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윤소 May 19. 2020

건 작가의 논픽션 드라마    
불통모자(不通母子)2화

- 코로나 이산가족 D-87일째, 엄마 확 강제 격리당해버릴까?

2화 코로나 이산가족 D-88일째,

엄마 확 강제 격리당해버릴까?

2화2화 코로나 이산가족 D-87일째, 엄마 확 강제 격리당해버릴까? 코로나 이산가족 D-87일째, 엄마 확 강제

오늘로 코로나 이산가족이 된 지 88일째다.

방학이 되어도 한국에 들어올 수 없다는 라파엘의 전화를 받고 나니

갑자기 더 대만에 있는 아들 녀석들이 보고 싶어 진다.

혹시나 방학에 들어왔다가 다시 대만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란다.

안 그래도 며칠 전 타이베이발 인천행 예약 티켓이

항공운항 중단으로 취소되었다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었던 상황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게 되어버린 현실의 냉혹함이 가져다준 간절한 그리움이다.

이러다 혹시, 만에 하나 국제적으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뭐야 그럼 우리도 ‘남북 이산가족’처럼 2,30년 그러다 죽을 때까지 못 만날 수도 있는 거잖아!'

이런 황당한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핑 돌았다.

아, 이건 갱년기 탓이다.

아무렴 갱년기 호르몬의 장난이 분명하고말고.

그래도 슬프고 불안한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마치 어릴 엄마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어쩌지 하며

혼자 불안감에 훌쩍이던 그때 그 느낌이다.

얼른 손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아무렇지 않은 척

괜히 휴대폰을 집어 만지작거린다.

'휴 혼자였기에 망정이지 딸 리나나 남편이 보기라도 했다면...으'

생각만 해도 부끄러움에 몸서리쳐진다.     



정작 미카엘은 방학 동안 어학원 동기들과 9박 10일 간

대만 곳곳을 여행할 생각에 부풀어 있고

라파엘이야 뭐 대만 생활 4년째에 새 여친까지 생겼으니

딱히 집 생각이 간절할 리 없을 테지만  

반 백 살 엄마는 벌어지지도 않은 미래의 불행을 상상하며 훌쩍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우습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괜히 애꿎은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두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어 졌다.

라파엘과 미카엘 반응이 궁금해지며 장난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두 녀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라파엘 엄마 내일 대만 가서 확 강제 격리당해버릴까?
14일 동안 공짜 작업실 들어갔다 생각하지 뭐... 어때?
미카엘 엄마 내일 대만 가서 확 강제 격리당하고
14일 후 여행 합류. 어때?

보내자마자 문자 옆 숫자가 사라진 걸 보면 분명히 읽은 것 같은데...

두 녀석이 생각이 많은가 보다.

금세 답이 오지 않는다.          


엄마 그건 좀... 여기서 2주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며칠 있다가
한국 돌아가서 2주 한 달을 버리는 거임...
그냥 참아요 우리


라파엘의 문자다.

진심이야 어찌 됐든 장남은 장남인가 보다 싶게

대견한 구석이 느껴지는 문자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기숙사 애들이랑 가는 건데요...
같이 여행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한데...
그럴 거면 한국 여행 가요 한국음식도 먹고 싶음, 돼지국밥


미카엘은 엄마가 도대체 왜 이러나 싶은가 보다.

그러느니 차라리 자기가 들어오겠다는 것으로 봐서

엄마랑 여행은 됐고 그럴 바에야 자기가 한국에 들어와서 (들어가면 다시 대만 못가는거 알죠?)

먹고 싶은 거나 실컷 먹겠단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답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학기 중간에 한두 번은 밑반찬이며 라면을 비롯해

즉석밥과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국제 우편으로 보내주었는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그마저도 못하게 됐으니 한국음식이 그립기도 할 것이다.

가끔 현지 한국음식점에도 가지만 맛이 다르다고 하소연이다.

2박 3일이면 도착하던 국제택배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는 아예 보낼 수도 없고

배편으로는 2개월 이상 걸린다니 어서 빨리 코로나가 지나가고

모든 것이 정상화되기를 바랄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런 아들들을 격려는 못할망정 이런 장난 문자나 보내다니...

이 철없는 엄마를 어쩌겠나!


얼른 전화를 걸어 장난이었다고 하니

라파엘은 아들 인스타 훔쳐보는 것도 모자라서

이젠 이런 장난까지 치시냐며 웃는다.

여자 친구 어떠냐고 묻자 몰래 부계정 파서 숨긴 아들이 맞나 싶게

새로 사귄 귀여운 여자 친구의 고향서부터 가족관계 장래희망까지

신이 나서 조잘조잘 수다를 떤다.

통화를 마칠 무렵 슬쩍

미카엘은 아직 여친 없고? 물었더니 걱정하지 말란다.

미카엘에게 여친 생기면 실시간으로 사진 찍어 책임지고 생중계를 해준다나?

걱정만 많고 철없는 엄마의 문자 해프닝이 이렇게 끝나나 보다 했는데

라파엘이 제법 진지하게 말을 잇는다.     


“14일 격리가 쉬운 게 아니에요.”
“미카엘도 했는데 엄마가 못할까 봐?”
“엄마 미카엘 격리됐을 때 어땠는지 아세요?
엄마 아빠 걱정하실까 봐 괜찮다고 했지만
1주일 지나니까 창문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괜히 말 걸고 혼자 웃고 그랬다구요.
자전거 타는 사람만 봐도 재밌다고 웃고...
애가 이상해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가슴이 철렁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건 작가의 논픽션 드라마     불통모자(不通母子)1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