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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니 Mar 27. 2022

브랜딩 하려고 브랜딩 하면 브랜딩을 못 한다

가장 현실적으로 퍼스널 브랜딩 하는 방법

너도나도 퍼스널 브랜딩을 얘기한다. 개인이 구축할 수 있는 미래형 먹거리랄까. 다만 그 과정은 지난하다. 브랜딩은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브랜딩을 해라, 브랜딩을 해라 말은 많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막연하게 방향성만 제시할 뿐이다. 나 역시도 그동안 그렇게 말한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사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사람마다 브랜딩 할 수 있는 자질은 다르다. 누군가는 본인이 재배하는 농작물을,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특별한 여행 경험을 브랜딩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어떻게 브랜딩해야 할까? 마케팅 이론이 아닌 실질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브랜딩 전략은 뭘까?






퍼스널 브랜딩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과정이다. 알고 있는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무엇이 머릿속을 스치는가? 같은 브랜드라도 브랜딩이 잘 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애플이나 나이키는 훌륭한 브랜드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이들의 공통점은 물론 혁신이다. 하지만 개개인이 아이폰이나 에어맥스 같은 새로운 발명품을 내놓기는 어렵다.


애플은 무엇을 파는 기업인가? 여기에 제품 단위로 대답을 한다면 반만 맞다. 적어도 브랜딩 관점에서는 그렇다. 물론 애플의 재무제표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판매량이 찍혀 나온다. 하지만 브랜딩은 그보다 더 정성적인 지표다. 애플은 폐쇄적인 자체 생태계,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미니멀한 디자인을 이용해 자신만의 철학을 판다. 창의성, 혁신, 미니멀리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나이키는 어떤가? 나이키는 자사의 제품 라인, 프로모션, 디자인, 캠페인, 리테일 채널을 통해 도전정신, 열정, 스포츠 정신,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전달한다. 물론 나이키의 운동화를 집는 모든 사람이 이런 이미지를 체화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그저 기능성이나 디자인만 보고 조던 스니커즈를 사는 사람은 없다. 운동화에 얽힌 스토리와 추상적인 정신을 구매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스토리(Story)다. 한 개인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기는 어렵다. 다만 누구나 고유한 이야기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퇴사라고 생각해보자. 똑같이 퇴사한 사람도 저마다 그 길을 택한 이유가 다르다. 과정이 다르다. 그 이후 어떻게 감정을 느꼈고, 또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가 다르다. 설령 같은 회사에서 같은 날 나왔어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저마다 특별하다. 세상에서 제일 잘났기 때문이 아니라 그게 개개인에게 부여되는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니까.


사실 애플이나 나이키가 내세우는 스토리도 추상적으로 뜯어보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열정, 창의성, 다양성은 사실 수많은 기업들이 모토로 삼고 있는 정신이기도 하다. 다만 애플과 나이키는 일관되게 자신의 스토리를 밀고 나갔고, 시대와 발맞추었으며, 동시에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미했다. 애플에는 스티브 잡스라는 입지적인 인물이 있었고, 나이키는 조던 에디션 덕분에 날개를 달았다.


그렇다면 퍼스널 브랜딩은 어떻게 구축되는가? 개개인이 가진 스토리를 통해서다. 사실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이라도 따지 않는 이상 개인이 세계 최고가 되기는 어렵다. 다만 고유할 수는 있다. 스토리는 절대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입시-대학-취업-결혼'의 전형적인 한국식 인생을 살았더라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전형적인 삶을 살았기에 더 공감을 살 수 있다. 브랜딩, 그리고 스토리는 단순한 특이함보다는 공감대를 사는 게 더 중요하다. 우주 왕복선을 타기 위해 훈련한 사람보다는, 공무원 시험에 여러 번 도전한 사람이 더 깊은 공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우주를 다녀왔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스토리가 되겠지만.


공감은 곧 스토리의 수용력을 높인다. 수용력이 높으면 대중에 소구 하기도 좋다. 설령 틈새시장을 노린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타깃으로 하는 집단의 공감대를 사지 못하면 그저 혼잣말이 될 뿐이다. 부장님 개그가 재미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콘텐츠 자체가 엉망이라기보다는 잘못된 관객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1) 같은 문제 상황을 겪고 있고 (혹은 겪었고) 2)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3) 아니면 순간마다 겪었던 감정을 정확하게 그려내야 한다.


특별히 '문제 상황'이라고 한 이유는 지금 얘기하고 있는 주제가 퍼스널 '브랜딩'이기 때문이다. 브랜딩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스토리를 위한 스토리는 한번 소비되면 그만이지만 브랜딩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문제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심심하다'도 문제일 수 있고, '위로를 받고 싶다'도 문제일 수 있다. 브랜딩에는 분명한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성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를 떠올려보자. 힐링위로공감치유 에세이는 다친 내면을 다독여준다. 자기 계발 서적은 성공이나 부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개그 영상은 생각 없이 마음껏 웃을 수 있게 해 준다. 위로, 조언, 그리고 유머는 각각의 콘텐츠가 주는 가치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저마다의 스토리로 가치가 전달된다.


그래서 브랜딩에 관한 일차적인 질문은 '요즘 뭐가 뜨고 있지?'나 '아, 유튜브 영상 뭐 찍지?'가 아니라 '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일까?'다. 스토리를 브랜드로 가공하는 건 그 이후의 단계다. 그런데 보통 이 단계에서 막혀버린다. 왜냐면 아무리 생각해도 나만의 스토리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난 그냥 평범하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그럼 질문을 바꿔보자. '난 어떤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혹은 도움을 주고 싶나?' 여기서의 도움이라는 게 자원봉사나 기부만을 칭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얘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게 도움일 수 있고, 문제에 대한 간단한 팁을 알려주는 게 도움일 수 있고, 아니면 실실 웃음이 나오게 만들어주는 게 도움일 수 있다. 도움이란 거창하면서도 사소하다.


내가 이 브런치에서 퇴사와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또 브랜딩을 하는 건 나 자신이 '퇴사 전문가'나 '독립 스페셜리스트'여서가 아니다. 설령 그런 직업이 있더라도 그들만 모든 담론을 독점하는 건 아니다. 법률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꼭 대법관이나 대형 로펌의 변호사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듯이. 물론 근거가 탄탄해야겠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나와 자영업에 유용한 법률 상식을 알려준다면? 오히려 더 신뢰가 가지 않을까?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사랑 얘기나 돈 얘기도 마찬가지다. 물론 금융사의 애널리스트나 연애 전문상담사가 나보다는 더 유용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개개인의 삶에 더 스며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업에 성공해서 막대한 부를 일군 사람보다는 차라리 소소하게 자기 집을 마련해가는 직장인의 이야기가 더 와닿는다.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꼭 엄청난 업적을 이룰 필요는 없다. 아니, 반대로 실패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성공한 이야기만큼이나 실패한 이야기에 대한 수요도 많다. 그 실패를 딛고 소소하게나마 노력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이 매거진에서 퇴사와 독립, 나다움과 충만함을 계속 얘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은 '회사에서 임원을 달고 싶은 사람'이나 '누워서 손쉽게 월 1,000만 원을 벌고 싶은 사람'이 아니다. 그보다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독립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이를 위해 퇴사를 결심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런 삶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고, 또한 이런 방향으로 도움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이런 식으로 브랜딩을 할 필요는 없다. 당장 내가 가진 전문지식을 통해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고, 독특한 나만의 경험을 풀어놓아도 된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브랜딩을 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그게 나 자신일 수도, 옆에 있는 친구일 수도 있다. 또 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민감한 피부 탓에 고생하는 자신의 딸을 위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온갖 성분과 모델부터 들이대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진정성이 있지 않은가? 적어도 '그래 보이지' 않을까?


브랜딩이란 결국 보임이다. 애플 제품을 산다고 해서 모두가 혁신가가 되는 건 아니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다고 자연스레 운동선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도움을 줄 사람을 떠올리고,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떠올릴 것. 그게 브랜딩의 시작이다. 이는 다른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과도 비슷하다. 관계란 기본적으로 '기브 앤 테이크'다. 물론 산술적으로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지?'라는 질문은 유의미하나 맨 처음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난 뭘 해야 할까?'를 먼저 떠올리고 거기에 맞는 능력을 하나씩 갖춰가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퇴사 전문가'는 없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여러 분야에서는 구체적인 직업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일과 독립이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또 돈이나 자아가 그렇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난 매일같이 퇴사를 꿈꾸는 한 명의 직장인이었다. 아주 흔한 케이스다. 물론 지금이라고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 된 건 아니지만 책 출판도 앞두고 있고, 브런치에는 다양한 글을 쌓아 두었으며, 또 플랫폼의 확장을 앞두고 있다. 나 같은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꾸준함이 열쇠다. 브랜딩은 손쉽게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명멸한 수많은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그런 관점에서 개인의 브랜딩은 기업의 브랜딩보다 훨씬 유리한 측면이 있다. 언제든 방향을 틀 수 있고 딱히 손해 볼 게 없으니까.


브랜딩만을 하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브랜딩을 할 수 없다. 브랜딩이란 문제 해결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어보자. 난 누구를 돕고 싶은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꾸준하게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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