈물이 났다. 주변 팀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혜택이니 울지 말라 했고, 나는 원래 아무일에나 잘 운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나는 6일간의 휴가와 50만 원의 경조금 지급을 승인받았다. 이 승인은 동성애자도 회사의 일원이고 같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로도 읽혔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더 많은 증명을 할 필요가 없다는 부장님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커밍아웃 이래 엄마와 사이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 내 모든 문제는 정체성으로 귀결됐다. 엄마는 내가 살이 쪄도 레즈비언이라 딸이 이 꼴이 됐다고 서럽게 울었고, 금융권이 아닌 소비재 회사에 취직했을 때도 네가 동성애자라 성공하지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렇지만 정체성에 대한 언급은 엄마에게만 허락되는 것이지, 나에게는 아니었다. 여자친구의 ‘여’ 자라도 꺼내면 황급히 화제를 돌리거나 반대로 불같이 화를 내며 내가 당신을 화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말을 꺼냈다고 여겼다. 딸은 사랑하지만, 레즈비언 딸은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다는 모순적인 얘기를 했다.
”어, 규진아, 잘 지내? 무슨일이야!”
“엄마, 내가”
“응”
“엄마, 내가 부탁이 있는데.”
“하지 마.”
“혹시 결혼식 와주면 안 될까? 나는 엄마가 왔으…”
“내가 거기에 왜 가니? 응? 난 그 결혼 축하해줄 수 없어 못해. 내가 자리만 채우고 앉아서 축하는 안하고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니? 죽었다 깨어나도 나는 축하 못한다. 끊어”
가끔 도무지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결혼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웨딩드레스를 입고 하객들 앞에 서 있지만 내일 같이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면 거절당할 거야.
…
하지만 원래 인생이 그런 거 아닌가?
…
힘든일이 많겠지만 함께 해결하지 못 할 일은 없을 거야.
우리는 지금 서로가 골라준 웨딩드레스를 입고 우리를 축하해주는 하객들 앞에 서 있어. 결혼은 이런 게 아닐까?
우리의 결혼은 행복할 거야
나랑 즐겁게 살아보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