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를 쓰고 카페에 앉으니 이게 자유로구나

남들 일할 때 노는 게 제일 좋아

by 신거니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했던가.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 쓰는 반차다. 급한 일만 끝내 놓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어쩐지 긴 휴가보다 기분이 좋다. 휴가가 길어지면 늦잠을 자고 일어나 오전 시간 대부분을 날려먹기 일쑤다. 오후 시간만 쉴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알차게 보낼 궁리를 하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점심으로 먹고 뷰 맛집 카페를 찾아가자.


카페에 들어와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펴고 옆에는 책 하나를 둔다. 잔잔한 음악이 나를 감싼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면 넓은 하늘과 도시가 펼쳐진다. 오늘따라 날씨는 왜 이리 또 좋은지. 글을 쓰다가 잠시 하늘을 본다. 책을 보다가 쉰다. 그렇게 내 호흡에 맞춰 시간을 보낸다. 뒤통수에 대고 닦달하는 상사도, 세상 끝날 것처럼 걸려오는 업무전화도 없다. 오래간만에 마음이 평화롭다.


평일 오후. 그래도 사람이 조금 있다. 학생이거나 프리랜서거나 백수거나 나처럼 자유를 맛보러 찾아온 직장인이겠지. 매일 이렇게 산다면 어떨까? 행복할까? 불안할까?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듯이 이 자유조차 무뎌지고 진절머리가 날까?


혹자는 말한다. 쉬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결국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디서 일할지 고를 자유쯤은 있다고 믿는다. 맛있는 음식만 먹으면 질리지만 맛없는 음식만 먹으면 체한다. 욕심이 난다. 이 자유를 계속 누리고픈 욕심. 이 마음이 커져 어찌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회사를 나오게 되겠지.






자유는 마약과 같아서 한번 맛보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손끝을 담가 한 조각이라도 입에 담는 순간 끝이다. 퇴사를 한다고 쭉 프리랜서로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거대한 조직에서 부품처럼 사는 인생을 살지는 않겠지.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니까. 나에게 이 이상 잔인해지고 싶지 않다.


난 자유를 욕망한다. 자유를 만끽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자유를 앗아가는 족쇄에는 짜증이 솟구친다. 부당한 간섭도, 오지랖도, 명령체계도 신물난다. 한 영상을 보니 자신의 길을 찾으려면 예민함을 잘 살펴보라고 한다. 내가 언제 화가 나고, 불편하고, 민감해지는지. 유독 예민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곳에 나만의 틈새가 보인다.


난 자유에 예민하다. 그래서 회사에선 항상 날이 서있다. 조직의 이름으로 하달되는 지시사항, 내 결과물을 하나하나 지적하는 상사, 승진을 미끼로 연신 당겨대는 목줄까지. 알고 있다. 이 모든 게 싫다면 내가 떠나면 그만이라는 사실을. 회사에는 회사만의 문법이 있다. 회사를 욕할게 아니다. 내 예민함이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한다.


공간은 사람이다. 특히나 나처럼 사람에 예민하다면 더더욱. 좋은 동행을 구할 수 없다면 혼자 길을 나서도 좋다. 세상엔 위험이 가득하지만 그 이상 내가 강해지면 된다.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구에게도 함부로 휘둘리지 않게끔. 그 와중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면 더 기쁜 일이고.


시간을 자유로움으로, 공간을 좋은 사람으로 채우고 싶다. 난 이 모든 걸 욕망한다.